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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stroyer_155
작성일 2006-02-06 12:44:54 KST 조회 1,961
제목
근성을 올리는 글
-DC 김성모갤의 '불꽃남자'님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희곡
2000년대 신홍길동전

조원 : 이 불꽃남자의 프라이버시라고 그렇게 말했지.

때 : 2000년대 초반
장소 : 집, 버스 정류장, 지하실, 경찰서, 청와대, 지하 감옥, 병원
나오는 사람 : 어머니, 홍길동, 이한수, 박용택, 오대수, 대통령, 서기, 경찰 1, 경찰 2, 보디가드 1, 보디가드 2

막이 오르면 집 안 배경이 걸려있다. 길동, 등장한다.
홍길동 : 가출하고 열흘 밖에 되지 않았는데 집에 들어오다니 나도 많이 약해졌군. 우선 배가 고프니까 뭘 좀 먹어야지.(부엌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홍길동 : 아, 이제 배 좀 부르다. (하품을 하며) 그럼 이제 좀 잘까?
길동이 이불을 덮고 잔다. 한참을 자다 길동이 뾰족한 물체에 찔린 듯 일어난다.
홍길동 : (짜증을 내며) 아, 잘 자고 있었는데 이거 뭐야? (이불 속에서 책을 꺼내며) 이게 뭐지? 일기장 아니야? 어, 홍두깨라면 우리 아버지? (책을 펴고 읽다가) 이… 이거! 우리 아버지가 독도수비대장 이셨다니! 그래, 나는 아직 때묻지는 않았잖아! 아버지, 죄송합니다. 이제부터는 착한 아들이 되겠어요.
길동은 울면서 잠든다. 조명이 꺼진다.

조명이 켜지면 버스 정류장 배경이 걸려있다. 길동, 중간에 서있다.
홍길동 : 아, 피곤해. 빨리 집에 가서 어머니께 밥 해달라고 해야지.
그 때 누군가 길동을 부른다. 한수, 등장한다.
이한수 : (길동의 어깨를 치며) 야, 진만아 오랜만이다. 요즘 용택이 형님께서 일을 계획하고 계신데 뭐 일 없으면 같이 가자!
홍길동 : 네? 누구신지…….
이한수 : 아, 이 한수 형도 잊어버렸냐? 아니면 무슨 불만있냐? 불만 있으면 말로 하지마!
홍길동 : (혼잣말로)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나보군. 하지만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으니 한번 따라가 볼까? (식은땀을 흘리며) 아, 형 가야죠 뭐.
길동과 한수, 퇴장한다. 조명이 꺼진다.

조명이 켜지면 지하실 배경이 걸려있다. 길동과 한수, 등장한다.
홍길동 : (주위를 둘러보며 혼잣말로) 아니, 지하에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놀랍다. 그런데 이 곳에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박용택 : 며칠 뒤 우리는 대통령을 암살할 것이다. 일단 제1진은 청와대 입구 쪽으로 들어가고, 제2진은 담을 넘어서……. (벽을 향해 총을 쏘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홍길동 : (혼잣말로) 이… 이거! 정말 큰일이군. 대통령을 암살한다니…….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겠어.
길동, 몰래 퇴장한다. 조명이 꺼진다.

조명이 켜지면 경찰서 배경이 걸려있다. 길동, 뛰어오며 등장한다.
홍길동 : (뛰어 들어오며)헉, 헉…….
경찰 1 : 무슨 일이십니까?
홍길동 : 저기… 그게… 대통령을 죽이려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경찰 2 : 네? (웃으며) 대통령을 죽이려는 사람들이 있다니, 꿈을 꾸셨나 봅니다.
홍길동 : 아, 아니 제가 직접 대통령을 죽이는 사람들에게 들었다니까요.
경찰 1, 2 : (길동을 쫓아내며) 왜 이래, 이 양반?
경찰 1, 2 퇴장한다.
홍길동 : (화를 내며) 이런, 안 믿어주잖아? 할 수 없지. 내가 직접 그들을 막아야겠다.
길동, 퇴장한다. 조명이 꺼진다.

