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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ylemotherbitch
작성일 2007-06-24 20:44:39 KST 조회 1,754
제목
DC에서 예전에 주워온 소설
머릿말 : 비속어 제법 포함되있으니 읽지 않으실분은 백스페이스를.
출처 : DC 판겔



역사를 통틀어도 견줄 이가 없다는 강력한 대마도사 남기남이었지만,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에는 도리가 없었다. 마법사 이씨가 포박마법으로 그의 발을 묶자, 궁수 박씨가 항문에 화살을 꽂아 넣었다. 그 색다른 고통으로 인해 거의 완성되었던 멸절 주문이 흐트러지자, 어느새 몰래 다가온 도둑 최씨가 그의 낭심에 화염병을 던지고 도망갔다. 당황한 그가 어쩔 줄 모르는 사이 전사였던 김씨가 그의 가슴에 철퇴를 내리꽂아 상황을 마무리 했다.

처음에는 그냥 이대로 죽을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왕국을 정복하려던 자신을 저지해야만 하는 저들의 입장을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정도쯤은 자만했던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시원스럽게 웃으며 죽어줄 수도 있다. 스스로 그 정도의 도량은 가졌다고 평소 생각해왔다. 하지만, 항문을 후비고 아랫도리에 불을 붙인 것은 그것과는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후에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러 올 누군가에게 엉덩이에 화살이 꽂힌 채로 아랫도리가 홀라당 타버린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자신의 이름에서 풍기는 외설적인 말맛을 이용하여, 평소 아랫도리의 위엄을 은연중에 과장해왔던 터이다. 이제 와서 별 볼 일없는 자신의 실체를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단 말인가? 이것을 역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던 대마도사 남기남의 장엄한 최후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죽음에도 격이 있는 법이다. 치열하게 맞서 싸운 적이라면 화살을 뽑고 외투로 아랫도리를 가려주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 줄 수도 있지 않은가? 이미 승부가 판가름난 상황에서 그것이 그렇게도 무리한 일이란 말인가? 이 녀석들은 돈에 눈이 먼 천박한 무뢰배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들에게도 합당한 치욕을 안겨주어야 했다. 남기남은 고통으로 흐려져가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간신히 주문을 하나 완성하였다.

“하앗!”

죽은 줄 알았던 대마도사 남기남이 돌연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지르자 이미 보물 창고 약탈에 정신이 쏠려 있던 일행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남기남의 손에서 뻗어 나온 회색의 불길한 기운이 순식간에 그들을 감쌌다. 일행의 우두머리였던 전사 김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 자식을 죽여!”

4명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남기남을 짓밟기 시작했다. 평소 체면을 차리던 마법사 이씨도 방금 획득한 황금 지팡이의 묵직함을 이용하여 남기남을 후려패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둔 남기남은 만족스러운 웃음마저 지으며 숨을 거둘 수 있었다.


“젠장, 괜히 꺼림칙하네. 그 자식 죽으면서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대마도사 남기남의 성을 나오면서도 도둑 최씨는 연신 투덜대고 있었다. 평소 의심이 많고, 조심스럽던 그답게 아까부터 계속 자신의 몸을 살폈지만, 별다른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기분이 나빴다. 잠자코 뒤를 따라오던 마법사 이씨가 점잖게 말했다.

“너무 걱정 마시오. 아마 죽어가던 와중이라 제대로 주문이 완성되지 않았던 모양이오. 벌써 그가 죽은 지 3시간이 넘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지 않소?”

궁수 박씨도 그의 날렵하고 수려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느릿한 사투리로 거들었다.

“그려, 최가야, 걱정 말어어. 별것 없어.”

궁수, 도둑, 마법사가 이야기를 나누느라 걸음이 늦어지자 앞서 걷던 전사 김씨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돌아보며 소리쳤다.

“야, 이 녀석들아. 웅얼대지 말고 빨리 와. 이래서 오늘 해지기 전까지 마을에 도착할 수 있겠냐?”

걸핏하면 힘을 앞세워 윽박지르던 김씨인지라, 나머지 3명은 불만스러운 표정도 함부로 짓지 못하고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최씨가 김씨에게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며 동료들에게 속삭였다.

“흥, 빨리 마을로 돌아가서 오입질할 생각에 저러는 게지. 그저 머릿속에 든 생각이라고는 돈이랑 여자 밖에 없으니. 어떻게 저런 녀석이 귀족인가 몰라.”

이씨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귀족이 오히려 더욱 그런 것이라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지. 그나저나 저 인간이 이번 공로로 왕녀와 결혼하여 다음 왕위를 계승할 것이라 생각 하니 그저 암담하구려.”

