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Rav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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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9-24 10:20:51 KST | 조회 | 16,068 |
제목 |
[인터뷰] 미즈나가 히로미, "e스포츠 불모지요? 일본도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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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이웃나라 일본에서 GSL을 보러 왔다던 그녀를 기억하시나요?([인터뷰] 미즈나가 히로미: 일본에서도 GSL 본답니다)
미즈나가 히로미가 스타크래프트 데이(ASL·GSL)와 스타리그 취재를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과거엔 단지 "경기를 보러 왔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일본의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을 얻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녀는 일본의 e스포츠 문화가 2%
부족하다고 진단하며 그 원인을 '팬덤의 부재'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한국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미즈나가 히로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e스포츠의 현황과 노력들, 그리고 한국 e스포츠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본에서 기자 활동을 하고 있는 히로미입니다. 기자 활동과 동시에 다른 일도 여러가지 하고 있습니다. 일본 프로 e스포츠 연맹(JPeF) 간단한 사무직을 겸하고 있고, 가끔 한-일 통역도 합니다. 그리고
정말 가끔이지만 게임방송에 나가 e스포츠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 방송에도 나가신다니 많은 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1인 1역으로는
모든 걸 소화할 수 없습니다. 한 명이 여러 가지를 해야합니다. 인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 e스포츠 기자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한국에 살고 있을 때 e스포츠를
접했고, 팬으로서 즐겼습니다. 2008년 귀국했는데 일본에는 e스포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도 e스포츠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한국 e스포츠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기자 활동을 시작했고 1년에 한 두 차례
한국에서 취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일본 e스포츠 시장도
커지고 있어 일본에서도 취재하고 있습니다. 그런지가 벌써 10년이
돼 갑니다."
- 일본 프로 e스포츠
연맹은 언제 만들어졌나요?
"올해 3월 18일 설립됐습니다."
- 올해 초라면 일본에 LoL 서비스가
시작된 시기와도 비슷하군요. 설립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까?
"아주 약간은 관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LoL 한국 선수가 일본 팀에서 활동 하기 위해 비자가 필요했습니다. 받을
수 있는 비자의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가장 좋은 것은 운동선수 비자입니다. 연맹이 힘을 써 '이터널' 한기훈과 '캐치' 윤상호가 프로게이머 최초로 축구나 프로야구 선수와 동일한 비자를 발급받게 됐습니다. 크게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이 일과 설립 시기가 겹치게 됐습니다."
- 일본 프로 e스포츠
연맹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설립단계부터 e스포츠
문화 활성화라는 주 목표를 가지고 있고, 특히 프로게이머들의 생활 보장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프로게이머는 늘고 있지만 한국 프로게이머처럼 게임만 해서 생활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지원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이 소액 또는 키보드 같은 게이밍 기어 지원 정도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합니다 그런 것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e스포츠와 연관해 이어갈 수 있도록 지도자교육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최근 일본에 프로게이머 양성 전문학교가 생겼습니다. 그 사람들이 졸업한
후 정식 자격증을 발급받아 게이머로서 진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 일본 e스포츠 협회(JeSPA)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연맹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엇보다 프로게이머가 겪는 어려운
점들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선수와 팀을 위해 움직이는 단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협회는 더 큰 장래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작 단계에서
차이가 있어 함께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 일본의 e스포츠는 어떤가요?
"요즘은 일본도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LoL 일본리그
결승에 1300명 정도 유료관객이 모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한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쭉 e스포츠를
봐왔던 저로서는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더니, 일본은 팬덤 문화가 없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일본
팬들은 환상적인 플레이만 보고 싶어하고 누가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못 하는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눈 앞에 있다는 것에 감탄하는 정도입니다.
이번 LoL 결승에서 있었던 일인데,
한 팀에서 바론을 먹자 관객들이 환호했습니다. 그런데 상대 팀이 용을 먹자 똑같은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번 한국 취재기사를 쓸 때도 한국 e스포츠는
팬덤 문화가 발달해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 팬덤의 부재가 배려심이 강한 문화적 영향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팀간 경쟁 구도가 뜨겁습니다. 대단한 플레이를 보고싶다는 마음보단 특정 팀에 대한 팬심이 강합니다. 그런데
유독 e스포츠는 그런 점이 부족합니다. 얼마전 일본에서 미국과
일본의 베인글로리 친선 경기가 열렸습니다. 미국 선수들이 '미국에서
경기를 하면 현장의 절반은 우리를 응원하지만 절반은 절대 우리를 응원하지 않는다. 일본은 다 같이 응원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충격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팀별 팬덤 문화가 없는 것은 뭔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 프로게이머 양성 전문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원래는 애니메이션이나 성우 관련 학교입니다. 거기에 새로 프로게이머 양성 학과가 생겼습니다. 현재는 학생이 5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우 트레이닝을 같이 받는다면 아나운서나 해설자로도 활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전문학교가 생기면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본은
아직 그런 단계입니다. e스포츠나 프로게이머라는 말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 사실 한국에서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게임 대회를 잘 모릅니다.
"그래도 한국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 들 정도입니다. 일본은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팀들이 스폰서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업에
후원을 요청할 때 'e스포츠란 무엇인가'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한국도 스폰서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가 e스포츠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꺼낼 수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 일본은 격투게임이 유명한데, 격투게임
대회는 꽤 알려져있는 편이 아닌가요?
"일본은 철권도 유명하지만,
역시 스트리트 파이터가 인기 있습니다. 국제대회에서도 충분히 활약하고 있습니다. 타 종목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로게이머와 느낌이 유사합니다. 프로다운
모습도 많이 보여줍니다.
