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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군태
작성일 2006-04-05 20:18:55 KST 조회 2,069
제목
[펌]허생전 재수생편
재수생은 종합반에 살았다. 곧장 학원을 나가면 각종 참고서가 있는 서점이 있었고, 배고프면 요기를 할 수 있는 편의점이 있었으나, 서점은 헌책방이었고, 편의점은 바가지였다. 그러나 재수생은 책읽기만 좋아하고, 학원선생이 수업하는 내용을 흘려들어 점수를 유지했다.

하루는 담임선생이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평생 책만 읽으니 종합반은 다녀서 무얼 하느냐?"

재수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아직 글읽기에 도가 트지 않았습니다."

"그럼 글이 별로 없는 수학공부는 안하느냐?"

"수학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걸 어떻게 합니까?"

"그럼 과탐도 못하느냐?"

"과탐은 강사진이 마음에 안드는걸 어떻게 하라고요."

담임은 싸대기를 날리며 소리쳤다.

"수업시간에 책만 보더니 기껏 한다는 말이 "어떻게 하라고요"냐? 수학도 못한다, 과탐도 못한다면, 컨닝이라도 못하느냐?"

재수생은 뺨을 어루만지며,

"제길. 내가 당초 3수를 기약했는데 이제 4개월인걸....."

하고 휙 교무실을 나가버렸다.

허생은 교실에 알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복도로 나가서 지나가는 학생을 붙들고 물었다.

"어디가 서울에서 제일 책이 많죠?"

교보문고를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재수생이 곧 교보문고를 찾아갔다.재수생은 교보문고 담당자를 찾아가 예의를 갖추고 말했다.

"내가 공부를 못해서 공부를 좀 하려고 하니, 과목별로 100권의 참고서만 뀌어주시기 바랍니다."

담당자는 "그러시오"하고 당장 언외수과 700권을 내주었다. 재수생은 멤버쉽카드에 포인트도 적립하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직원들이 재수생을 보니 열등생劣等生이었다. 가방끈은 길게 늘어져있고, 머리는 탈색을 하였으며, 필통엔 하이테크하나 없었다. 재수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넘을 아십니까?"

"모르지."

"아니, 이제 10분만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참고서 700권을 주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담당자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책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학원 소속반을 밝히고, 머리가 좋음을 자랑하고, 모의고사 성적을 자랑하면서도, 수능성적표는 말하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학생은 머리는 형편없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점수가 오르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학생이 공부하고자 하는것이 비단 상위 1%에 드는것 따위가 아닐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주면 모르되 이왕 700권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하겠느냐?"

재수생은 참고서를 입수하자, 학원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오르비에 들어왔다. 오르비는 우수한 수험생들의 집합소이자 중상위권과 최상위권이 마주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학게와 특학게를 읽고, 합격 수기를 읽으며 참고서 700권을 풀어버렸다. 재수생이 모든 문제집을 풀고 모의고사에 응시했기 때문에 온 수험생이 전국등수가 1등씩 밀려나게 되었다. 얼마 안가서 최상위권 학생들은 코에 코피를 쏟으며 공부하게 되었다. 재수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고서 700권으로 전국등수를 좌우했으니,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알만하구나"

그는 참고서 700권을 다시한번 풀어보고 모의고사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이번 시험이후로 최상위권 중에는 전국1등성적표를 받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재수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가서 과연 오르비에서는 전국1등이 보이질 않았다.

허생은 종합반 친구를 찾아가 말을 물었다.

"학원앞에 혹시 공부할만한 독서실이 없던가?"

"있지. 저번에 학원 자습째고 편의점에서 라면먹다 보니까 새로생긴 독서실이 있는데, 아마 서점앞일거야. 듀오백 의자에 엠씨스퀘어는 기본이고, 항상 먹을수 있게 컵라면도 비치되어 있지."

재수생은 대단히 기뻐하며,

"만약 니가 학원을 때려치우고 나랑 공부하면, 점수가 오를거야."

