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양이 방대하고 다이얼로그는 개성적이며 컷씬의 질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물론 웰메이드 시네마틱은 아니지만) 위쳐3은 초반부에 닥치는대로 화력을 쏟아부었다가 막판에 호흡이 흐트러지는 게임이 아니다. 백색 과수원에서 케어 모헨에 이르는 59시간 동안 나는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제작자들이 이 게임의 캐릭터들에게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준비한 수많은 이벤트들이다. 위쳐3은 괴물을 사냥해서 금화를 버는 무뚝뚝한 사냥꾼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다크판타지처럼 우중충한 스토리로 피칠갑을 해대진 않는다. 게롤트는 선택에 따라 충분히 재치있고 지적이며 어느정도 도덕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다. 벨렌에서의 소연극, 스켈리게의 왕위 계승식, 케어 모헨에서 만난 늙은 전우들과의 술자리 등, 소소하지만 중요한 이벤트를 통해 게임은 게롤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섬세하게 터치해나간다.
RPG가 무엇이던가? 바로 인물들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 아니었던가. 위쳐는 방대한 오픈월드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서사를 질식사시키는 게임이 아니다. 위쳐의 (불완전한)오픈월드는 탄탄한 역할 판타지의 기반 위에 서있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 진짜 게임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