박씨가 느릿하게 말했다.

“누가 아니랴. 저런 호색한이 그 못생긴 왕녀랑 거시기할 생각을 하니, 거 참 거식하구먼.”

하지만 박씨의 맞장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씨는 박씨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박가든지 김가든지 여자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것에는 다를 것이 없었다. 박씨는 시골 출신의 평민이지만, 준수한 외모로 여자들을 홀리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겉보기만으로는 우락부락하고 수염이 거칠게 자란 김씨보다 더 귀족 같았다. 물론 그 어눌한 사투리는 생각하지 않을 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박씨 스스로도 자신의 사투리가 여자를 꼬드기는 것에 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여자들 앞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묵하고 차분한 그 모습에 여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이날 밤에도 박씨는 주막의 여급 하나를 꾀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박씨는 여자를 이끌고 마을 외곽의 한적한 풀숲으로 향했다.

눕힌 여자를 앞에 두고 달뜬 표정으로 자신의 옷을 벗던 박씨는 문득 여자의 표정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 싶어 여자의 시선을 따라가 본 박씨는 그만 소스라치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어, 어메, 이게 뭐여!”

박씨의 중요한 부분이,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끝의 머리 부분이 대마도사 남기남의 머리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그 얼굴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는데,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기괴하였다. 박씨는 너무도 섬뜩한 그 모습에 차마 만지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서서 두 손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그 때 풀밭 저만치에서 김씨의 욕설이 들려왔다.

“이런 개 썅! 뭐야!”

“기, 김형!”

박씨는 바지를 발목까지 내린 채로 껑충거리며 그곳으로 뛰어갔다. 자신의 물건을 보고 기절한 여자 따위는 이미 염두에 없었다. 기겁을 한 눈으로 바지춤을 움켜잡고 마주 뛰어오는 김씨를 보자 그 역시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형, 도대체 우리 거시기가 어떻게 된 거여?”

박씨는 급기야 징징 울고 있었지만 격렬한 성격의 김씨는 오히려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남기남, 이 개새-끼. 죽여 버릴 테다.”

김씨는 자신이 이미 대마도사 남기남을 죽였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지도 모르겠다. 만약 사람을 두 번 세 번 죽일 수 있다면 김씨는 기꺼이 남기남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우는 소리를 하며 김씨에게 말했다.

“잉잉, 이를 어쪄?”

갑자기 김씨의 눈에 광기가 번득였다.

“이런 씨-팔 것! 잘라 버릴 테다.”

김씨는 허리춤에 찬 단검을 뽑아들었다. 놀란 박씨가 김씨를 부둥켜 앉았다.

“안 돼야. 안 돼야. 아무리 거시기가 거시기 하다고 해도 그래선 안 돼는 거여.”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씨에게는 광전사의 기질이 있었다. 물론 전투시에는 몸을 돌보지 않는 저돌적인 광전사의 능력이 큰 도움이 되어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의 거시기를 자르는 데 있어서도 광전사의 기질이 발동한다는 것은 확실히 곤란한 일이었다. 김씨는 자신에게 매달린 박씨를 뿌리치기 위해 몸을 좌우로 휘돌리기 시작했다.

“놔, 씨-팔! 내가 내 걸 자른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아녀, 그래도 그러는 것이 아니라니깐.”

“놔! 안놔? 안놔?”

선 상태로는 도저히 김씨의 괴력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박씨는 힘껏 몸을 밀어서 김씨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김씨의 몸을 부둥켜안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아봐아! 조금만, 조금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씨가 데리고 왔던 여자는 그의 물건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였다. 자신이 옷을 벗는 사이 갑자기 욕을 하며 뛰쳐나간 김씨를 찾아 나섰던 여자는 상상을 뛰어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그만 아연실색하여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달빛 아래 두 남자가 아랫도리를 까 내린 채로, 서로 부둥켜안고 풀밭에서 뒹굴고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남자에게 매달린 한 남자는 ‘조금만, 조금만’거리며 필사적으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비역질을 즐기는 자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것이 이렇듯 처절한 광경이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마을 주막에 남은 이씨와 최씨의 사정도 그렇게 좋지는 못하였다. 원래 그들이 묵은 주막의 주인은 경제관념에는 매우 철저했으나, 위생관념에는 상당히 관용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오래된 재료나 전 손님이 먹다 남긴 재료를 활용하여 새로운 음식 만드는 것을 종종 즐겼는데, 이씨와 최씨도 이러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 때문에 저녁상을 물리고 담배를 한 대씩 피워 물고 있자니 살살 배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아랫배를 급격히 팽창시키며 창자에 뿌듯하게 채워진 기체는 어느덧 항문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슬그머니 한쪽 엉덩이를 들고는 남몰래 괄약근의 긴장을 풀었다.

