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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3-07-30 16:54:05 KST 조회 320
제목
젊은 날의 패기
내 이름은 김노말이다. 나는 아마추어 인터넷 법률 자문가이다. 비록 법률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다소 피상적인 수준의 영문학 경구를 읊는 것 정도지만, 나를 믿고 찾아오는 의뢰인들이 꽤 된다. 나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한결 같다. 그들은 케인즈식 소비지향적 자본주의의 부속품으로써, 평생을 생산과 소비의 반복 활동 속에서 마모되어 가는 가난한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자주 사소한 법적 다툼에 휘말리지만, 자신들을 보조해 줄 법률 자문가나 변호사들을 고용하기에는 턱없이 돈이 부족하다. 그래서 최후에는 나처럼,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합리적인 선에서만 계약금을 요구하는 '저렴한 전문가'들을 찾아오는 것이다.

오늘도 한 명의 중년 사내가 내 사무실을 찾았다. 허름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불안한 감정에 젖은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아, 들어오세요. 성함이...?"
"지병규입니다."

사내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는 내가 손짓하자 마자 자석에 이끌리는 철가루처럼 다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지병규씨에게 의자를 권했고, 지병규씨는 안도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그의 맞은편에 놓인 사무실 책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아, 예...그게 어떻게 된 건가 하면..."

지병규씨는 내 눈길을 피하며 책상 위에 놓인 손거울을 바라보았다. 손거울에 비친 그의 눈빛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사실...제가 아청법 위반으로...재판을 받게 될 거 같습니다..."

말을 마친 지병규씨는 누런 이를 드러내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명 수치심을 느끼고 있으리라. 나를 찾아오는 이들은 대개 법적인 관점에서는 사소하지만,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면 썩 가볍지만도 않은 죄목을 가지고 있었다.

"흠.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영상물을 시청하셨는지, 혹은 유통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유통은 아니고 P2P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받았습니다. 에...그, 저...사실 진짜 영상물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군요."

나는 그의 말을 가로챘다. 지병규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두 손을 힘차게 마주치며 '짝' 하는 소리를 냈다. 물먹은 솜 마냥 축 처진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의도도 있었고, 생각보다 쉬운 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기뻤던 이유도 있었다. 이 남자는 필요 이상으로 떨고 있었다. 2015년 정식적으로 아청법이 발효된 이후, 수사관들이 무작정 범죄자들을 검거하기 시작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청물 다운로더, 그 중에서도 비실체아청물 다운로더가 유죄처리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사실 이런 경우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증거물로 제출하기 위해 그 영상물을 제게 좀 전해주셨으면 하는데..."
"저...그런데 그 영상물이 보통이 아닙니다."
"예? 보통이 아니라뇨?"
"그러니까...<사람>이 등장하는 영상물이 아닙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사람이 등장하는 영상물이 아니라니.

"수1간물이라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니까...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지병규씨는 머뭇거렸다. 잠시 후, 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포니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내가 알기로 포니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이었다. 설마?

"예.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다운로드 받고 확인해 보니 포니 두 마리가....어흐흐흐흑!"

지병규 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대부분의 아청물은 쉽게 무죄 판결을 따낼 수 있었지만 포니 아청물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살다보면 포니 아청물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확실히 이번 사건은 좀 어렵겠군요. 이로써 영상물에 대한 분석이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그 영상물에 등장한 포니는 어떤 포니였죠?"
"애플블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애플블룸."

나는 입 바깥으로 터져나올 뻔 한 탄식을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 애플블룸은 마이 리틀 포니의 유명한 캐릭터 '애플잭' 의 여동생으로, 개정된 포니 아청물 <특별법>에 의하면 현재까지는 '아동 포니' 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건 아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로써 목표는 명확해졌다. 애플블룸이 아동 포니가 아닌 성숙한 포니라는 것을 증명할 것.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병규씨. 제가 반드시 당신을 구해주고야 말겠습니다."

[이런! 큰일인 걸! 애플파이에 넣을 달콤한 하얀색 생크림이 다 떨어졌어!]

애플잭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녀의 귀여운 여동생, 애플블룸이 애플잭의 목소리를 듣고 콩콩 뛰며 달려왔답니다.

[언니, 무슨 일이야?]
[이런, 나의 귀여운 애플블룸! 생크림이 다 떨어져 버렸구나. 이대로 가다간 맛있는 애플파이를 포니빌에 공급하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그건 참 난처한 일인걸! 어쩔 수 없다. 내가 포니빌로 가서 생크림을 구해올게!]
[부탁한다, 애플블룸!]

애플블룸은 애플잭의 배웅을 받으며 포니빌로 달려갔어요. 한참을 달려가던 애플블룸은 길가에서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만났답니다!

[어머! 셀레스티아 공주님!]
[아아, 너는 애플잭의 여동생 애플블룸이로구나. 무엇을 찾고 있느냐?]
[생크림이 다 떨어져서 포니빌로 가고 있어요. 생크림이 없으면 맛있는 애플파이를 포니빌에 공급할 수 없대요!]
[그건 참 안된 일인걸. 혹시 내가 가지고 있는 생크림을 너에게 조금 나누어 줄까?]
[우와! 공주님은 정말 친절하시군요!]
[그런데 이 생크림은 내 뿔에서 마법적으로 생산되는 거란다. 마법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 뿔을 네 발굽으로 마찰시켜주겠니?]
[물론이에요 공주님!]

