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오랜 옛날에 한 청년이 살았습니다.
이청년은 어느날 뜻한바 있어, 무림천하의 세계로 뛰어들 것으로 결심하고는 산으로 들어가 노스승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수염이 허연 노스승 앞에 꿇어 엎드려 무도의 길로 자신을 인도해 주길 간청했습니다.
하지만 노스승은 완강히 거절하였습니다.
무도의 길이라는 것이 길고도 먼일이므로 애당초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 노스승의 뜻이였습니다.
하지만 청년은 이에 굴하지 않고 열흘 낮, 열흘 밤을 마당에 꿇어 엎드린 채 노스승이 자신을 제자로 받아 줄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이러한 청년의 열성에 감복하여 마침내 노스승은 그 청년을 제자로 맞아 들였습니다.
청년은 매우 기뻤고 이제 열심히 수련하여 기필코 모든 무림천하의 비법을 다 익히리라고 굳게 다짐하였습니다. 물론, 노스승의 제자가 되었다고 하여 축지법이나 장풍같은 무림의 비법들을 당장 배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스승이 그 청년을 제자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정작 청년에게는 내내 잡스러운 일들(밥하기, 빨래하기, 산에서 나무해오기, 물긷기 등)만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고생을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노스승이 자신에게 무술 비법을 반드시 전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어느새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날도 여느 날도 다름없이 청년이 산에서 나무를 하고 돌아와보니 아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스승님께서.... 스승님께서.... 그만.. 반대파의 습격을 받아 무참히도 돌아가신 게 아니겠습니까?
스승님의 장례를 치르고, 이 청년은 막막했습니다. 노스승에게서 배운 것이라고는 밥하는일, 빨래하는일 정도였지 무림의 비법이라고는 단 한가지도 배운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청년은 여기서 멈출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목표도 목표였지만 이제는 반드시 무림세계의 비법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반대파의 의해 무참히 쓰러진 노스승님의 원수도 갚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목표는 하나 더 늘어났고, 청년의 의지는 불타 올랐습니다.
청년은 혼자서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스승 없이 혼자서 무술을 연마한다는 것이 어렵기도 했지만 점차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청년은 누군가 자신에게 무림세계의 비법을 일러줄 또 하나의 스승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청년은 마침내 백두산 산중에 숨어 지내는 한 고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고수야말로 무림세계의 모든 비법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청년은 즉시 백두산으로 고수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고수의 발에 꿇어 엎드려서 무림세계의 비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고수가 그 청년의 말을 단박에 들어줄 리는 없었고, 그래서 청년은 고수의 집 마당에 엎드려 보름 동안이나 자지도, 먹지도 않고 오직 무림세계의 비법을 알려주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청년의 정성에 감복하여 마침내 고수가 승낙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청년을 불러서는 내일 아침에 다시 오면 그때 무림의 비법을 적은 비기 한권을 주겠노라고 말하였습니다.
청년은 기뻐 돌아갔지만 그때부터 고수의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무림의 비법을 적은 비기라는 것은 누런 종이에 한자로 가득한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책이어야 하는데, 고수는 무술에는 통달하였지만 글에는 까막눈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밤, 무술의 고수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제자를 방으로 불러다가 자기는 비법을 말로 전하고, 제자는 이를 한문으로 옮기는 작업을 밤새 하였습니다. 이윽고 새벽녘이 되어 무림세계의 모든 비법을 적은 한권의 비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고수로부터 비기를 전해 받은 청년은 기뻐 날뛰어 돌아갔습니다.
그로부터 7년, 청년은 심산유곡에 숨어서 온갖 정성을 다하여 비기에 적힌 무림의 비법들을 하나하나 익혀 나갔습니다. 온갖 비밀스러운 권법에다 장풍이며, 축지법, 둔갑술 같은 기술이 모두 청년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 대목에 와서 청년은 조금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무림비법의 제일 마지막 단계, 하늘을 나는 비법에 이르자 비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거세수련능비천.. 이라~
청년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노스승의 원수를 갚고, 또 자신이 일생의 목표로 하였던 무림의 비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하늘을 나는 비법까지 완성해야 하는데, 하늘을 날기 위하여서는 거세를 해야 한다니....
혈기방장한 나이의 청년으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결단이였습니다.
그냥 여기서 마느냐 아니면 거세를 하고 하늘을 나느냐....
청년은 마침내 결심하였습니다. 그래 거세를 하자...
육체의 욕망은 순간이고 무예의 비법은 영한 것. 그래.. 거세를 하자...
청년은 눈을 질끈 감고 스스로 거세를 하였고, 열심히 수련에 임한 결과 마침내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년은 또 한 번 기뻤고 이제는 자신에게 비법을 일러준 고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하늘을 날아 금세 백두산까지 고수를 찾아간 청년은 고수의 발에 엎드려 조아렸습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스승님의 비법대로 열심히 수련한 결과 온갖 권법들, 장풍, 축지법 등 모든 비법을 완성하였고, 비기에 이른대로 거세를 하여 마침내 하늘을 날게 되었습니다.
청년의 말을 듣고 있던 고수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은 거세를 하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이 청년이 거세를 하였다니...
그래서 자신이 불러준 말을 한문으로 옮긴 제자를 불러 다그쳤습니다.
아뿔사 이건 순전히 번역상의 실수였던 것입니다.
고수가 불러준 원문은 X빠지게 수련하면 하늘을 난다 였는데 이를 한문으로 번역하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