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게도, 이놈의 공대개그 시리즈의 망령은 여전히 이 나라 네트워크망에서 물러날 줄을 모른다. 공대개그의 바리에이션은 매우 다양하다. 기초는 간단하다. 한 공대생이 일반인들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방정식, 화학식 등을 나열하며 꽁트를 날리는 것이다. 그리고 댓글란에서, 그 꽁트를 알아들은 사람들끼리 1급 범죄 공모자들처럼 낄낄거리며 웃는다. 그러다가 이 '전형적인 공대생들' 은 느닷없이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의 개그를 알아듣는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들밖에 없다는 걸 말이다. 공대생들의 얼굴에 우울한 미소가 스쳐지나간다. 그들은 서로 씁쓸한 감정을 공유하며 무대의 뒷배경으로 사라진다.
정말로?
당연히 그렇지 않다. 언어의 분화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특권 계급을 탄생시킨다. '공대개그' 와 그 무수한 파생물들(유튜브에 수없이 등록되는 기발한 발명품들을 소개하는 영상 등)은 자신들을 낮추는 척 하며, 실제로는 자기들에게 주어진 지식의 성배를 독점하려는 흉악한 공대생 무뢰배들의 소행에 다름아니다.
만약 공대개그가 정말로 공대생들의 자학에 불과할 따름이라면, 어째서 댓글란의 수많은 '일반인' 들은 "와 정말 공대생들은 대단하다." 라거나 "저런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야만 하다니...나는 죽어도 공학은 못 배울 거야." 따위의 댓글들을 등록하는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기실, 현대 공대생들이 독점하고 있는 '기만자' 의 권좌는 고대 철학자들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고대의 철학자들이 어떠했는가? 장원에서 재배한 풍성한 식물들과 고기로 세미나를 열고, 기독교를 험담하고 플라톤을 찬양하며 그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과 진짜 지식에 대한 열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수한 일반인들을 안타까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들은 스스로 "나는 무지하고 여전히 배울 게 많은 자요." 라고 선언하듯 말했으나, 그 말은 "언제 밥 한 끼 같이 하실래요?" 라는 말과 하등 다를 게 없다. 별 의미 없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한 가지 고무적인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이 공학천하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 귀족들은 문자를 독점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구축했다. 공학자들은 심오한 현대 수학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특이점 사회가 형성되고 경이로운 공학적 자원들이 보편화 되면서 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 시대가 오고 나면, 정말로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홀대받았던(한때 도공들과 기술자들이 홀대받았던 것처럼) 새로운 학계가 등장할 것이다.
바로 치킨튀김학이다. 지금 공학 전공자들이 그러하는 것처럼, 미래의 치킨튀김학 전공자들은 가상 사이버 공간에 닭고기를 튀기는데 사용되는 기름 성분 합성비나, 끓는 기름 거품의 가장 적절한 반구 부피를 구하는 초현대 양자물리학적 공식 따위로 웃기지도 않는 개그를 칠 것이다. 그리고 한때 패권을 구축했던 공학자들은 두툼한 전공책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안절부절못하는 달콤한 복수의 시대가 오리라.
ps:물론 그때의 문돌이들은 생화학 병기의 독극물로 범벅이 된 세미나실 정중앙에 머리만 잘린 채 진열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