조명이 켜지면 청와대 배경이 걸려있다. 보디가드 1과 2, 중간에 서있다. 길동, 등장한다.
홍길동 : 드디어 청와대에 도착했다.
보디가드 1 : (길동을 가리키며) 당신 뭐야?
홍길동 : (당황해 하며) 네? 아, 저기…….
보디가드 2 : (길동을 가리키며) 설마 박용택파?
홍길동 : (당황해 하며) 아, 아니 나는 박용택파가 아니라…….
보디가드 1 : (길동에게 뛰어가며) 야, 빨리 이 놈 잡아! 감옥에 처넣어!
홍길동 : (뒷걸음질치며) 아, 사람 말 좀 듣고……. (도망친다)
길동, 뛰어서 퇴장한다. 보디가드 1과 2도 길동을 따라 뛰어서 퇴장한다. 조명이 꺼진다.

조명이 켜지면 다시 청와대 배경이 걸려있고 보디가드 1이 서있다. 길동, 등장한다.
홍길동 : (미소를 지으며) 하하, 안녕하세요? 제가 좋은 정보를 가르쳐 드릴까요?
보디가드 1 : 좋은 정보? 그게 뭐냐? 설마 우릴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니겠지?
홍길동 : (웃으며) 하하, 그거야 당연한 것이지요.
보디가드 1 : 그래, 그 정보가 무엇이냐? 빨리 말해봐.
홍길동 : (진지한 표정으로) 지금 박용택파가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합니다.
보디가드 1 : (비웃으며 속삭이듯이) 그래? 그것 참 놀랍군. 근데 말이야 어쩌지? 왜냐하면 나는 박용택 형님의 충실한 부하거든…….
보디가드 2, 등장한다.
보디가드 1 : (무서운 표정으로) 야 빨리 이놈 잡아! 이 놈 박용택의 스파이야!
보디가드 2 : (길동의 뒤에서 잡으며)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를 해놨지!
홍길동 : (보디가드 2에게) 이봐, 저 자식은 사실 박용택의…….
보디가드 1, 길동을 발로 찬다. 길동,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기절한다.
보디가드 1 : 이 자식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보디가드 2에게) 야, 이 놈 입 테이프로 단단히 감어!
보디가드 2 : (길동을 노려보며) 박용택의 졸개 자식! 감옥에서 썩게 해주마!
보디가드 2, 길동을 끌며 퇴장한다.
보디가드 1 : 하하하, 바보 같은 자식들. 이제 박용택 형님의 세상이 왔다!
보디가드 1, 퇴장한다. 조명이 꺼진다.

조명이 켜지면 동굴 배경이 걸려있다. 길동, 중간에 주저앉아있다.
홍길동 : (두 주먹을 쥐고) 박용택, 이 쌈박한 새끼!
대수, 등장한다. 길동에게로 다가온다.
홍길동 : (뒷걸음질치며) 이… 이거!
길동, 뒷걸음질치다 벽에 부딪힌다.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서 있는다.
오대수 : 왜 이래, 이 양반?
홍길동 : (겁에 질려) 누… 누구시죠?
오대수 : 내 이름은 오대수. 이유도 모른 채 이 곳에 15년간 갇혀 군만두만 먹었다.
홍길동 : 저… 혹시 물 좀 마실 수 있을까요? 너무 목이 마릅니다.
오대수 : 풋 사과 녀석, 수분 섭취는 몸을 무겁게 할 뿐이다?
홍길동 : 네? 아……. (조심스럽게) 저…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오대수 : 청와대 지하 감옥엔 자비심이 없다! 40개의 함정 중 단 한 개에만 걸려도 넌 끝장이지!
홍갈동 : (고개를 떨구며) 이… 이거!
오대수 : (길동의 어깨를 잡고)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는 그 순간이 바로 게임 종료다!
홍길동 : (고개를 들며) 그… 그럼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까?
오대수 : (뒤로 돌아서) 사실 난 사이버네틱스 강화 장치를 단 개조 인간이다. 흔히들 드라군이라고 부르지. 혹시 이런 말 들어봤나?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하는…….
홍길동 : 드, 드라군이라면 혹시 그 드라군을 말하는 것인가요!
오대수 : 그래, 나는 그 드라군이다. 내 몸에는 자폭용 소형폭발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대다수의 드라군들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와 달리 약간 따뜻한 마음씨를 가져 차마 내 손으로 폭파시킬 수 없었다. (길동에게 돌아서) 방법은 단 한가지, 네가 나를 폭파시켜 주는 것이다!
홍길동 : 하… 하지만……. 그건 안돼!
오대수 : 돼! 만약에 내가 여기서 한 떨기 꽃처럼 사라진다면 내 관은 오동나무 티크 무늬로 짜 주고 묘소는 풍수지리설에 입각한 햇빛 잘 비치는 곳에 써 주고 나의 불굴의 정신으로 지하 감옥을 폭파한 이 현상을 글로 써서 후세에 장렬히 남겨다오.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오대수 자서전 쯤 되겠지.
홍길동 : 저…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대수 : (옷을 벗고) 이 것이 폭파 버튼이다!
대수, 눈을 감는다. 길동이 버튼을 누르면 서서히 조명이 꺼진다. 폭파음이 들린다.