라고 말하니, 친구가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자퇴원을 내고 독서실로 갔다. 재수생은 듀오백의자에 앉아 엠씨스퀘어를 착용해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듀오백의자가 아니라 짝퉁 트로이백의자에, 엠씨스퀘어도 가짜니 어떻게 공부를 하겠냐? 대신 한사람에 할당된 자리가 넓으니 더불어 공부하기는 좋겠네."

"모두들 종합반을 다니는데, 누구랑 더불어 독학을 한단 말이냐?"

친구의 말이었다.

"성적이 오르면 독서실로 오게 되어있어, 성적이 안오를까 두렵지, 같이 다니는 사람이 적은거야 걱정할 것 있겠냐?"

그해, 수능에서는 200여명의 학생들이 컨닝을 하다 걸렸다. 전국 각지에서 시험을 치는터라 좀처럼 감독하기 어려웠고, 워낙 수법이 치밀해 거의 완전범죄에 가까웠다. 재수생은 경찰청을 찾아가 물었다.

"컨닝으로 몇점이나 올렸냐?"

"과목당 5~6점이지요."

"모두 공부는 잘 하냐?"

"아뇨."

"그럼 점수는 잘 나오냐?"

컨닝을 한 ㅅㅂㄹㅁ들은 어이없어 웃었다.

"공부를 잘하고 점수 잘 나오는 학생이 왜 컨닝을 합니까?"

"정말 그러면 왜 공부를 하고 EBS를 풀지 안는거냐?"

"아니, 왜 안풀고 싶겠습니까? 다만 책산다고 받은돈을 다른데 썼기 때문이죠."

재수생은 웃으며 말했다.

"공부를 하면서 참고서를 걱정할까? 내가 능히 너희들을 위해 준비해 주지. 내일 교보문고로 나와봐라. 16번 코너에 있는것이 고교 참고서 이니, 마음대로 가져 가라."

재수생이 학생들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학생들은 모두 그를 미친ㄴㅗㅁ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학생들이 교보문고에 가 보았더니, 과연 재수생이 16번 코너를 전세내어 있는것이었다. 모두들 대경하여 재수생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재수생을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너희들, 참고서 20권도 풀지 못하면서 무슨 공부를 하겠냐? 인제 너희들이 대학에 가고자 해도, 2년간 수능에 응시하지 못하니, 갈 수가 없다. 내가 여기서 기다릴 테니, 2년동안 풀 문제집을 모두 가져 오너라."

재수생의 말에 학생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졌다.

재수생은 몸소 200명이 2년동안 다닐 독서실을 지었다. 학생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책을 가지고 독서실로 들어갔다. 재수생이 컨닝 주동자들을 몽땅 쓸어가서 수능시험에 부정시비가 없었다.

그들은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여 전과목을 공부했다. 독서실 시설이 좋기 때문에 공부가 잘 되어, 학원에 가지 않아도 모두들 상위 1%에 들게 되었다. 그 이듬해 수능까지 풀 참고서를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헌책방에 가서 팔았다.

재수생이 탄식하며,

"인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컨닝한 학생 200명을 모아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독서실에 올때엔 먼저 교과서를 마스터한 연후에 참고서를 공부하고, 너희들과 같이 수능을 한번 보려했는데, 이미 대학에 합격한 몸이니 나는 이만 가련다. 다만, 모의고사를 치거들랑 오답노트를 하고, 실수도 꼭 되짚어보는 습관을 가지도록 하여라."

독서실 문을 걸어 잠그면서,

"역시 스파르타.."

하고 쓰레기같은 문제집을 불에 태우면서,

"독서실에 화근을 없애야지."

했다.

재수생은 학원가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가난하고 공부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료강의를 했다. 학원 선생을 하다보니 참고서가 많이 들어왔다.

"이건 교보문고에 갚을 것이다."

재수생이 가서 교보문고 담당자를 보고,

"저를 알아 보시겠습니까?"

하고 묻자, 담당자는 놀라 말했다.

"너의 모습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으니, 혹시 수능을 못본것이 아니냐?"

