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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더윈터
작성일 2014-08-13 21:12:39 KST 조회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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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란 무엇인가 (1)


"잠깐만요. 지금... 제가 잘 이해가 안되는데..."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방진복 차림으로 컴퓨터 칩을 쥐고 있는 그는 나를 멀뚱히 쳐다본다.


"어디서부터 이해가 안 되십니까? 뇌 전단 스캐닝은 기억을 전부 살려내서 정보화하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 칩의... 이름이..."

"아, 그건 간단합니다. 영혼이죠. 정확히는 어제 사망하신 고 김철수씨의 영혼입니다."


그는 원통에 있는 홈에 칩을 끼웠다. 원통은 돌면서 바닥밑으로 사라졌다.


"이 방 밑에는 1천억 이상의 영혼이 잠들어 있습니다. 과거처럼 무덤을 썼다면 상상도 못할 보관이죠"


그는 조금 자랑스러운듯이 말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기 보단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 고인의 지인분들은 여기서 추모를 하는겁니까? 이 칩 하나에 절을 하면서요?"

"추모... 죄송합니다. 과학적 중세시대의 단어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제 3 안식처의 정문을 나왔다.


내가 잠든 사이 세상은 너무 많이 바뀐 모양이었다.


나는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냉동인간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 시대에는 해동 기술이 없었지만, 언젠가는 생기리라는 가능성을 꿈구면서, 혈관으로 들어오는 수면제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20년 뒤 해동 기술이 발명되었고, 60년 뒤 내 병은 불치병이 아니게 되었다.


문제는 회사였다. 날 맡던 회사가 해동에 실패해 고객을 죽인 이후, 회사는 부도했고, 시설은 다른 냉동회사에 이관되었다. 하지만 냉동 시 지불한 해동 요금은 이양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새로 개발된 '위험부담이 없는' 해동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고, 가족들은 해동을 포기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났다. 우리의 유지 비용은 해동 비용을 훌쩍 넘긴 지 오래였다. 회사는 냉동인간 저장소 부지를 밀고 새 건물을 지을 요량이었고, 고객들을 '처분'할 생각이었지만 인권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고, 결국 국가 재정으로 모든 냉동인간들이 풀려나게 된 것이었다.



나는 내가 풀려나던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


첫째로, 온 몸 곳곳에 붙어있는 금속 센서의 감각이 차가웠다.

둘째로, 안경을 쓴 간호사는 무척 이뻤다.


"고객님 일어나셨나요? 저는 해동된 고객님을 맡은 간호사 유민정입니다. 지금부터 간단한 테스트를 할거에요."


나는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발가락을 움직이고, 그녀의 손가락을 쫓아 눈동자를 움직이고, 입을 벌렸다 닫아보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고객님 기억 손실 테스트를 할거에요. 고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박민수"

"기억하고 계시는 나이는요?"

"34세"

"냉동을 결심하신 이유는요?"

"불치병"

"기억하고 계신 년도는요?"

"2019년..."

"예전 직업은..."

"민정씨"

"네?"

"그럼... 지금 년도는 어떻게 됐습니까?"



"어... 3121년이에요 고객님."


기절했다 일어난 나에게 주어진 건 교육 일정에 대한 팜플렛이었다.


우리는 냉동인간의 사회적응 교육에 따라 미래의 관점들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오늘 들린 제 3 안식처도 그런 교육의 일환이었다. 


인류는 퇴보한게 분명했다.


이 시대는 사람이 죽게 되면 뇌를 꺼내 특수약품에 담궈 몇 초 동안 살려내고(강사는 과거인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살려낸다'는 비과학적인 표현을 쓴다는 이야길 덧붙였다.), 그동안 뇌 자체를 태워버릴 정도의 전력으로 뇌 속의 기억을 몽땅 뽑아내 칩에 담는다. 그리고 안식처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고인은 모두의 기억속에서 잊혀진다.


이제 추억, 회상, 추모라는 단어는 고인에게 허락되지 않는 단어였다. 모두가 그를 빠르게 잊었다.


미래의 미친 패션 감각도 이해할 수 있었다.

미친 복지 제도, 미친 관점들, 미친 로봇새끼들, 미친 건물, 미친 음식들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오랫동안 해보니 이게 제일 나았더라, 하는 귀납적 관점에서.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을까




* * *



냉동인간에게 보급된 무료 주택, 내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나는 이 집에대한 애착은 없다.

하지만 원하는 음료수를 조합해주는 조합기가 들어와있다는 것은 인류가 이룩한 큰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산 맥주."

- 419 항목이 검색되었습니다. 검색된 항목은... -

"회사 기네스."

- 음주는 간의... -

"위험 사항을 읽고 동의하였음."


맥주를 들이킨다. 


과학이 지동설을 밝혀내 마땅히 천국이 들어있을 장소를 없에버린 것처럼,

결국 인간은 뇌를 밝혀내 영혼이 있을 장소를 없에버린 것이다.

대신 그 사람의 모든 기억을 담아놓고, 그것을 영혼이라고 부른다.

합리적이다. 대단히 논리적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계속해서 착잡해졌다.


누군가 집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집에 들어올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었다.


"고객님 정기 검사 시간입니다...아니 민수씨. 음주는 간의 손상과 뇌 기능의 저하 및 판단력의..."

"조금밖에 안 마셨어."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인류가 발전한 미래라도 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하는건 역시 질릴 것이다.

나는 침대에 누워 내 몸에 갖가지 센서를 붙이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25살이다. 완전한 미래인.

나는 그녀의 생각이 궁굼해졌다.


"민정씨는 영혼이 뭐라고 생각해?"

"네? 아, 그야 음, 뇌 전단 스캐닝으로 얻어지는 결과물... 이 아닐까요?"

나는 왠지 기운이 빠졌다.

"그런가."

"저 과학적 중세역사는 수강 하긴 했었어요. 민수씨가 이해못하는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영혼은... 단순히 그 사람의 기억 자체가 아니야. 철학, 논리, 인격... 그게 기억으로 설명이 되진 않잖아."


그녀는 미묘한 쓴웃음을 지었다. 

"저, 칩에서 아바타로 옮기는 사례도 있어요."


센서가 전부 연결되었는지, 삑삑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숫자가 변하기 시작했다.


"아, 아바타는 배아에서 가속성장된 데이터 제로의 인간 성체를 말해요."


그녀는 수치를 눈여겨보면서 노트북에 뭔가를 적어넣었다.


"같은 사람이라고 봐요. 전기적 정신스펙트럼 검사에서도 같은 가치관, 철학, 논리를 가진 걸로 나와요."


센서의 역활은 끝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데이터를 이어받은 인간일 뿐이잖아. 그건... 영혼이 달라."

"과학적 중세시대 단어의 영혼은... 너무 추상적이에요."

"그럼 사랑도 추상적인 단어인데 미래인들은..."


그녀는 센서를 하나씩 정리했다. 


"민수씨. 너무 급하게 생각 안 하셔도 되요. 조만간 생물학 배우실때 사랑에 대해서도 나올거에요. 천천히."


그녀는 내 집을 나갔다.

불이 꺼진 현관은 센서보다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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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흑인경비원 (2014-08-13 21:21:0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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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를 보고 이 글을 본다면 이상적인 세계입니다
아이콘 HamTory (2014-08-13 21:22:1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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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조합기 시바 저거 얻고싶다
아이콘 WG완비탄 (2014-08-13 21:27:4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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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일단 천 년이나 유지된다는 점에서 흥미롭군요
아이콘 살아라토르 (2014-08-13 21:54:0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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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콘 옐로오커 (2014-08-13 22:41:4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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