조명이 켜지면 청와대 배경이 걸려있다. 중간에 보디가드 1과 2가 서있다. 길동, 등장하여 청와대를 향해 뛰어간다. 보디가드 1, 길동을 막으려고 한다.
홍길동 :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길동, 둘 사이로 빠져나가 뛴다.)
보디가드 1 : (길동을 가리키며) 이… 이거! 빨리 저 놈 잡아!
보디가드 2 : (길동을 향해 뛰어가며) 우와아아앙!
홍길동 : 난 100m에 15초! (뒤를 돌아보고) 하지만 튈 때는 11초! (속력을 올린다.)
길동, 퇴장한다. 보디가드 1과 2, 길동을 따라 퇴장한다. 조명이 꺼진다.

조명이 켜지면 청와대 내부의 배경이 걸려있다. 중간에 박용택과 대통령이 서있다. 길동, 등장한다.
박용택 : (길동을 보고 놀라며) 뭐… 뭐야!
홍길동 : 뭐긴 뭐야, 이 홍길동 님의 미칠듯한 스피드지!
박용택 : 그래봤자 이미 늦었다!
홍길동 : (박용택을 가리키며) 일전에 너의 총 쏘는 모습은 분명 아직 여물지 않은 풋 사과 같은 실력이었다!
박용택 : (이성을 잃고) 뭐야, 풋 사과!
홍길동 : (용택을 가리키며) 나에게 공격해봐. 오른손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너의 공격을 8번까지 피해줄테니까.
용택, 길동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용택, 방아쇠를 당긴다.
홍길동 : (살짝 피하며) 공격은 스르륵! (용택을 향해 뛰어가며) 반격은 쾅쾅쾅!
박용택 : (길동을 향해 주먹을 날리며) 너 정말 다치진 않고 완전히 죽고 싶니?
길동, 용택의 주먹에 맞는다.
홍길동 : (배를 감싸쥐며) 꾸워어억!
박용택 : 너 따위 녀석에겐 총알을 쓰기가 아깝다. 어때, 나에게 항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홍길동 : 싫어! 차라리 지나가던 개와 춤을 추겠다!
박용택 : (웃으며) 싫어 -> 질어 -> 좋아? 킬킬, 두음법칙상 좋다는 얘기군. (무섭게) 네놈, 중간에 끼어들더니 똥오줌 못 가리지? (길동을 발로차며) 네 녀석의 모든 뼈와 살을 분리시켜 주겠다!
홍길동 : (가드를 올리며) 아… 아까의 타격과는 틀려! 이… 이건 뼈 속까지 아프다.
박용택 : 홍길동, 그 지친 몸으로 막아 낼 수 있다면 진정으로 네놈을 존경하겠다.
홍길동 : (일어서며) 그럼 존경해! 너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난 알아내고야 말았다. 벌써 네놈에게 맞은 횟수가 꽤 되니까.
박용택 : (놀라며) 뭐… 뭐야?
홍길동 : 네 놈의 공격 패턴! 강약약 강강강약 강중약! 이제부터 내 공격을 막는데 애로사항이 꽃 필 것이다! 이 햇병아리 녀석, 까불지 말고 이 눈이나 잘 보아라. 이 눈이 너같은 소인배 녀석에게 당할 것 인가를 말이다! (박용택을 공격한다.)
박용택 : (막아내며) 이… 이거! 왜 이렇게 갑자기 달라졌지?
홍길동 : 이게 바로 집중력 차이지! 끼야하아! 이제 완전히 개발살을 내 버리는거야! (숫자에 맞춰 용택을 공격하며) 1, 2, 3, 4, 5, 6, 7, 8 아싸 좋구나! 나 홍길동, 아직 근성은 다 하지 않았다!
박용택 : 그깟 잘난 근성 고추장에 쌈이나 싸드시지? (길동을 공격한다.) 왜 이걸 모르는가? 고양이는 아무리 몸부림쳐도 호랑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스쳐도 한방!
홍길동 : (용택의 공격에 맞고 쓰러진다.) 으아아아!
박용택 : (총을 들고 길동을 쏘고) E.N.D 홍길동. 저승에 가서 너희 아버지랑 국어 교과서나 실컷 봐라! 염라대왕이 묻거든 이 박용택님이 보냈다고 전해주고. (크게 웃는다.)
보디가드 2, 몰래 등장한다. 그리고 웃고있는 용택의 뒤를 잡는다.
박용택 : (당황하며) 이… 이거!
홍길동 : (정신을 잃고) 으으…….
보디가드 2 : 미안하다, 똥 싸느라 조금 늦었다.
조명이 꺼진다.

