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내 영원한 친구 블리자드가 죽었다!
누가 그를 죽였을까? 나는 밤새 오열하며 복수를 맹세했다. 블리자드를 암살한 범인을 찾아 그에게 아주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하기로 말이다. 나는 갈색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넓적한 호주머니 안에 칼 한 자루를 집어넣었다. 호주머니가 성기처럼 불룩해졌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옷깃을 세우고 집을 나섰다.
내가 처음 도착한 곳은 웨스트우드의 집이었다. 전성기의 빛을 다 소진한 늙은 웨스트우드는 허물어진 주택에서 혼자 살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문 손잡이를 돌렸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웨스트우드는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살아왔던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냄새가 드리운 노인은 강도들조차 피해가기 때문이다.
방 안에서 담배와 홀아비의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세운 채 쇼파에 앉아있는 웨스트우드를 보았다. 웨스트우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칼을 꺼내 웨스트우드의 주름진 목덜미에 칼날을 들이밀며 말했다.
"네가 블리자드를 죽였지?"
"뭐?"
웨스트우드가 짧게 대꾸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여전히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넌 블리자드의 유명세를 시기했어. 그래서 앙심을 품고 블리자드를 죽였잖아."
"이봐, 이제 좀 봐줘."
웨스트우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난 이제 지쳤어. 내 스스로 일어날 수도 없다구. 난 여기서 계속 기다리기만 했어...선반 위에 놓인 물컵을 내게 가져다 줄 사람을 기다려왔다구. 왜냐하면 난 저기까지 직접 걸어갈 힘조차 없으니까."
웨스트우드가 입 밖으로 마른 혀를 내밀어보였다. 그의 혀는 박제된 내장같았다.
"내게 물을 좀 가져다주겠나? 응, 제발?"
내 마음 한 구석에서 변덕적인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나는 선반 위에 놓인 물잔을 웨스트우드의 입술에 가져다댔다. 웨스트우드는 게걸스럽게 소리를 내며 물을 먹어치웠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군."
확실히 웨스트우드의 눈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나 이제 힘없는 늙은이 신세가 됐지만, 여전히 야망은 있어. 응, 여기 안에 말이야."
웨스트우드는 비쩍 마른 손으로 자신의 가냘픈 가슴께를 툭 쳤다.
"블리자드같은 건 잊어버려. 이번에야말로 내가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줄게. 너희는 제너럴이 내 전통성을 부정한 최악의 게임이라고 외면해왔지만 그건 잘못된 거였어. 내게 필요한 건 젊은 피를 수혈하는 거였다구...그래서 이번엔 제너럴 2편을 만들 거야. 이건 정말로 성공할 거라니까..."
나는 그가 계속 지껄이게 내버려두고 나왔다. 밤공기는 축축했고 가로등은 혼자 아스팔트 도로를 적시며 서있었다.
웨스트우드는 그냥 염치없는 노인에 불과하다. 그가 블리자드를 죽이고 싶어했을수도 있다. 아니, 아마 상상속에서 블리자드의 배를 수십 번 찔렀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과거에 표류한 유령에 불과하니까. 그럼 누가 블리자드를 죽였을까. 나는 두 번째 용의자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증오스러운 이름을 내 딱딱한 혀를 굴려 입에 머금어 본다. "라이엇." 씁쓸한 맛이 나는 침이 식도를 타고 끈적하게 내려간다.
-언젠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