“뿌어엉!”

순간 엄청난 폭발음이 주막의 대들보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공으로 치솟았던 최씨와 이씨는 저만치에 나가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그들에게 다가왔지만, 이는 실로 위험한 일이었다. 아직 잔여분이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뿌어엉!”

전해지는 이야기로 유황과 역청을 즐겨 먹는 적룡의 숨결에는 강한 불기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정말 용의 숨결에 불기가 담겨 있는지, 가래가 담겨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최씨와 이씨의 방귀에는 불기가 담겨 있었다. 1차 방출에서 거추장스러운 엉덩이 옷자락을 이미 홀랑 태워 버린 불기는 2차 방출에서는 거칠 것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을 향해 직격을 하였다. 다행히 화력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아 사람들의 터럭과 옷을 조금 그을렸을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그 알싸하고 고약한 냄새에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주막의 주인이 음식의 재활용을 다소 과도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음식에 먹지 못할 유황과 역청을 넣는 법은 없었다. 유황과 역청은 이런 궁벽한 시골에선 좀처럼 구하기 힘든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무시무시한 사태는 주막 주인의 탓이 아니라 오로지 대마도사 남기남의 저주 때문이었다.

최씨와 이씨 역시 자신들이 뿜어낸 지독한 냄새에 눈물과 콧물을 흘렸지만, 그들에게는 오랜 모험가 생활을 통해 획득한 불굴의 정신이 있었다. 그들은 손톱으로 마룻바닥을 박박 긁으면서도 실외로 기어나가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잠시 쉬자 한결 정신이 맑아져 어느 정도 말도 할 수 있었다.

“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야, 인마 마법사인 네가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

“일단 김씨와 박씨에게 가봐야겠소.”

끙끙거리며 일어서던 이씨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으으, 하, 하, 하.”

“왜, 그래?”

최씨가 놀라 소리쳤다. 이씨는 마치 절실히 기도하는 수도자처럼 모은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채로 무릎을 꿇고 엎드리더니 애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 항문이 쓰려 죽겠소. 치, 치료 물약 좀 발라주시오.”

“뭐, 뭐어? 니 항문을 만져 달…….”

자신의 항문에 치료 물약을 발라달라는 말에 발끈한 최씨가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그도 별 수 없었다. 최씨 역시 비명을 지르며 엎어지더니 이씨와 동일한 자세를 취했다.

“으어억!”

최씨는 부들 부들 떨리는 손으로 가죽 주머니에서 치료 물약을 꺼냈다. 그리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약병을 이씨에게 건넸다.

“야, 야, 너도 좀 발라줘.”

“혹시 내가 먼저 발라주면, 나는 안 발라주고 도망가 버리려는 것 아니오? 나 역시 그대의 항문을 만지는 것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지 않겠소?”

최씨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심을 들킨 그로서는 화라도 내어서 가장을 해야 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그렇게 치사한 녀석으로 보여?”

차라리 그 말은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최씨의 치사 운운은 너무 황당한 사태로 인해 잠시 잊고 있었던 그의 평소 행동양식을 다시 상기시켜 이씨에게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게 해주었을 뿐이었다.

“상호 신뢰 관계의 보존을 위해서나,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서나 서로 동시에 발라주는 것이 어떻겠소.”

“이런 젠장, 더럽게 못 믿는군. 알았어! 알았어! 그럼 동시에 발라주는 거다.”

“좋소, 자세는 서로 반대방향을 보고 엎드리는 것이 가장 적합할 듯 하오.”

최씨와 이씨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엎드린 채로 접근해 갔다. 서로 상대의 엉덩이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들의 꼬락서니를 보자 최씨의 입에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썅, 이건 흘레붙는 개새-끼들도 아니고 대체 무슨 해괴한 자세야!”

이씨 역시 자신들의 자세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나섰다.

“오늘 밤의 이 장면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평생 비밀로 간직해야 할 것이오.”

“닥치고 빨리 바르기나 해!”

이씨와 최씨는 데이고 찢긴 항문을 치료하기 위해 무려 금화 30닢을 주고 산 마법의 치료약을 덜어 손에 적셨다. 하지만 막상 상대의 항문을 바라보자 생각대로 손이 움직여 주지 않아 서로 망설이며 시간을 끌 뿐이었다.

“아아, 이래선 이 상태로 밤새겠소. 자아 우리 과감하게 행동합시다. 하나, 둘, 셋 하면 상대의 항문에 약을 문질러 주는 것이오.”

