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언제나 영혼이 신비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변치 않고 있으며, 따라서 지극히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영혼을 '해부' 한다는 것은 제게 별로 탐탁치 않은 토론 주제입니다. 초논리의 범주에 속하는 개념을 논리적으로 추론한다는 발상은 역설적으로 비논리적이기 때문이지요. 에코의 말대로, <어떻게 하느님을 믿지 '않고', 또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고 생각할 수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신비의 영역' 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할 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자공학자들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생각해 보세요. 소프트웨어의 코드, 그 첨예한 알고리즘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동시에 <비물리적>인 개념입니다. 수십, 수백, 수만의 순수한 비물리적 본질(코드)들이 응집되어 완성된 소프트웨어는 분명히 구체적인 실존의 개념이며, 자발적으로 <작동>합니다.(물론 그 트리거를 당기는 것은 사용자겠지만)
소프트웨어의 예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인간의 인지 발달과정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인지능력은 대개 <도식>의 발달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보여집니다. <도식>은 사물, 사건, 사실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일컫는 말입니다. 요컨대 인간은 자신이 물리적으로 경험하는 개념을 도식화하고, 그 도식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복잡함을 띄게 되면서 인지능력이 발달합니다. 고도로 복잡화된 도식은 단순히 경험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첨예한 추론 능력도 발휘할 수 있게끔 합니다.
이렇게 보건대, 인간의 기초적인 인지발달 능력과 소프트웨어의 완성 과정에 공통점이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비물리적 실체, 즉 영혼을 이루는 복잡한 도식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비유하자면, 인간의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코드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머나먼 고대의 자기복제자로부터 탄생한 유전적 측면의 이기적 성질이 아니겠습니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이기성을 <도식화> 하고, 그 도식을 <복잡화>하여, 마침내 '이기적 이타성' 과 '이기적 동지애' 라는 모순적인 개념조차 포용하게 된 생물의 이기적 특징, '생존본능' 이 우리 영혼의 본질이 아닐까요?
신비성은 지나치게 유비적인 언어로 해석되거나, 혹은 지나치게 복잡한 연역적 추론으로 도출되면서 되려 그 진실이 은폐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신비의 영역은 지나치게 '애매' 하거나 '모호' 해졌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영혼의 개념은 우리 생물의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하고, 핵심적인 본질을 통해 발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가장 원시적인 미생물도 종족 생존의 본능에 따라 움직입니다. 더이상 분해될 수 없는 가장 단순한 코드가 철학적 근원의 본질이 되었다, 그러한 사실 자체가 <신비롭지 않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