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배의 근본적인 재미는 폭행과 별 다를 게 없다고 본다.
키배에는 '상호비존중의 원칙' 이 성립된다. 서로 상반된 견해를 가진 논객이 서로에 대해 "저 색1히는 병1신이야" 라는 정언명제를 가슴에 품고서 키배에 임한다. 애초에 상대를 병1신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키배하는 논객 자신에 한해서는 지적 우월성이 부여된다.
여기서 우리는 키배가 어째서 백해무익하고 아무런 생산적인 결론도 도출해낼 수 없는 것인지 알 수 있게 된다. 키배 논객은 애초에 상대를 무시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논리를 펼칠 의지가 생기겠는가. 마찬가지로 키배의 결론이 대체로 <정신승리> 로 끝나는 것 역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키배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 '상호비존중의 원칙' 을 타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참으로 어렵다. '상호비존중의 원칙' 은 이미 키배 세계의 규범이다. 키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탑재해야 하는 것이다. 설령 키배를 혐오하여, 키배 논객과 말다툼을 하는 와중에도 '상호비존중의 원칙' 을 존중하지 않으려는 성실한 논객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에게는 그것이 '성실함' 으로 비쳐지지 않고 '건방짐', 혹은 '패기없음', 혹은 '투지의 부족' 으로 비쳐지게 된다. '상호비존중의 원칙' 은 키배세계의 규범임을 기억하자. 이 규범을 거부하는 논객은 이미 '덜 쿨한' 논객이다. 자신의 세계관을 상대에게 강요한다는 점에서 키배는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이제 근본적인 질문:어떻게 상호비존중의 원칙을 막을 것인가?
필자는 그 해답을 '상호병1신의 원리' 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생각해 보라! 인간은 모두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존재다. 그 증거는 고대 신화 속에서도 찾을 수 있고, 많은 철학 생물학 어쩌구 등등의 학술적 지식도 모두 인간의 근본적 결함을 인정하고 있다. 이리하여 우리는 키배세계의 거친 언어로 표현해보자면 '인간은 모두 병1신' 이라는 지극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상호병1신의 원리' 는 침체되어가는 인터넷 키배 문화의 새로운 자극이 될 것임에 확실하다. 우선 키배에 응하는 키배 논객 모두 '병1신' 이라는 전제를 도입하게 되면, 키배 논객의 주장에 모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주장에 결함이 있다는 말은, 자신의 모자란 논리를 상대에게서 보충할 수 있다는 아량을 겸비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인간의 근본적 병1신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병1신은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다. 전국의 키배 논객들에게 무한 RT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