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강건포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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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1-02 22:52:52 KST | 조회 | 378 |
제목 |
유쾌한 수령동지:부국강병 달성 경축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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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앵커:며칠 전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랑스러운 기술자들이 로께트-탄 발사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큰 쾌거를 달성하였다. 이 모든 것은 위대하신 김정은 수령 아바이의 혁신 경영과, 훌륭한 과학자들의 고군분투가 없었으면 결코 해내지 못할 것들이었다. 따라서 우리 조선중앙방송은 로께트-탄 성공 신화의 주인공 김정은 수령 동지와 리승규 박사 동지를 이 자리에 모셔 보았다. 감격, 그리고 또 감격할 일이로다!
[화면이 김정은과 리승규 박사를 잡는다. 김정은의 머리 뒤로 엉성한 헤일로 효과가 떠오른다.]
앵커:리승규 박사 동지. 은하 3호의 발사 성공은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성공적으로 부국강병을 달성했음을 확실시해주는 위대한 업적이었습니다. 특히 미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남조선의 노예 동무들이 거듭해서 실패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는 우리식 사회주의 국가의 경쟁력이 미제 자본주의 국가를 크게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무는, 이 위대한 신화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업무를 수행하셨습네까?
리승규 박사:저는 로켓의 추진 모터 설계를 담당했습네다. 이 추진 모터는 정밀성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부품이지요. 모터의 배기구에서 까-스를 방출하여, 로켓의 항로를 수정하고 목적지에 정확히 도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앵커:미제의 심장부를 향해 정확히 파고든다는 말씀입지요.
리승규 박사:그렇습니다. 이론적으로 인공위성이 들어갈 부분에 탄두만 장착해 넣으면 반경 8000km 안의 모든 지역을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습네다. 추진 모터를 가동해 노즐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류 공급이 필수인데, 여기서 우리의 기술적 문제점이...
김정은:아, 아, 잠깐만 기다리시죠. 이 부분은 제가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리승규 박사:예...그, 그러시죠. 동무.
김정은:추진 모터는 매우 정밀한 기체입니다. 아주 정밀하죠. 모터란...마치 여자의 마음과 같습니다. 세심하고 변덕적이고, 우리로서는 정말 예측이 불가능하거든요! 하하, 하지만 전 아닙니다. 전 예측이 가능하죠. 제가 스톡홀름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수없이 많은 어여쁜 젊은 북유럽 여성들이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제가 언젠가 그 아름다운 스웨덴을 떠나, 잿더미밖에 남지 않은 아시아의 한 작은 국가를 홀로 이끌어가야 할 고독한 지도자의 숙명을 타고났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제 강인하고 매력적인 외모 속에 진주처럼 숨겨진 연약함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어느 정도는 맞지만, 완벽한 이유는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었을까요?
대체 제가 가진 어떤 마력이, 아시아계 황인이라는 선천적 유전적 결함을 극복하고 저로 하여금 북유럽의 아름다운 여성들을 손쉽게 손아귀에 넣을 수 있도록 한 것일까요? 바로 저의 타고난 독심술입니다. 나는 여성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파악할 수 있지요. 그래서 기계 또한 잘 알 수 있는 것이지요.
리승규 박사:동무께서는 로켓 과학과 여성의 심리학적 특성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하시는 겁네까?
김정은:하하, 그렇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니 당신은 공돌이밖에 되지 못하는 겁니다. 리승규 박사. 내 말은, 추진 모터는 여성과 같은 세심함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추진 모터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성실함과 사려깊음이라는 것입니다. 성실하고 꼼꼼히 일을 하는 것이 성공으로 통하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앵커:여, 역시 수령 동지입네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네다. 아까 리승규 박사 동무가 기술적 난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었는데, 은하 3호라는 장대한 업적을 달성하면서 부딪힌 도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네다.
리승규 박사:가장 큰 문제는 이 나라에 정밀기계를 만들 수 있는 첨단 시설이 아예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가장 기초적인 볼트와 너트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했지요. 작업을 관리할 소프트웨어의 부재 역시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작업은...
김정은:아, 여기서도 제가 나서야 할 것 같군요. 아까 리승규 동지는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는데, 이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관리와 경영은 금융공학의 사악한 손아귀에 맡겨져서는 안됩니다. 소프트웨어같은 조악한 기계의 손에 맡겨져서도 안되구요. 어디까지나 관리는, 수치를 넘어 그 프로젝트와 정신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인문학의 영역이 되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의 부재 따위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리승규 박사:엑셀조차 없는 상황에서 물자와 사람을 관리하실 수 있습네까, 동무?
