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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6-06-26 19:30:45 KST 조회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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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끝나지 않은 제국

2003년 4월 29일은 모든 게임 디벨로퍼들이 영원히 기억해야 할 날이다. 이 날,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은 아타리 쇼크, 블리자드 탄신일, EA의 웨스트우드 합병 이래로 최대의 변혁을 맞이했다. 이 날, 지금까지 보잘 것 없는 노동 경쟁력으로 치열한 세계 경제의 파도를 힘겹게 견뎌내며 궁핍함과 반동주의적 민족부흥정신을 엑스터시 삼아 근근히 살아남은 것인 줄만 알았던 극동의 한 작은 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게임 제국이 탄생했다.

 

메이플 스토리.

남한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만든 이 혁신적인 게임은 2D 횡스크롤 액션과 MMORPG의 방법론을 마술처럼 섞어낸 기획의 정점이다. 울티마 온라인을 만든 '로드 브리티시'는 메이플스토리 클로즈베타를 2시간 플레이한 후 게임계를 떠나 우주로 갔다. 자신의 천재성은 더이상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하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심오한 전원 풍경 그림이 배경으로 붙어있는 광활한 초목지, '초보자 아일랜드'로 추락한다. 풀잎은 생기 있고 두툼하며, 투실투실한 구름은 걸리적거리는 것 하나 없이 창궁을 느리게 가로지른다. 모니터 밖에선 느껴지지 않는 전자적 향기는 두근거리는 달콤한 향기를 품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당신의 분신을 만들어야 한다. 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온라인 게임에 발을 들이기 위해 만들어야 할 (무료)여권이다. 제작 과정은 그 어떤 방정식으로도 풀 수 없는 가장 위대하고도 철학적인 대자언의 시스템에 기대어 있다 - 주사위다.

캐릭터를 만들고, 당신의 주민등록번호로 분류되는 성정체성을 강제로 받아들이고 나면-그리고 남성은 공격적이거나 더벅머리여야 하고, 여자는 깍둑 자른 정갈한 단발머리를 하거나 무해한 표정을 지어야만 한다는 한국식 밀레니얼 사상을 체득하고 나면- 우리는 메이플 세계로 떨어진다.

 

오, 이 목가적인 세계...이 세계에는 서사가 없다. 공허하고 느슨한 법칙으로 흘러가지만, 자유롭다는 느낌은 받기 힘들다. 당신은 시작부터 제약을 받는다. 이동속도는 너무 느리고, 커뮤니티 기능은 공기처럼 투명하며, 사냥 역시 지나치게 단조롭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걸 막을 수 없다. 왜 이 단순노동에 불과한 게임이, 이토록 위대한 명예를 거머쥐었는가?

답은 내 친구여, 바람에는 확실히 없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이로운 게임을 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한 게임을 원한다. 단순하다는 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에 제약이 많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 메이플 스토리의 핵심 컨텐츠는 나 역시 조악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게임은 직관적이다. 직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멍청하다. 메이플스토리는 그 핵심에 닿았다.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각자의 돌을 굴리는 시지프스가 된다. 돌을 산 꼭대기에 올려놓음으로써 그들은 레벨 업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턱없이 짠 보상이다. 누가 시지프스를 인간의 근본적 두려움을 승화한 노동신화라 하는가? 무용한 노동에서 가치를 얻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다수다. 메이플스토리의 영역은 언제나 확장된다.

 

메이플스토리는 죽어가고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떤 제국도 타고난 수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메이플스토리는 막대한 개발력을 동원한 양적 완화로 수명을 연장했다. 더 많은 직업, 근본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설계사상을 가진 더 많은 직업들이 배출됐다. 많은 사람들이 연어 떼처럼 게임으로 복귀했다가 다시 빠져나갔다. 그것 만으로도 제국은 살아남았다.

 

또 다시, 메이플스토리는 거대한 업데이트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전 직업 5차 전직이라는 타이틀로 돌아왔다. 더 많은 노동이 당신들을 기다린다. 위젯은 이미 메이플스토리의 단순화된 틀에 복잡성을 가미한 메이플스토리2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다. 예정된 실패였다. 메이플스토리의 성공은 그런 재미에서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1억명의 인구를 거느린 본가에서, 탕아처럼 돌아온 위젯은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잘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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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딜도사라 (2016-06-26 19:32:5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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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뻥을 왜이리 정성스럽게 치셔
포더윈터 (2016-06-26 19:35:1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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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정성스러운 뻥입니다.
김노숙 (2016-06-26 19:35:1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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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 드립니다.
고철덩어리거인 (2016-06-26 19:36:2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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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낭비
아이콘 딜도사라 (2016-06-26 19:37:5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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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더윈터/생각 없이 플엑하시다 진심 명언이시네..혹시 나중에 어디 인용해도됨?
아이콘 돈두댓 (2016-06-26 19:42:2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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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제국... 제국의 존속.. 당신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 실낱같은 바람이 은연중에 언뜻언뜻 비치는 것 같아 코끝이 찡해지는군요. 부정할 생각 말아요!
로코코 (2016-06-26 19:43:2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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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개종했습니다...
아이콘 돈두댓 (2016-06-26 19:48:0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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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개종하다니.. 나중에 회개하세요
포더윈터 (2016-06-26 19:48:0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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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퍼져있는 이야기이고 제가 먼저 만든건 아니에요. 작가는 훌륭한 거짓말쟁이라던가 뭐 그런 비슷한 논조로 기성 작가들이 여러번 꺼낸 이야기임.
김노숙 (2016-06-26 19:50:0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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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속이가 왜이리 많냐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6-06-26 19:53:1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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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끝이 보이지 않는 레벨업의 돌을 굴리는게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즐거움이었단 말인가... 나는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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