조명이 켜지면 병원 내부의 배경이 걸려있다. 길동, 침대에 누워있고 그 옆에 대통령과 서기가 서있다.
홍길동 : (눈을 뜨며) 으으…….
대통령 : 길동 군, 이제 정신이 드는가? 몸은 좀 어떤가?
홍길동 : (상체를 일으키고) 으으……. 괜찮습니다, 각하.
대통령 : (길동의 어깨를 잡으며) 정말 고맙네. 자네가 나를 구했어.
홍길동 : (당황해서) 아… 아닙니다. 그거야 당연한 것이지요.
대통령 : 음… 자네 뭐 하고 싶은 일이나 먹고 싶은 게 있나?
홍길동 : (잠시 생각하고) 저… 사실 저희 아버님이신 홍두깨께서는 예전에 독도수비대장이셨습니다. 저는 아버님의 일을 잇고 싶습니다. 원컨대 저를 독도수비대장에 임명해주십시오. 그게 저의 유일한 소원입니다.
대통령 : (잠시 생각하고) 음… 좋네. 이보게 서기, 홍길동을 제3대 독도수비대장으로 임명하시오.
서기 : 네, 알겠습니다. (노트에 뭔가를 적는다.)
홍길동 : 정말 감사합니다, 각하. 제가 이 한몸 바쳐 독도를 굳건히 지키겠습니다.
대통령 : (미소를 짓는다.)
조명이 꺼진다.

조명이 켜지면 집 안 배경이 걸려있다. 길동, 자고 있다. 어머니, 길동을 깨운다.
어머니 : (화를 내며) 이 후레자식아, 가출했다가 열흘만에 집에 왔는데 라면을 끓여먹었으면 설거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만 그릇이라도 치워야지! 빨리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나 해! 학교에서 전화가 얼마나 왔는지 알아? 너 오늘 학교 갔다와서 죽을 준비해!
홍길동 : (일어나서) 그냥 밥을 준비하면 안 될까요?
어머님 : (길동을 때리며) 이 자식이 지금 말장난이나 하고 있어?
홍길동 : (도망치며) 으아아아! 뭐야……. 전부 꿈이었던 거야? 뼈 속 깊이 개꿈이었구나!
조명이 꺼진다.



-막-
아기 전국구 테리우스

옛날 옛날 먼 옛날, 강남의 황제 개나리와 그의 칼잡이들이 동네 양아치들을 종처럼 부리던 때의 이야기야. 자비심이 없는 개나리와 소인배 칼잡이들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리던 동네 양아치들은 누군가 힘세고 재주 많은 전국구가 나타나 자기들을 살려 주기를 목이 빠지게 바라고 살았지.

