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XP

서브 메뉴

Page. 1 / 5878 [내 메뉴에 추가]
글쓰기
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3-08-10 01:00:43 KST 조회 332
제목
누가 블리자드를 죽였을까? 完

요즘 라이엇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라이엇은 게임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슈퍼스타로, 제법 부유하지만 그렇게 부유하지만도 않은 중산층 가문 출신의 모범생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교양과 위트를 두루 갖춘 스타성있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놈을 "위장 속에 독사를 품고 있는 게이새끼" 라고 부른다.


나는 라이엇같은 놈들이 장막 뒤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대학에서 쓸모없는 지식이나 주워 담는 녀석들...그렇게 갈고닦은 부드러운 혀로 남 험담하는데나 열중하는 놈들. 놈들이야말로 이 사회를 좀먹는 여피족같은 놈들이다. 한때 게임업계에도 염치가 있엇다. 저 썩어가는 반송장 웨스트우드가 아직 정정했던 시절, 수많은 게임업계 거인들이 세계를 받들던 시절이 있었다. 좋았던 시절의 좋았던 사람들...지금은 모두 다 과거의 유산에 기생하는 좀벌레에 불과할 뿐이다. 라이엇을 만나러 골목길을 걷던 중에 필 피쉬식 인디게임과 인피니티워드식 FPS를 권유받았다. 그러나 그 옛날 좋았던 올드스쿨 RTS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라이엇이 거주하는 빌딩 로비에서 잠시 기다렸다. 라이엇이 금으로 칠한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상계로 내려왔다. 수천달러짜리 슈트를 입은 그는 자애로운 미소로 나를 반겼다.


"이야, 이거 오랜만인데요? 분명히 예전에 저희 제품을 많이 즐기신 걸로..."

"블리자드가 죽었네. 알고 있나?"

"블리자드요? 아, 네. 소식 들었습니다."

라이엇의 얼굴이 수심에 잠겼다. 의미없는 예절.

"경찰들은 자살로 추정한다더군요. 블리자드가 최근에 심리적으로 좀 압박을 받고 있었나봐요."

"과연 경찰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네?"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둘이 아니야. 블리자드처럼 선량하고 정신력 강하고 성공까지 한 게임인이 왜 갑자기 자살을 했을까?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아."

"하지만...알잖습니까. 한 시간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바로 IT업계입니다. 블리자드도 그 화려한 생활 뒤에서는 다른 생활을 했을수도 있죠.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마치 자네처럼 말이지."

라이엇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난 그저 자네처럼 철저히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게임인이 여전히 이 무대에서 신취급 받고 있는 현실이 가끔 우스워질 때가 있어. 물론 그건 자네 탓이 아닐세. 시대가 변한 거야. 더이상 진짜 선량한 사람들이 대지에 설 수 없게 된 거지."

"저를 욕하려면 차라리 그냥 욕하십시오. 없는 사실 지어내지 마시고...그리고 도덕성 측면에서라면 블리자드도 결코 떳떳하진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자네의 속마음이군?"

"뭐라구요?"

바로 그때 주위가 어수선해졌다. 우리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마치 오래된 연인들이 능숙히 서로의 거리를 조절하듯이...

"당신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아니 그건 별로 상관 안합니다만, 블리자드는 어느 순간부터 균형을 잃었습니다. 옛날 HoN의 S2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그게 블리자드가 실패한 이유입니다."

"무슨 균형을 잃었다는 거지?"

"당연히 사업감각의 균형이죠. 당신도 알다시피 이 사업은 명예를 잃어버리기 아주 쉬워요. 대중과 가까워져서도 안되고 멀어져서도 안됩니다. 선이 있는 겁니다. 그 선의 안으로 들어와도 안되고 바깥으로 나가도 안되죠. 우리 모두 줄타기를 하는 곡예꾼이란 말입니다. 블리자드는 거기서 발을 헛디뎠어요. 그게 답니다."

라이엇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도 블리자드는 명예롭게 죽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웨스트우드를 보세요. 그 초라한 말년을...게임업계에서 자기 운명을 모조리 게임에 소진하고 눈을 감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는 블리자드처럼 가게 되길 바래요. 아니, 정말로요."


그 말을 끝으로 라이엇의 휴대폰이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건물 주변을 거닐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블리자드는 그냥 자살을 햇을수도 있다. 어쩌면 블리자드는 정말로 균형을 잃었을 수도 있다. 게임업계의 사람들은 본래 수명이 매우 짧다. 그리고 게임업계 스타들을 추종하는 팬들 역시 너무나 덧없이 스러져간다. 어쩌면 과거에 표류한 사람은 웨스트우드 하나만이 아닐지도 몰라. 우리 모두 어느순간 유령이 되어버린 거야. 블리자드도, S2도, 웨스트우드도, 밸브도, 넥슨도, 필 피쉬도, 한게임도......그렇다면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목적을 잃은 유령은 어떻게 그 명예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던 나는 해답을 찾았다.


잠시 후, 라이엇이 전화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계단의 끝에는 리무진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다. 나는 허겁지겁 달려가 라이엇의 어깨를 붙잡았다. 라이엇이 두 눈을 크게 치켜뜨며 나를 바라보낟. 나는 그의 투명한 눈동자 안에서 일종의 계시를 본다. 계시는 숙명이고, 숙명은 고정된 미래다. 이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칼을 꺼낸다. 그리고 칼날을 세워 라이엇의 옆구리를 세 번 찌른다. 동시에 경호원의 두꺼운 주먹이 내 코를 으깬다. 끈적한 피 때문에 숨쉬기가 어렵다.


-끝-

지속적인 허위 신고시 신고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사유를 입력하십시오:

발도장 찍기
아이콘 붕탁은안전합니다 (2013-08-10 01:04:40 KST)
0↑ ↓0
센스 이미지
열사가 따로 없네.
아이콘 WG완비탄 (2013-08-10 01:06:52 KST)
0↑ ↓0
센스 이미지
ㅊㅊ
회귀한므너킹 (2013-08-10 01:11:50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옆구리"
아이콘 A-27크롬웰 (2013-08-10 01:12:13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하드보일드한 문체 좋아요
[YOGG-SARON] (2013-08-10 01:17:24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그러나 진정한 흑막은 EA
아이콘 A-27크롬웰 (2013-08-10 01:22:22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사실 잇올이 웨스트우드의 정기를 빨아먹어서 노인이
아이콘 모르가나쨩 (2013-08-10 01:27:12 KST)
0↑ ↓0
센스 이미지
역시 EA가 흑막
댓글을 등록하려면 로그인 하셔야 합니다. 로그인 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
롤토체스 TFT - 롤체지지 LoLCHESS.GG
소환사의 협곡부터 칼바람, 우르프까지 - 포로지지 PORO.GG
배그 전적검색은 닥지지(DAK.GG)에서 가능합니다
  • (주)플레이엑스피
  • 대표: 윤석재
  • 사업자등록번호: 406-86-00726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