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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3-06-24 00:29:43 KST 조회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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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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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길고 딱딱한 막대기로 내 옆구리를 찔렀다. 나는 몸을 꿈틀댔다. 여윈 두 다리를 펄떡이며 내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다. 그녀는 잠시 내 앞에 서서 침묵을 지켯다. 나는 몸을 뒤척였다. 땀으로 끈적끈적한 내 몸이 방바닥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며 쩌억하는 소리를 냈다. 내 살가죽이 너무 연약해서 찢어지면 어떡하지, 나는 그런 걱정을 했다. 아무래도 살가죽이 너덜너덜해진 남편은 상품가치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다행히 아내는 만족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한 번 끄덕하고는 다시 방을 나갔다. 그녀가 방문을 닫자, 드디어 내 방에는 어둠과 나만이 남게 되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 축축한 폐부에서 들끓던 추한 날숨이었다. 나는 두 눈을 감았다. 혹은 두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다. 주변은 어둠 뿐이라 내가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 배가 고프군. 나는 공복감을 느꼈다. 위장이 텅 빈 감각으로 가득 채워져 부풀어올라 있었다. 이 암흑 속에서는 시계視界를 쓸 일이 없으니 공복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어째서일까? 나는 눈을 감은 채로(혹은 그렇게 생각한 채로) 궁리했다. 아하, 그렇군. 감각이란 자극과 반응이다. 시야가 닫히니 빛의 자극을 받아들이던 신경들까지 모두 위장 쪽으로 이목을 돌린 것이다. 자극은 언제나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어떤 특정한자극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대체할 또다른 자극을 필사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나는 다시 온 몸을 뒤척였다. 그것은 무슨 자극에 대한 반응이었을까? 그리고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한때 나는 내가 몸을 뒤척임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무의식중에 몸을 뒤척인다. 내게 자극을 주는 세상에게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 나는 아내를 생각해 본다.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내가 아내의 몸을 제대로 본 적이 있었나? 내 시선은 언제나 아내의 발목 언저리까지만 닿았다. 내가 아내라는 단어를 발음하면 언제나 내 뇌는 거무튀튀한 발 두 개를 떠올렸다. 내가 아내를 어떻게 만났더라? 나는 곰곰히 생각해본다.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아까처럼 깨달음의 광명을 얻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러나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생각하기를 멈춘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는다.(혹은 이미 감고 있었을수도 있다.) 역시 내 청춘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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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kegogo (2013-06-24 01:14:0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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