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아이덴타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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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10-17 16:14:22 KST | 조회 | 1,465 |
제목 |
이블 위딘 진짜 마지막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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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9까지 들어가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일단 저 이 게임 아직 좋아해요. 아직도 즐기는 중입니다. 하지만 배신감이 느껴지네요.
어느 챕터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쌍둥이 강아지 두마리 짬뽕 시킨 괴물하고 맞장 뜰 때 시점과 레터 박스 + 개같은 패턴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습니다. 온 사방에 수풀이 배치되어 있고 강아지가 거기 숨어있다가 나오는데 측면으로 전력 질주를 해도 이 개 같이 생긴 개 같은 개 자식이 유도탄 마냥 달려와서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니가 마영전 보스냐? 모든 공격에 유도 판정있게?
필사적으로 패턴 알아내려고 하니까 방법이 있더군요. 한번 돌진 할때 방향이 특정한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오히려 앞으로 접근하면 피해지더군요. 문제는 주인공이 구르기 같은 회피 동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느려터져서 피하려면 찍어야합니다. 복불복이죠. 10댓번 죽으면서 겨우 패턴 파악하고 얼음화살과 전기 화살로 묶은 다음에 근처에 있던 총알까지 긁어모아 샷건 6발을 머리통에 갈겨서 잡았습니다.
지금까지 샷건 총알을 못 찾아서 저걸 못 잡았다는게 어이가 없더군요. 그냥 내가 죽기 전에 총알 다 써서 빨리 죽이는게 유일한 공략법입니다. 뭐 적어도 제 경험 안에서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어이가 없었죠. 차라리 나중에 나온 금고 대가리가 더 쉽게 느껴지던데요.
게다가 주인공 뒤에 있던 수풀이 카메라를 가려버리는 바람에 그것만으로도 여러번 죽었습니다. 정말 짜증나는 구간이더군요. 여기서 이 게임에 대한 인상이 좀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공포감과 스토리 진행에 대해서.]
슬슬 게임 진행을 하다보니 분위기에 익숙해집니다. 캐첩쇼에 피가 잔뜩 동원 될 수록 구린 텍스쳐 가리는 수작이라는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공포감이야 사람마다 개인 차이가 있는거고 이 게임은 계속 공포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가끔씩 깜짝 놀라고 그랬어요.
문제는 스토리 전개가 좀 구립니다. 이 구린 전개가 그나마 있던 몰입까지 대폭 깎아먹고 있습니다.
요즘 액션 게임 주인공들은 환각 상태 몇 번 겪는게 유행 같더군요. 파 크라이나 스펙 옵스 같은거요. 둘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광기에 빠져들어가는 과정을 보게 되는 게임이죠.
이제부터 무슨 말 하실지 바로 짐작이 가실겁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순간은 분위기를 전환시켜주고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각종 연출을 사용 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이 게임에서는 무슨 스토리 전개 보조 도구 같더군요. 좀비랑 열심히 싸우다가 컷인 한 번 보고 환각 한번 봤다가 정신이 들면 레벨이 바뀝니다. 게임 시작부터 루빅이 어째서인지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튜토리얼하기 딱 좋은 곳으로 슉 옮겨주죠. 환각 한번 거치면 눈 앞에 기절해 있는 동료가 있고 또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가 돌아오면 루빅 님께서 고맙게 도움 안되는 동료와 헤어지도록 내용을 전개시켜주지요. 데드 스페이스3 에서 사다리 한번 올라갈 때마다 사다리가 박살나서 일행과 떨어져서 움직이던 아이작이 떠오르덥니다.
심지어 주인공도 이 상황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요. 별에 별 상황들을 다 겪어도 정신 머리가 멀쩡하고 표정 하나 안 바뀌는 건 처음에는 그냥 저 정도로 담력이 강한 캐릭터구나 싶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니... 그냥 입체적인 성격을 만드는데 별로 신경을 안 쓴거 같습니다. 이 새끼는 그냥 로보트에요.
솔직히 말해서 몇몇 연출들은 괜찮았습니다. 해부학도들만 동원해서 꾸민듯한 실내 장식들이나 좀비들 생긴 것들이 별로 안 무섭게 생겼네 하면서 불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여기 적들은 엄청 무섭게 생겼지만 그저 우리들이 오만가지 게임을 하면서 자극에 익숙해졌을 뿐이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미카미 신지가 첫 단추를 조금 어설프게 꼈다고 봅니다.
전 공포 영화나 만화, 소설, 게임 등 하여간 공포가 앞에 들어가는 창작물을 평소에 그리 찾아 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공포 게임을 만드려면 주인공은 철저히 무력해야만 합니다. 이 게임 홍보 문구 중에 '철저히 가혹한 상황과 그걸 극복하는 쾌감'이라고 적혀 있는게 기억납니다. 애초에 극복이 가능하면 공포가 아니잖아요. 총알 좀 적게 준다고 계속 긴장되고 공포 게임이 되는게 아니란 말입니다. 여기서 유저들이 게임을 사고 설치하면서 기대했던 특이점과 게임 자체의 한계점이 엇갈리는 겁니다.
공포의 기본은 미스테리함(정체를 알 수가 없음)에 있다고 합니다. 확실히 이 게임은 처음에는 살인마에게 쫓겼다가 갑자기 좀비나 마법 같은게 나오면서도 뇌실험하는 장면도 계속 보여주죠. 세이브 포인트도 정체를 알 수가 없고요. 덕분에 우리는 주인공과 함께 어디서 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환각에 빠진건지 설마 마법 따위의 구려터진 설정으로 내용이 끝나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공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몰입시키려면 정교한 플롯을 요구해야하는데 상술했던 '편리한' 환각 장면들 덕분에 몰입감과 완성도는 다 날라갔죠.
결국 이게임에서 남는 건 중반 이후 초반의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 이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구려터진 시점과 급박한 상황에서 먹히지 않는 조작, 그리고 총알을 쓸데 없이 낭비한 것에 불평 뿐 입니다. 총알이 다 떨어졌다며 어떡해야 할까 고민하는게 아니라요.
그래도 아직 엔딩을 보고 싶습니다. 무섭든 안 무섭든 이런 괴기한 분위기에서 싸우는 것도 나름의 맛이 있으니까요. 6만원이나 주고 산 만큼 좀 더 고난이도를 도전하고 싶었지만 보아하니 미카미 신지는 이걸 정말 액션 게임이 아니라 공포 게임이라는 걸 피력하고 싶었는지 한대 맞으면 죽게 만들었다고 들어서 일찌감치 포기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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