김정은:모든 걸 수치로 판단하려 드는 당신의 근시안적인 태도가 문제입니다. 동무. 물자 관리 상황은, 철학적인 관점에서 그 '상황' 이라는 것은 언제나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생명의 상징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자는 그 생명을 느껴야만 합니다. 생명을 느끼면, 그 다음으로는 각각의 사람들을 느낄 수 있게 되지요. 겉모습이 아니라 그 속을 말입니다.
앵커:이것은 마치 선대 위대하신 김정일 장군께서 지니셨던 '뗄레-빠시' 와 비슷한 것 같군요?
김정은:우리 아버지는 그쪽 면에서 꽤 대단하긴 했죠. 나보다는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아버지는 단순히 감에 의존했지만, 저는 인문과학으로 다듬어진 세련된 경영 방법을 쓴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는 구석기 시대 사람이라면, 저는 철기시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거지요. 비유하자면 그렇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나에 비하면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이었죠. 어떤 특정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키가 좀 더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인들에게는 모두 흰개미처럼 보이는 법이죠.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흰개미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리승규 박사:아직 비법을 설명해주시지 않으셨습네다, 동무...인문학적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지요?
김정은:나와 같은 사람은...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날카로운 영혼의 감이 있는 법입니다. 그 감은 마치 안테나같죠. 굵고 긴 안테나처럼...그리고 내 영혼에서 뻗어나온 안테나가 다른 사람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거기서 우리는 진정으로 영적인 합일을 겪고, 서로 공감하고, 마침내 엑셀같은 게 없어도 총체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을 느껴야 합니다. 박사 동지. 사람을 말이죠.
리승규 박사:그 교감의 메커니즘은 일종의 유사 삽입 행위라고 볼 수 있겠군요.
김정은:꼭 그렇다고 볼 수 없지만...
리승규 박사:그렇다면 수령 동지께서는 여러 사람들에게 동시에 영적인 삽입을 할 수 있는 건가요? 그, 인문학적 경영을 할 때 말입니다.
김정은:그것 역시 쉽습니다. 마음에는 한계가 없죠. 내 영혼의 안테나의 개수를 늘리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여러 사람의 영혼 속으로 동시에 삽입할 수 있는 거죠.
리승규 박사:어떻게 안테나의 개수를 늘리죠?
김정은:영혼의 뿌리에서 여러 개의 안테나가 뻗어나오는 겁니다. 일종의 촉수 같다고도 볼 수 있죠.
앵커:찬양, 또 찬양하라! 김정은 수령 동지께서는 무한히 늘어나는 영혼의 막대를 가지고 계시니, 마음의 구멍을 열고 있는 모든 인민들에게 삽입하시리라!
S.1-2
아나운서:KCC2 다큐멘터리입니다. 여전히 건강하신 모양이네요?
리승규 박사:아하, 남조선에서 온 그 동무들이로군요. 반갑습네다. 로켓탄 성공 이후로 내 삶은 그야말로 축복입네다. 하하...자본가들...옛날에 엄청 싫어했는데 말이죠. 막상 되어보고 나니까...하하하.
아나운서:하지만 저번에는 로켓이 실패할 것이라고...
리승규 박사:예끼, 이 동무가 큰일날 말을! 뭐, 그때는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습네다만, 세상 일은 모르는 거 아니겠습네까? 그러니까 세상을 살 맛이 나는 겁지요. 그러고보니 그쪽은 로켓 발사가 실패했제요? 하하. 여기가 사회주의 국가인 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이건 인정해야겠군요. 하나님은 존재한다는 걸 말입니다. 그리고 그 정신 나간 새1끼가 놀랍게도 이 나라를 지지하네요.
S.2-1
아나운서:오늘도 북한의 부지런한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분주한 모습입니다.
김정은:(웃음)로켓 발사 성공 이후로는 우리도 유명해졌어요. 생각해 보십시오. 내 아버지가 이 나라를 손아귀에 쥐고 있을 때 말입니다. 완전히 잿더미같은 나라였지요. 근데 내가 주권을 잡은지 불과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북한은 엄청난 성장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랑하는 걸 즐기는 성격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제 존재가 이 나라에 엄청난 축복이라는 사실 만큼은 인정해야겠네요.(웃음)
김정은:어쨌든 오늘은 특별히 잡지에서 날 촬영하는 걸 인정했어요. 이제 북한도 <오픈경영>을 할 때가 온 것이죠.
