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속도가 좀 심각하게 느려서 댓글로 달기는 다소 부적절하다고 판단,
게시판에 글 올립니다.
글쎄요.. 홍진호가 그저 최적화와 전술에 경도된 저그였다면 그렇게 롱런 할 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저그 병력 운용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대단위 컨트롤,
소위 '쌈싸먹기'를 제시한 저그는 이미 강도경이 있었고,
드랍 플레이 역시 박경락 쪽이 좀 더 세련된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빌드 최적화 쪽에 있어서는 대프로토스전으로 요약되는 조용호가 여러가지 빌드를 창시해내고, 또 잘 써먹었죠.
또한 대단한 피지컬의 소유자로, 당대 저그들의 다양한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었던 저그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StarGG님의 홍진호에 대한 설명은 오히려 조용호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하튼 박경락은 결국 2시즌만에 쇠퇴했고,
조용호는 2003년 올림푸스(였는지 파나소닉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배 스타리그 결승에서
'빌드에 경도된 저그가 어떻게 패배하는가'를 이윤열을 상대로 보여줬으며,
그 이후 제법 긴 시간동안 높은 자리에 서지 못했습니다.
그 후 긴 시간동안, 소위 '저그 원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저그는 홍진호 혼자 뿐이었죠.
그리고 그 힘은 라바조율을 통한 순간최적화였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맞춰가기죠.
비록 경기 내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끊이지 않고 상대의 전선에 작열하는,
화려한 공격, 공격, 그리고 또 공격이었지만,
이것은 홍진호의 재능과 감각에 기초한 경이적인 타이밍 포착이었으며,
또한 선구적이었던 라바조율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본문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홍진호의 병력 운용이나 컨트롤은 그렇게까지 뛰어난 편이 아니었으며,
StarGG님이 언급하셨던 전술적 움직임은 '컨트롤로 끝장을 보겠다'는 태도보다는,
해당 타이밍에 라바를 좀 더 비싸게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당시 유닛 컨트롤과 멀티태스킹 능력 등 피지컬에 있어 홍진호를 능가한다면 능가한다고 말할 수 있을,
1해처리의 달인이었던 조용호가 홍진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정립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홍진호의 특별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만족스러운 답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제동을 말씀하셨는데, 이제동의 시작은 '손만 빠른' 양산형 저그였죠.
저그대 저그 동족전이나, 마재윤 이래로 정형화된 저테전에 있어서는 빠른 손을 바탕으로 한,
'뮤탈리스크 짤짤이'로 대표되는 유닛 컨트롤을 통해 제법 많은 승수를 쌓기도 했구요.
이제동이 대단한 점은 당시 한상봉으로 대표될 수 있을 '손만 빠른' 양산형 저그를 결국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경험을 쌓으면서 대 테란전의 공격 타이밍을 꼬아버린다거나,
동족전에서도 컨트롤에만 의존하지 않고 라바조율을 통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기도 했죠.
또한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대프로토스전에 있어 '네오 사우론'을 정립하며
결국 더블넥서스에 대항하는 빌드를 만들어냈다는 점 등 대단한 저그라는 것은 인정하나,
제 관점에서 볼때 이제동은 홍진호로 대표되는 라바조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저그라기보다,
박성준처럼 컨트롤에 의존하는 바가 좀 더 컸다고 봅니다.
사족1) 공격형/운영형 분류를 밀고 있으신 것 같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사족2) 프로토스를 분류할 때 정파/사파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또한 잘못된 분류라고 생각합니다. 강민이 대표적인데, 대저그전에 있어서의 실험이나, 이병민을 상대로 보여줬던 할루시네이션 리콜과 같은 다소 깜짝성 전략 때문에 사파로 규정된 듯 하나, 실제 강민의 대테란전 스타일은 이재훈이 보여주던 단단한, 소위 '정파 스타일'이었고, 대저그전에 있어서의 실험들은 당시 저그를 상대로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한 것이었음을 생각해 볼 때 다소 무리가 있는 분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족3) 만약 닉언급 때문에 친목으로 블럭되면.. 음.... 좀 아쉬울지도 모르겠네요. 블럭감이라면 달게 처벌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