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좀 뜬금없는 말로 읽힐지 모르겠는데, 이승현은 홍진호하고 같은 부류임.
이 둘의 강함은 표면적으로는 화려한 공격과 컨트롤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피지컬 때문이 아닌 일꾼, 테크, 병력에 투자되는 자원 및 라바의 조율, 러시 타이밍 포착 등,
범인으로서는 차마 넘볼수조차 없는 감각과 재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둘 다 유닛 컨트롤이나 병력 운용은 당대 최고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음.
홍진호가 전성기를 맞던 시절엔 물론 유닛 컨트롤이나 병력 운용에 있어 정상급에 위치한 저그이긴 했지만,
그 이후로도 피지컬로는 따라올 저그가 없었던 조용호가 동시대에 존재하고 있었고,
현재는 연맹 진영의 권태훈이나, 케스파 진영 쪽의 저그들을 위시한 피지컬 괴물들이 널려있는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현이 강력한 저그로 군림할 수 있었고, 또한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라면
위에서도 말했듯 다른 저그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재능과 감각 때문.
지금 이승현이 부진하는 이유는 자신의 강점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대표적으로 코드S 데뷔 초 보여줬던 화염차를 저글링으로 잡는다거나 하는 컨트롤 같은 경우엔
강동현 선수가 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컨트롤 자체는 하기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으나,
저글링과 일꾼 수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문제고, 그것을 이승현처럼 유연하게 하기 불가능해서
결국 바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짜맞추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음.
하지만 주위 사람들도 그렇고, 이승현 자신도 그렇고 자신의 강점을 그런 절묘한 라바조율이 아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유닛 컨트롤로 잘못 인식했으며, 그로 인해 자신의 강점은 커녕
오히려 약점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경기 운영 방식이
지금의 부진을 불러왔다고 생각.
다시 정리하자면, 이승현의 강점은 병력운용이나 컨트롤, 혹은 피지컬이 아님.
오히려 이건 약점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부분인데, 특히 제대로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동족전.
극초반 저글링 움직임에서 극소수 마이크로 컨트롤이 빛날 때도 있으나,
극도의 피지컬을 바탕으로 하는 협회 진영 저그들을 상대로는 빛이 바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중반 이후 중규모 이상의 교전시 보여주는 진형잡기 등의 병력 운용은
연맹 쪽에서 가장 깔끔한 교전을 보여주는 저그라고 생각되는 권태훈이나,
김민철과 신노열을 위시한 여타 협회 저그들과 비교하면 애처롭기 그지 없는 수준.
또 초중반 빌드나 교전에서 지고 들어가는 경우, 특유의 감각을 통해 불리한 상황을 역전, 혹은 동등하게 맞추더라도
결국 중앙 교전에서 대패하고 패배하는 경우, 즉, 단점이 장점을 잡아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
이승현이 좀 더 높은 곳에서, 좀 더 오래 군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함.
사족1) 그런점에서 리그 수준에 비교했을 때는 당시의 홍진호가 현재의 이승현보다 더 강력한 저그였다고 생각함.
사족2) 이승현은 이 판에서 홍진호 이래 압도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정말 드문 경우다 보니, 부디 그 강력함을 높은 자리에서 오랜 기간동안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