이때 부산자락 외진 마을에 한 양아치 내외가 살았어. 길거리에 터를 일구어 자릿세나 받아 먹으며, 그저 산 입에 거미줄이나 안 치는 걸 고맙게 여기고 살았지. 그렇게 살다가 늘그막에 칠삭동이를 하나 낳았는데, 낳고 보니 아기 탯줄이 안 잘라져. 가위로 잘라도 안 되고 낫으로 잘라도 안 되고 작두로 잘라도 안 돼. 별 짓을 다 해도 안 되더니 시장에 가서 동물의 뼈도 끊을 정도의 날카로운 칼을 사다 그걸로 탯줄을 치니까 그제야 잘라지더래.

아기 이름을 ‘테리우스’라고 했는데, 이 테리우스가 아기 때부터 하는 짓이 달라. 방에다 뉘어 놓고 나가서 일을 하고 들어와 보면 시렁에 덜렁 올라가 있지를 않나, 곁에 뉘어 놓고 잠깐 잠들었다 깨어나 보면 장롱 위에 납죽 올라가 있지를 않나. 이래서 참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 아버지가 하루는 아기를 방에 두고 나와서 문구멍으로 들여다봤지. 그랬더니, 아 이런 변이 있나. 글쎄 아기가 방 안에서 1미터나 서전트 점프를 하지 뭐야. 가만히 보니 아기 아킬레스 건에 조그마한 칼이, 꼭 얼레빗만한 게 뽀조록하니 붙어 있더란 말이지. 그걸 보고 어머니가 그만 기겁을 해.
“아이고, 여보, 이것 큰일났소. 내가 아기를 낳아도 여물지 않은 풋 사과를 낳은 게 아니라 전국구를 낳았소.”
아킬레스 건에 칼 돋친 아기는 장차 근성있는 전국구가 될 아기란다. 그런데 이게 아싸 좋구나할 일이 아니라 기겁을 할 일이야. 가난한 동네 양아치가 전국구를 낳으면 개나리와 그의 칼잡이들이 정말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애로사항이 꽃 피거든. 전국구가 동네 양아치를 살리려고 저희들과 맞서 싸우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힘을 쓰기 전에 죽여버리려고 든단 말이야. 잘못하다가는 온 식구가 다 죽을 판국이지.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가 의논 끝에 테리우스를 데리고 아주아주 깊은 골로,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 숨어 살았어.

그런데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더니, 캔디 기둥서방 테리우스라고 하는 전국구가 부산에 났다고, 이런 소문이 동네 양아치들 사이에 돌고 돌아 개나리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어. 개나리가 그 소문을 듣고 가만 있을 리 있나. 사납고 힘센 살사 주형기를 뽑아 테리우스를 잡으러 보냈어. 주형기가 칼잡이들을 많이 거느리고 테리우스네 집에 들이닥쳤지.

그런데 테리우스가 참 전국구라도 전국구 서열 1위인지, 칼잡이들이 몰려오는 걸 어떻게 알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 어디로 갔는지 자취도 없어. 그 많은 군사들이 온 부산을 이 잡듯이 뒤져도 못 찾지. 사흘 밤낮을 뒤지고도 못 찾으니까 장군이 애매한 테리우스 어머니 아버지를 잡아 갔어. 잡아 가서 묶어 놓고 칼침을 박는 거야.
“테리우스 있는 곳을 어서 대라.”
“아……. 안돼!”
“돼!”
이렇게 으르면서 칼침을 박는데 그 고통이 뼈와 살을 분리시켜버릴 듯 하단 말이야. 그런데 어머니 아버진들 알 수가 있나. 찔러도 쑤셔도 후벼도 도려내도 모른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던지 사흘 만에 풀어줬지.

어머니 아버지가 초주검이 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그새 테리우스가 미안하다며 똥 싸느라 늦었다며 집에 돌아와 근성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어. 저 때문에 어머니 아버지가 칼침맞은 걸 보고 가슴이 아파서 그러지. 그리고는 마이신으로 응급 처치를 했어.