(뒤에서 사람 몇 명이 다가온다.)
남자:김정은 씨. 로이터 코리아입니다. 오늘 촬영을 허락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곧바로 촬영에 들어가도 될까요?
김정은:물론이죠. 사실 제가 런던 대학에 다닐 때 용돈을 벌기 위해 광고 모델을 몇 번 했었거든요.
남자:하하! 듣던대로 농담을 잘하십니다.
(촬영 세트가 준비된다. 김정은이 세트장 앞에 선다.)
김정은:무슨 포즈를 취하면 될까요? 리암 니슨 틱한 건 어떻습니까? (목소리를 내리깔며) I will find you...
남자:아, 아닙니다. 저희 사진작가들이 짜낸 기발한 컨셉 아이디어가 있거든요. 그걸로 할 겁니다.
(세트장 뒤에서 남자 몇 명이 이상한 옷을 가져온다. 분홍색 계통의 인형옷인데, 옷을 완전히 펼쳐보니 말의 형상을 닮았다...)
남자:그건 요즘 미국...아니 미제 쪽에서 유명한 '핑키파이' 라는 옷입니다. 전위패션예술의 극한에 이르렀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걸 입어주시고 포즈를 취하시면 됩니다.
김정은:아니...하지만 이건 좀...
남자:걱정하지 마십시오. 치수가 넉넉해서 위원장님도 충분히 입으실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머뭇거리며 옷을 입는다. 핑키파이의 목부분에 파인 홈으로 김정은의 머리가 드러난다. 옷은 철저하게 4족보행 생물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제작되었기 때문에, 김정은은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거 일어설 수가 없는데요!
남자:원래 그런 겁니다. 아아...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남자가 사진 몇 번을 찍는다. 김정은은 얼른 포즈를 취하려 낑낑거린다. 갑자기 뒤에서 상의를 벗은 구릿빛 피부의 남자 한 명이 다가온다. 남자는 김정은의 바로 뒤에 몸을 밀착시킨다.)
김정은:이 사람은 뭐죠? 왜 나한테...
남자:(무시하며)이제부터 컨셉에 들어갈 겁니다. 역할에 맞춰서 연기를 해주시면 저희가 사진을 찍을 겁니다.
김정은:지금 이러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요?
남자:각하의 뒤에 있는 그 건장한 남성은...미제주의를 상징합니다. 그 남성은 힘의 온상이죠! 그 사람은 지금부터 김정은 각하가 입고 있는 옷, 즉 진정한 인민의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핑키파이>의 아이덴티티를 억압하려 하는 겁니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주십시오! 미제에 압박받고 착취당하는 불쌍한 인민들의 얼굴을 연기해 주세요!
김정은:아...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김정은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신의 뒤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가 김정은의 허리를 붙잡고 자신의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행위를 반복한다.)
김정은:이, 이건 뭐죠?
남자:지금 저 미제주의자들은 공성전을 하고 있습니다! 핑키파이를 파렴치한 폭력으로 굴복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핑키파이는, 모든 인민의 자유의 상징은 결코 쉽게 굴복하지 않습니다! 힘은 없지만, 국방위원장님 같은 구원자가 강림할 때까지 언제든지 미제주의의 폭력에 반항할 것입니다!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지어주십시오! 저 사악한 미제주의자에게 결코 점령당하지 않겠다는 결의! 핑키파이의 결의!
김정은:크르르..나, 나는...네 놈 따위에게 굴복하지 않아!
남자:매우, 매우 좋습니다. 헉헉...조, 좋습니다. 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저 멀리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나타납니다! 그는 구원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인민들은 환호성을 질러댑니다! 환희에 가득 찬 기쁜 표정을 지어주세요! 지금 핑키...아니 인민들은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혁명의 쾌락에 젖어 있습니다!
김정은:나...나는...나는...
남자:혁명의 쾌락!!
김정은:최고야!!!!!(김정은이 눈을 뒤집고 날뛴다)
S.2-2
김정은:(웃음)아, 오랜만에 모델을 하니 피곤해지는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는 오늘, 사악한 미제주의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전세계의 수많은 인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핑키파이라는 자유의 아이덴티티를 통해서 말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로이터 화보에 실린 핑키파이의 모습을 볼 것입니다. 미제주의에게 짓밟히고, 굴복당한 핑키파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핑키파이의 모습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핑키파이에게서, 결국 자기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될 겁니다. 예.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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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확실히 요즘 제가 욕구불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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