이번에 변현우 선수가 우승하고 팬미팅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팬들이 변현우 선수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일본 격투게임 팬 문화도 비슷하게 동경의 대상이라는 느낌입니다. 같이 사진도 찍고 싶고 싸인도 받고 싶어하는 모습에서 격투게임 팬 문화가 한국의 e스포츠 문화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일본 e스포츠계에서는 대회나 팀 운영에서 팬덤을 겨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LoL 결승도 팬미팅이 없었습니다. 대회 주최측이나 선수단에서 팬미팅 약속을 잡아준다면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런 문화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 일본도 한국처럼 e스포츠
전문 매체가 있나요?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e스포츠
기자로도 활동하지만 다른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전문적인
e스포츠 기자는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평소에는
게임 관련 기사를 쓰다가 e스포츠 이슈가 있으면 그 기사를 씁니다.
e스포츠도 다룰 수 있는 기자라는 느낌입니다. 한국처럼
e스포츠만 하는 것은 아직 일본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일본은 게임 잡지가 발달돼 있습니다. e스포츠 관련해서는 어느정도 다뤄지나요?
"별로 다뤄지는 편은 아닙니다."
- 한국은 방송사가 e스포츠계의
한 축입니다. 일본도 비슷한가요?
"일본은 리그를 운영하는 회사가 따로 있습니다. 대회를 만들고 트위치나 니코니코, 오픈렉같은 방송 플랫폼과 계약을 합니다. A.V.A처럼 게임 회사가 주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과의 차이점입니다."
- 공중파나 케이블보다 인터넷 방송 위주겠네요.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에서 e스포츠 대회를 다루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가끔
나오는 걸 본 적은 있습니다."
- 요즘 한국은 오버워치 대회 소식이 화제입니다. 일본에서 오버워치는 어떤가요?
"일본도 정식 서비스 중이며 인기가 많습니다. 콘솔이 발달돼 있다보니 콘솔로도 접할 수 있는 오버워치를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기와 e스포츠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일본은 LoL 팀을 꾸린 팀이 오버워치 팀도 만드는 추세입니다. 대회를 열려는 단체도 있고 이를 준비하는 게임팀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은 아직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는 해외에서 대회가 먼저 열리고, 반응을 지켜본 뒤 일본에서도
대회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게임은 한국과 비슷하게 가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 사람들은 지금 e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지만 e스포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앞으로는 세계 e스포츠 흐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이번엔 스타2 결승을
취재하셨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의 스타2 인기는 어떤가요?
"일본은 스타2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다보니 소수만 즐깁니다. 도쿄에서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었을 때 20명이 모이면 괜찮은 정도입니다."
- 지난 인터뷰에서 장민철 선수의 인기가 높다고 언급하셨습니다. 복귀 소식을 듣고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장민철 선수의 복귀를 환영했습니다. 여전히 인기가 많은 선수입니다."
- 현재는 어떤 선수가 주목받고 있습니까?
"보통 일본 유저들은 해외대회를 많이 시청합니다. 그래서 해외대회에 많이 나가고 영어를 잘 하는 선수가 주로 인지도가 높습니다.
이번 스타리그 결승도 일본에서는 박령우 선수보다 강민수 선수가 더 인기가 많았습니다."
- 한국에서 인기 있는 선수라면 주성욱이 생각나는데, 일본에서는 어떤가요?
"주성욱 선수에게는 미안하게도 한국만큼의 인기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주성욱, 김대엽보다 연맹 출신인 이동녕, 정지훈 선수가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팬들은 거의 남자라 외모는 중요하게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 GSL에선 변현우 선수가 무소속 우승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독특한 성격도 인기의 주 요인으로 꼽히는데. 일본 팬들도 이 점을
알고 있나요?
"변현우도 인기가 많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그래도 그의 독특함은 어느 정도 일본 팬들에게도 전달됐을 것 같습니다. 번역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사실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번에 스타리그가 끝나고 뒷풀이를 갔는데 변현우 선수가 왔습니다.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기자들만 있는 곳에 불쑥 나타난
것이 독특하지 않나 싶습니다(웃음). 선수들의 독특한 매력을
이런 일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 오랜 기간 한국 e스포츠를
봐오셨습니다. 한국 e스포츠계는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e스포츠
선진국입니다. 꾸준히 시장이 성장했고, 팬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습니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완성돼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목과 사람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한국 e스포츠는 재밌고 훌륭합니다. 물론 선수들의 실력도 출중합니다. 반면 일본은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합니다. 격투게임을 제외하면 해외대회 활약상이 거의 없습니다. 이번에 LoL은 와일드카드전에서 탈락했습니다. 베인글로리나 하스스톤은 괜찮은
편인데 다른 나라와 비슷한 출발선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롤드컵도 꾸준히 실력을 쌓다 보면 본선에서
일본 선수들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구체적으로 연맹 얘기를 하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연맹에서 사무 업무와 통역 일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소개하는 느낌으로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이번 인터뷰가 일본 e스포츠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LoL이나 하스스톤도 타 지역 서버에서 즐기는 일본 유저들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식 서비스가 됐습니다. 일본에서 스타2는 정말 작은 시장이지만 '사이아크'나 '바이스라바나' 선수의 활동이 소개되면서 세계 대회에 참가할 길이 열렸습니다. 이렇듯 알려지는 건 참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일본 e스포츠계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에 전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일본도 세계 e스포츠라는 큰 기류의 한 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e스포츠를 사랑하고, 일본에 한국 e스포츠를 소개하는 일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물론 기존 업무도 게을리 하진 말아야겠죠. 한국 팬들께서도 일본 e스포츠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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