재수생이 웃으며,

"시중참고서로 점수가 오르는 것은 모의고사 뿐입니다. 교과서가 아닌바에야 어떻게 수능점수를 올리겠습니까?"

하고, 700권의 참고서를 내놓았다.

"내가 담임의 싸대기를 견디지 못하고 책읽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참고서를 봤던것이 부끄럽습니다."

담당자는 대로해서 얼굴이 붉어지며, 교사용을 가져오면 어쩌자는거냐고 물었다. 재수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화이트로 지우면 되지 않습니까?"

하고는 번개같이 도망쳤다.

담당자도 번개같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재수생이 독서실에 들어가는것이 보였다. 독서실 주인이 있는것을 보고 담당자가 말을 걸었다.

"저 학생은 몇번자리입니까?"

"500번이지요, 맨날 졸기만 하고 책만 읽더니, 갑자기 학원을 끊고, 학원 친구들은 버려둔 채, 독서실에 다닌다오"

담당자는 비로소 그가 재수생이라는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담당자는 교사용참고서를 모두 가지고 독서실을 찾아가 돌려주려 했으나, 재수생은 받지 않았다.

"내가 모의고사 점수만 올리고 싶었다면, 참고서를 보았겠습니까? 이제부터는 교보문고 모든코너의 책을 읽고싶습니다. 담당자님은 가끔 신간이 나오면 안내메일을 보내주십시오. 왜 참고서로 정신을 괴롭히겠습니까?"

담당자가 처치곤란을 이유로 책을 떠넘기고 싶었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담당자는 그때부터 신간이 발간되면, 몸소 리스트를 만들어 재수생에게 주었다. 재수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새로나온 최 상위권 참고서를 들고가면 좋지 않을 기색으로

"오타가 너무 많군요!"

하였고, 혹 므흣한잡지라도 들고가면 아주 반가워 하며, 밤을 새워 보았다.

이렇게 몇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사람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졌다. 어느날 교보문고 담당자가 1년동안 어떻게 수능성적을 끌어올렸는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재수생이 대답하기를,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_-;. 수능이란 시험은 유형이 정해져 있고, 출제진에도 비리가 많은 까닭에 기출문제를 보면 모든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있지요. 무릇 700권의 참고서에는 모든 기출문제가 수록되어있지만, 정말 수능기출만 본다면 새로운 유형에 약해질 우려가 있어요, 그러니 다른 참고서들도 풀면서 성적을 올려나가면 이것은 보통 오르비에 들락거리는 학생들이 하는 방법 아닙니까? 대개 700권의 참고서에는 거의 모든 유형이 다 나오기 때문에 언어면 언어, 수리면 수리, 외국어면 외국어, 과탐이면 과탐,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내듯 할 수 있지요. 언수외탐중 한과목을 마스터 하고, 또 한과목을 마스터 하면, 그 시간에 다른공부에 투자를 하여 모두 마스터 할 수 있지요. 그러면 수능성적을 올리기는 쉬울 것이매, 후세에 고삼들이 나의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재수학원을 문닫게 만들 것입니다.

"처음에 내가 선뜻 참고서 700권을 뀌어줄 줄 알고 찾아와 청했냐?

재수생을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문고라는 이름이 있는 서점이면 어디서나 다 주었을 것입니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수능만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운명은 컴퓨터용 싸인펜에 달린 것이니, 낸들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이미 성적을 올린 다음에는 그 황홀함으로 공부한 까닭으로 보는 모의고사마다 전국1등을 했던 것이고, 만약 제가 자만했었다면, 전국10%도 알 수 없었겠지요."

담당자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대학입시에는 의대가 최고라 하니, 0.1%의 성적표를 가지고 설의를 지원하지 않고 공대를 가려 하는거냐?

"어허, 자고로 수능 0.1%가 한둘이었겠습니까? 우선 이광복같은분은 독감에도 불구하고 수능 0.1%에 들었으며, 이호진님은 단 5개월을 공부하고도 전국 추정 66을 하였고, 구태률님은 더 짧은 4개월만 공부 하고 전국 10등안에 들지 않았습니까? 저는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라, 제가 받은 점수가 능히 설의를 지원할 만 하였으되 공대에 지원한 것은 의대쪽엔 너무 인재가 많고 공대엔 인재가 없기 때문이었지요."