그런 뒤에 하루는 테리우스가 어디서 구했는지 공중전화부를 한 권이나 가지고 와서 어머니한테 찢어 달라고 그러더래. 그래서 어머니가 공중전화부를 들고 찢는데, 찢다가 보니 종이 한 장이 톡 튀어나오겠지. 근데 어머니가 하도 수분 섭취를 많이 한 나머지 몸이 무거워졌나봐. 똥이 마려워서 어머니가 그걸로 똥을 닦아 버렸네. 그러니까 한 권에서 한 장이 모자라게 찢아 줬단 말이야.

테리우스가 찢은 공중전화부로 복대를 짓는데, 종이를 하나하나 붙여 복대을 만드니 온몸을 다 가릴 만큼 되었어. 그런데 딱 한 장 이 모자라서 한 군데를 못가렸어. 어디를 못 가렸는고 하니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못 가렸어.

테리우스가 그렇게 복대를 지어 입고 나서, 어머니더러,
“조금 있으면 칼잡이들이 다시 올 것입니다. 혹시 내가 여기서 한 떨기 꽃처럼 사라진다면 내 관은 오동나무 티크무늬로 짜 주고 묘소는 풍수지리설에 입각한 햇빛 잘 비치는 곳에 써 주고 나의 불굴의 정신으로 개나리에 맞서 싸운 이 현상을 글로 써서 후세에 남겨주세요.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테리우스 자서전 쯤 되겠지요. 그러되, 21단 10인분 김밥을 같이 묻어 주세요. 그리고 80,000만년 동안은 아무에게도 묻힌 곳을 가르쳐 주지 마세요. 그렇게만 하면 80,000만년 뒤에는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거든.

그러고 나서 아닌게아니라 마침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잔인해질 수 있는 8시에 주형기가 칼잡이들을 데리고 다시 왔어. 테리우스가 복대를, 그 왜 찢은 공중전화부로 내면서도 가까이 와서 칼질을 하는데, 뭐 몇백 명이 찌르는지 몇천 명이 찌르는지 몰라. 칼날이 참 강약약 강강강약 강중약 패턴으로 비 오듯이 쏟아져. 그 많은 칼날이 죄다 복대에 맞아 부러지는데, 꼭 썩은 겨릅대 부러지듯 툭툭 부러져. 그러니 그 많은 칼을 다 맞아도 끄떡없어. 칼잡이들이 칼을 다 쓰고 이제 딱 한 개가 남았는데, 그 때 갑자기 테리우스가 오른발을 번쩍 들어 아킬레스건을 썩 내놓는 게 아니겠어? 그 종이 한 장 모자라서 아킬레스건 맨살 드러난 데 말이야. 거기를 썩 드러내 놓고 가만히 서 있는 거야. 그 때 마지막 한 개 남은 칼이 탁 날아와서 거기를 딱 맞추니 테리우스가 풀썩 쓰러져 죽었어. 그러자 주형기가,
“E.N.D 테리우스. 저승에 가서 아버지랑 럭키짱 만화책이나 실컷 봐라.”
이러거든.

주형기가 칼잡이들을 데리고 돌아간 뒤에, 어머니 아버지가 슬피 울면서 테리우스를 풍수지리설에 입각한 햇빛 잘 비치는 곳에 묻어 줬어. 테리우스 말대로 21단 10인분 김밥을 같이 넣어 묻어 줬지.

그러고 나서 세월이 흘렀는데, 거의 한 80,000만년이 흘렀나 봐. 그 동안 양아치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를, 테리우스가 아직 안 죽고 살아 있다, 부산에서 칼잡이를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 이런 소문이 짜하게 퍼졌어. 사방이 고요하면 부산에서 칼잡이들이 칼을 들고 휘두르는 소리가 방아붕 들린다고도 하고, 얼마 안 있으면 테리우스가 산에서 나와 동네 양아치들을 다 구할 거라고도 하고, 이런 소문이 돌도 돌아 또 개나리 귀에까지 들어갔지.
“에잇, 안되겠다. 이번에는 내 손으로 죽이는 수밖에 없다.”
개나리가 화가 나서 칼잡이들을 많이 데리고 테리우스네 집을 찾아갔어. 찾아가서 어머니 아버지더러,
“테리우스를 어디에 묻었느냐? 바른 대로 대라.”
하고 을러대겠지. 그런다고 어머니 아버지가 순순히 가르쳐 줄 리 있나. 입을 딱 다물고 죽어도 말 못한다고 버텼지.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말을 안 하니까 개나리 시퍼런 칼을 아버지 아킬레스 건에 딱 갖다 대고,
“이래도 말 안 할 테냐?”
하는데, 그걸 보니 어머니가 그만 눈앞이 아득해져서 저도 모르게 풍수지리설에 입각한 햇빛 잘 비치는 곳에 묻었노라고 말해 버렸어.