“알았어. 알았어. 빨리 세기나 해.”

“좋소, 하나, 둘…….”

“잠깐!”

“왜 그러시오?”

“셋 하면서 바르는 거야, 아니면 셋 하고 난 그 다음에 바르는 거야?”

“셋 하고 그 다음에 바르는 거라오.”

“알았어.”

“자아, 하나, 둘, 셋!”

둘은 자신의 항문에 와 닿을 무언가에 긴장하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뭐, 뭐야? 왜 안 발라?”

“그러는 최형은 왜 안 바르는 것이오?”

“이런, 염병헐.”

최씨는 자신의 혁띠에 매달린 단검들 중 하나를 꺼내더니 이씨에게 건네주었다.

“뭐요? 이건?”

“잔말 말고 들기나 해. 만약 이번에도 안 발라 주는 자식은 개자식이므로 그 빌어먹을 똥구멍에 이 단검을 꽂아버리는 거다. 알았지? 이번엔 내가 셀 테다. 자, 하나, 둘, 셋!”

이씨와 최씨는 눈을 질끈 감더니 동시에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둘의 입에서는 쾌락인지 고통인지 모를 괴이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흐흑!”

그래도 약의 효과는 뛰어나서 화끈거리던 항문이 급격히 아물며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둘은 비명을 지르지 않고 조용히 일어날 수가 있었다.

달빛아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한참이 지나서야 최씨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가야.”

“왜, 왜 그러시오.”

“너 아까 했던 말 기억하지? 오늘밤 이 일은 무덤까지 비밀로 가지고 가는 거다.”

“내가 할 소리요.”

“너, 이 단검에 대고 맹세해. 이 일을 누설하는 새-끼는 이 단검이 똥구멍에 꽂혀들게 될 거라고.”

“무슨 맹세까지…….”

“빨리 맹세해! 이 새꺄!”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는 최씨 때문에 깜짝 놀라 그를 바라 본 이씨는 그만 주춤하고 말았다. 최씨의 눈에 맺힌 말간 눈물이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알았소. 오늘 일을 누설하는 자는 이 단검이 항문에 삽입될 것이오.”

“오늘 밤의 일을 누설하는 자는 이 단검이 그 똥구멍에 꽂혀들게 될 것이다.”

최씨 역시 단검에 대한 맹세를 끝내더니 모래 바닥에 손을 대고는 신경질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씨도 생각이 났다는 듯 손을 바닥에 문질렀다. 한참을 그러고 있노라니 갑자기 이씨의 머릿 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가만 왜 우리가 서로의 항문에 약을 발라준 거지? 그냥 자기가 자기 손으로 발라도 되잖아?’

사회의 모든 문화는 최면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암시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초의 발단은 최씨에게 약을 발라달라고 했던 자신의 처음 발언 때문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젠장, 이 일을 성질 더러운 저놈이 알게 되면 난리 난다.’

이씨는 슬그머니 최씨의 눈치를 살폈다. 순간 최씨의 살기가 번득이는 눈이 보였다. 당황한 이씨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최, 최형, 왜 그러시오?”

“이런 썅!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약을 발라 달라는 말만 안 했어도!”

이미 최씨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이씨는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서며 황급히 소리쳤다.

“진정하시오. 그게 어떻게 내 잘못이란 말이오!”

물론 엄밀히 말해서 이씨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미 한 마리 야수가 된 최씨에게는 논리의 공정함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그는 두 눈에 애처로운 눈물과 한 맺힌 분노를 동시에 담아 있는 힘껏 부릅뜨더니 단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닥쳐! 이 변태 자식아! 내 엉덩이를 농락한 네 손을 잘라버릴 테다!”

이씨는 황급히 신체마비주문을 걸었지만, 이미 분노로 인해 가공할 만한 의지내성을 지니게 된 최씨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씨는 황급히 자신의 발에 속보주문을 걸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왕국의 한 산악지대에는 기묘한 산적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고작 4명이었지만, 워낙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데다가 신묘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지방 관청의 병력들도 그들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자연 그들에 대하여 많은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는데, 어떤 자는 그들은 천둥과 함께 불을 내쏘고, 끔찍한 독연기를 뿜어낸다고 했다. 또 어떤 자는 그들이 사실 불쌍한 문둥병 환자들을 돌보는 의적이라고 했다. 매번 약탈한 돈으로 근방의 마을에서 고작 4명으로서는 소비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치료 물약을 수시로 모조리 사가는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정확한 사실은 알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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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뒤집어지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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