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러브레터같은 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그 모든 비아냥과 흠결에도 불구하고(*참고로 말해두지만 공허의 유산은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찬사를 받은 보편적으로 훌륭한 게임이다) 공허의 유산을 스타크래프트 트릴로지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위쳐3은 방대한 분량과 뒤떨어지지 않는 디테일, 훌륭한 아트 수준과 연출력, 다이얼로그 등으로 이미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내가 정말로 이들 게임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건 바로 이 '러브레터' 같은 후일담이었다. 특히 블러드 앤 와인은 그 동안 시리를 구하고 세계를 와일드 헌트의 손아귀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분투했던 게롤트에 대한 제작진의 헌사이자, 팬들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애정이 담긴 서신이었다는 점에서 나를 더없이 만족시켰다.
사실 위쳐3이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게임은 아니다. 그리고 가장 완벽한 게임도, 물론 아니다. 내 생각에 이 게임이 찬사 받아야 할 부분은 전부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벨렌과 스켈리가, 투상까지 이어지는 무수한 부가 퀘스트를 감상해 보셨는가? 모든 퀘스트는 풀 다이얼로그와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선택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의 가장 작은 부분까지 당신의 선택이 반영되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
한편 삐까번쩍한 텍스처로 빚어진 NPC들이 벌이는 주술의식, 전승, 민담, 잔치, 노래, 발라드, 희곡은 정말로 13-14세기 무렵 유럽 문학의 절묘한 차용을 겸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광활한 위쳐 월드에 진짜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위쳐는 월드만 크고 무성의한 무작위 이벤트만 가득해서 내세울 건 분위기밖에 없는 전혀 흥미진진하지 않은 샌드박스 게임이 아니고, 할 줄 아는 대사가 "나는 무릎에 화살을 맞았다"밖에 없는 멍청한 경비원들이 있는 판타지 게임이 아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유저들의 흥미를 북돋으며, 그것이 이 게임을 진정 위대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하여, 약 60시간에 걸친 내 게롤트의 여정이 끝났다. 편히 쉬길, 하얀 늑대여! 그리고 부디 또 다른 위쳐 월드의 게임을 만날 수 있게 되길 고대한다.
Score:
Awesome(블리자드 우편에 앉아계실 수 있는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