개나리가 그 길로 뒷산에 가서 테리우스 묻었다는 풍수지리설에 입각한 햇빛 잘 비치는 곳을 파 보았지. 그런데 이게 참 근성조가 곡할 노릇이야. 암만 파도 아무 것도 안 나와. 테리우스는커녕 사막의 식인범 라이타 뒷다리 하나 없어. 아주 깨끗해. 개나리가 가만히 살펴보니, 테리우스가 살아 있다면 숨을 데라고는 그 위에 있는 바위 속뿐이겠거든. 그렇지만 바위에 뭐 틈이 있기나 하나.

바위를 열고 속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도무지 열 재간이 있어야 말이지. 개나리가 바위를 이리 쳐다보고 저리 쳐다보고 빙빙 돌기만 하다가 다시 테리우스 어머니 아버지한테로 갔어. 가서,
“테리우스 낳을 때 뭐 이상한 일이 없었느냐? 바른 대로 대라.”
하는데, 이번에도 칼을 아버지 아킬레스 건에 딱 갖다 대고 으름장을 놓으니 어머니가 그만 눈앞이 아득해 가지고, 탯줄이 안 잘라져서 동물의 뼈도 끊을 정도의 날카로운 칼로 잘랐노라고 가르쳐 줘 버렸어.

개나리가 시장으로 가서 동물의 뼈도 끊을 정도의 날카로운 칼을 한아름 사다 바위를 탁 쳤지. 그랬더니 이게 왠일이냐? 우와아아앙 하고 땅이 흔들리면서 바위 한가운데에 금이 쩍 나더니 그 큰 바위가 스르르 두 쪽으로 갈라지지 않겠어?
그 갈라진 틈으로 바위 속을 들여다보니, 야, 참 이런 적외선 굴절기 같은 장관이 없구나.

소문대로 테리우스가 죽지 않고 살아, 바위 속에서 칼잡이를 기르고 있었던 게지. 그 사이에 21단 10인분 김밥이 모조리 칼잡이가 되고 칼이 되고 복대가 됐어. 복대를 쓴 칼잡이들이 저마다 칼을 들고 늘어섰는데, 그 수가 몇천이나 되는지 몇만이나 되는지 몰라.

그 때 테리우스는 막 칼을 들려고 한 손은 땅을 딛고 한 손은 칼 손잡이에 걸쳤는데, 그 때 그만 바위가 갈라져 버린 거야. 바위가 갈라져 바깥 바람이 들어가니까 여물지 않은 풋 사과와 같은 그 많은 칼잡이들이 스르르 녹아져 없어지고, 대인배인 테리우스도 스스로 눈 녹듯이 녹아서 육체는 단명해 버렸어. 그 때가 80,000만 년에서 딱 하루가 빠지는 날이었단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테리우스가 칼잡이들과 함께 바위를 열고 나와 동네 양아치들을 살렸을 텐데, 딱 하루가 모자라 그리 되고 말았어.

바위가 열리고 테리우스가 칼잡이들과 함께 사라지던 바로 그 순간, 부산 자락 어느 술집에 근성조가 나타나 왱알앵알하고 사흘 밤 사흘 낮을 울었대. 그렇게 슬피 울던 근성조는 발렌타인 17년산 속으로 스르르 들어가 버렸는데, 그 뒤에도 그 술집에서는 자주 근성조가 왱알앵알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대. 백성들은 그 소리를 듣고 테리우스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믿었어. 육체는 단명이고 근성은 영원한 것이라고 믿은 게지. 테리우스는 지금 마계에나 살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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