"정지, 정지! 바로 이 부분이야."

나는 다급하게 스페이스바를 눌러 동영상을 정지시켰다. 나는 이제 막 셀레스티아의 곧게 솟은 뿔에 발굽을 들이 댄 애플블룸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의 성교 장면이야."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데요."

이렇게 말한 사람은 내 맞은편에서 삐딱한 자세로 서있는 여자, '김경은' 이었다. 김경은은 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으며, 현재는 유명한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나는 예술영화의 해체적 텍스트를 분석하는 종류의 고상한 취미는 없지만, 김경은의 페미니즘적 시각이 영상물의 성폭력적 저의를 가늠하는 데는 매우 쓸만하다는 사실을 안다.

"내가 원하는 건 이 장면이 강간으로 판명될 수 있냐, 없느냐야. 그러니까 부디 집중해서 지켜보라고."
"일단 재생이나 시켜봐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흠! 으음! 흐으음, 바로 그거야 애플블룸! 정말 잘 하는구나.]
[이야! 정말로 신기해요. 걸쭉한 생크림이 분수처럼 튀어나와요!]
[한 번 이 생크림을 맛보고 싶지 않니?]
[정말로 맛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입을 내 뿔의 입구쪽에 가져다대렴. 아...생크림이 다 흘러나오는구나. 혀를 뿔쪽에 대면 남김없이 먹을 수 있을텐데...오오 그래, 좋구나.]

나는 다시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자, 이 부분, 유사 성행위라는 면에서 시청자들에게 성적 모욕감을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 하지만 보라고, 애플블룸과 셀레스티아의 모습을."

나는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다. 동공이 눈꺼풀 위로 치솟아오른 셀레스티아의 눈에 새빨간 혈관이 돋보였다. 그녀의 이마 한 가운데를 집어삼킬 듯이 빨아들이고 있는 애플블룸은 입가가 걸쭉한 하얀 액체로 범벅되어 있었다.

"이 부분은...선입견을 내려놓고 보면 정말 평화롭다고. 어쩌면 풍자적일 수도 있겠군."
"의심할 여지 없이 유사 성행위인 걸요."

경은이 냉담하게 말했다. 나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그래, 제길...나도 이게 뭘 의미하는 지는 알아. 하지만 적어도 셀레스티아는 강압적으로 애플블룸에게 자신의 유사-성기를 핥을 것을 명령하지 않았어. 그녀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서 유사 성행위를 하도록 유도하지 않았다는 거야. 결국 이건 단순히 제안이었다고. 제기랄! 이건 화간이었어..."
"당신의 논리는 어거지에요."

김경은의 말이 맞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셀레스티아는 자신의 풍부한 성적 지식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성지식적 빈자인 애플블룸을 농락한 것이었다. 내가 할 말을 찾지 못하는 사이, 김경은이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어요, 김노말씨. 애플블룸이 <펠라치오>라는 행위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 자체가 당신의 상대에게는 굉장히 좋은 증거물이 될 거에요. 애플블룸이 유사 성행위와 셀레스티아 공주의 유사-성기 메커니즘을 잘 모른다는 것은, 저 애가 성적으로 미숙하며 아직 어린 <아동 포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밖에 안된다구요. 영상매체의 텍스트를 분석하는 건 그 저의가 복합적인 예술영화에서나 통하는 거에요. 저 영상물은...제작 목적이 너무나 분명하잖아요. 포르노라구요."
"아니야..."
"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는 모니터 전원을 껐다. 그리고는 서둘러 외투를 입기 시작했다. 내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던 김경은이 말했다.

"어디 가려는 거에요?"
"기술 전문가에게. 인문학적 방법으로는 답을 찾지 못했으니 자연과학적 방법에 의지해보려고 해."

나는 현관문을 벌컥 열고 나섰다. 12월의 한기가 살을 에며 파고들었다.

"애플블룸은 단순히 성지식이 부족한 것일 뿐일수도 있어. 정신은 미숙해도, 몸은 성인일 수도 있다는 거지."



시작부터 글러먹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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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므너킹 (2013-07-30 16:58:1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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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럴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키르노쨩 (2013-07-30 16:59:2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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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살다보면 포니 아청물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난 여기서 이 소설의 정신나감이 극에 달했다고 생각했는데
하 싀팔 더 대단한게 뒤에..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3-07-30 17:02:2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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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아이콘 AlysrA (2013-07-30 17:02:3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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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ㅋㅋㅋㅋ
아이콘 붕탁은안전합니다 (2013-07-30 17:09:1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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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갑니다~
공부해라 (2013-07-30 17:10:4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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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명작이다....
아이콘 PXyalP (2013-07-30 17:11:3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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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전에 본거같은데 다시봐도 명작...
캬ㅑ
아이콘 WG완비탄 (2013-07-30 17:33: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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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 것 같은 레파토리지만 다시 봐도 입이 다물어지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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