담당자는 한숨만 내 쉬고 돌아갔다.

교보문고 담당자는 본래 교육과정평가원장과 잘 아는 사이였다. 평가원장이 당시 출제자문위원을 구성하게 되어 교보문고 담당자에게 혹시 출제위원에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담당자가 재수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평가원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것이었다.

"저는 그 학생과 상종하여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릅니다."

"그인 ㅚ수야. 같이 가보세"

밤에 평가원장은 구종들도 다 물리치고 담당자만 데리고 걸어서 재수생의 독서실로 찾아갔다. 담당자는 평가원장을 문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들어가서, 재수생을 보고 평가원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 했다. 재수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님이 가져온 므흣잡지나 어서 주십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정독하는 것이었다. 담당자는 평가원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재수생은 대꾸도 않다가 독서실 문닫을 즈음에야 비로소 평가원장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평가원장이 독서실에 들어와도 재수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평가원장은 몸둘곳을 몰라하며 출제위원을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재수생은 손을 저으면 막았다.

"독서실은 조용한데 목소리가 커서 밖에 나가서 이야기 해야겠습니다. 직책이 무엇입니까?"

"평가원장이요."

"그렇다면 별 볼일 없는 존재로군. 내가 라끄리님같은 사람을 천거하겠으니, 평가원장님이 대통령께 말씀드려서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을 하게할 수 있겠습니까?

평가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군요, 제이의 계책을 말씀해 보시오."

했다.

"저는 원래 제이는 모릅니다.

하고 외면하다가, 평가원장을 간청에 못이겨 말을 이었다.

"6차수능 이전만 해도 전국석차라 하여 많은 학생이 그것을 지표로 대학에 지원했습니다. 요즘은 석차가 나오지 않아 많은 학생이 혼란을 겪고 있으니, 평가원장님은 전국석차를 다시 찍어주시기 바랍니다."

평가원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기때문에 어렵군요."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하면 도데체 무슨 일을 하겠단 말씀이십니까? 가장 쉬운일이 있는데, 능히 하실수 있겠습니까?"

"말씀해보시오."

"무릇 수능 난이도를 조절하려 하면 먼저 수능문제은행을 만들고 자료들의 통계를 내어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입니다. 요 몇년간 수능을 둘러싸고 많은 비판이 있어온 바 이번에 인력을 대량 투입하여 문제은행을 만들고 그를 활용하면, 무릇 교사와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 까지 즐거워 할 것입니다. 그중 년 4회 교과평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그 자료로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면 지난 몇년간의 수치를 씻고 교과평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잘 되면 이나라의 교육은 바로 설 것이고, 못되어도 수능비리는 없을 것입니다."

"출제위원들은 매년 문제를 내어 돈을 벌려 하는데, 누가 문제은행을 만들어 자신의 밥줄을 자르겠습니까?"

재수생을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수능이란것이 무엇입니까? 겨우 대입수능 문제이면서 스스로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데가 있습니까? 그나마 매년 문제를 잘못 내거나 감독을 소홀이 하여, 비리와 부정이 발생하고, 수시로 제도를 바꿔 수능 응시비용을 획기적으로 올려버리는데, 데체 누가 수능을 믿고 칠 수 있겠습니까? 전국의 수험생들은 지금 이시간에도 1~2점을 더 받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평가위원장이 이모양이니 누가 수능을 치려 하겠습니까? 제가 세가지를 말씀드렸는데, 한가지도 못하신다고 하면서 그래도 평가원장이라고 할 수 있으십니까? 평가원장이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입니까? 당신같은 사람은 수성싸인펜으로 눈알에 마킹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고 필통을 뒤적거려 눈알에 마킹을 하려했다. 평가원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독서실을 빠져 나가 도망쳤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독서실 자리가 텅 비어있었고, 재수생은 유학을 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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