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노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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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5-30 00:12:46 KST | 조회 | 1,811 |
제목 |
따봉북에 쓴 다키스트 던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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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게임 리뷰: 다키스트 던전>
5/10
다키스트 던전은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구축하고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여 킥스타터에서부터 멋지게 성공한 인디 게임이다. 지나치게 흔한 인디 게임들의 픽셀 그래픽에서 탈피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과도히 징그럽거나 무겁지 않지만 충분히 잘 묘사한 일러스트형 그래픽, 어느 정도는 전술적인 전투 방식, 러브크래프트 소설에서 묘사되는 인간의 광기를 제법 잘 묘사한 연출 등은 훌륭하다.
하지만 나는 이 게임에 쏟아진 여러 찬사들에 별로 공감은 하지 못했다. 우선, 게임이 너무 과도하게 확률에 의존한다. 물론 확률에 의존하는 게임이 한두개가 아니고 미소한 확률을 뚫는 쾌감이 게임에서 엄청난 재미를 제공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턴 게임이 전술적인 방식으로 재미를 주려면 플레이어가 자신의 선택과 생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훌륭히 구현한 게임이 역시 턴제 전술게임에서는 전설적이라고 할 수 있는 XCOM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런 것 따윈 없고 그냥 무조건 확률이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고,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갖춰도 운이 좀 나쁘면 결국 도망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달성의 쾌감은 단순히 운 뿐만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완벽하게 해냈다는 점에서도 와야 한다. 즉, 플레이어가 게임 내부의 전투에 대해 자신이 충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그런 것은 너무 적다.
그리고 좀 거대한 스코프로 볼 때 전략적인 면에서도 게임이 그렇게 유도리있는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영지를 꾸려가면서 더 나은 군대를 만들고 최종적인 목표인 '가장 어두운 던전'을 침입해야 하는데, 이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위기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갈수록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기보다는 그냥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은 괴물들이 출현하는 곳만 줄창 돌면서 더 강한 군대를 만들고, 이제 최종장이 됐다 싶으면 군대를 가장 어두운 던전으로 보낸다.
그러다 만약 실패하면, 다시 가장 어두운 던전에 보낼만한 정예들을 뽑아서 계속 성장시키면 되고, 플레이어는 아무런 패널티도 입지 않는다. 그냥 원래 키워놨던 정예들이 죽는 데에서 오는 짜증만 있을 뿐이다. 이것은 게임을 굉장히 루즈하게 만든다. '압도적인 공포'라는 게임의 테마 같은 건 온데간데 없고 그냥 귀찮은 반복적인 키우기만 있을 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게임의 산재한 불합리함을 분위기로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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