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팔쉬름예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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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4-01 07:25:41 KST | 조회 | 2,049 |
제목 |
★☆콩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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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홍진호가 아마추어였을 적의 이야기이다.
홍진호가 집안을 돌보지 않고 스타크래프트를 한지 어언 7년째 되든 날,
근근히 피시방 알바로 생계를 이어 오던 홍진호의 부인 서지수가 불만을 터뜨렸다.
"당신은 디파일러를 가고도 나한테 지는 주제에 허구한날 집구석에서 스타크래프트만 붙잡고 있는 거요?
하다못해 겜방 알바라도 못하시나요?"
"내가 밤샘 체질이 아닌 것을 어쩌겠소"
"그럼 커리지 매치에는 안 나가시나요?"
"내가 경기전날만 되면 육회먹고 설사하는데 어떻게 대회에 나가겠소"
서지수가 드디어 역정을 냈다.
"당신은 밤낮없이 스타만 붙잡더니 '어찌하오' 소리만 배웠소? 알바도 못뛴다, 대회도 못나간다고
하면, 그래 누구처럼 가정부 노릇은 할 수 있단 말이오?"
홍진호가 이 말을 듣고 마우스를 놓으며 탄식했다.
"내 10년동안 실력을 연마해서 저그본좌가 되기로 스스로 약정했는데 7년째에 그치는구나"
하고는 집을 나와 서울로 올라갔다.
그는 아이파크몰에서 박순희 한명을 붙잡고 물었다.
"뮤짤 컨트롤의 원조가 누구요?"
"아마 SKT1의 박성준일 겁니다"
홍진호는 당장 박성준을 찾아갔다.
"내가 프로게임단에 들어가고자 하는데 아직 뮤탈 컨트롤이 부족하오. 바라건데 그대의
뮤탈 플레이가 담긴 리플레이를 좀 줄 수 없겠소?"
"그러시오"
박성준이 전력이 노출될 수도 있는 리플레이를 선뜻 주자 주위의 연습생들이 의아해했다.
"저자의 플레이를 보아하니 영락없는 공방양민 수준인데
이름도 모르면서 어찌 리플레이를 보여주십니까?"
"이건 너희들이 알바 아니다. 대게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자는 스타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가 그를 유심히 관찰해 보니 3연속 벙커링의 사기성을 알면서도 저그로 플레이
하고 있고, 육회 준우승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사람이다. 그런 자가 굳이 프로게
임단에 들어간다니 그 뜻이 범상치 않은 것임이 확실하여 나도 그의 뜻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리플레이를 주지 않으려면 모르되, 기왕 내줄거라면 이름은 물어 무엇하겠느냐?"
홍진호는 박성준의 리플레이를 철저히 분석해서 스타리그와 프로리그를 휩쓸었다.
그는 우승상금으로 전국의 저그유저들을 불러모았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내 가르침을 바탕으로 진정한 저그본좌로 거듭나거라.
중요한 것은 테란이 멀면 더블컴, 가까우면 벙커링을 한다는 것에 주의하고,
아무리 유리해도 드론은 절대 한부대 이상 뽑지 말 것이며,
뮤탈 컨트롤을 할때는 꼭 노킬 투다이를 시전하도록 하라."
홍진호는 자신이 불러모은 선수들로 팀을 꾸려 마침내 그랜드 파이널까지 우승했다.
"노킬 투다이를 하는 수준의 선수들로도 G.P(그랜드 파일날)수 있다니 스타판의 실상을
알 만 하구나 "
박성준은 본래 CJ의 마재윤과 잘 아는 사이였다. 마재윤이 한때 극강이라고 불렸던 토스전까지
연패하며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자 하루는 박성준에게 진정한 저그고수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박성준이 홍진호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소인이 그분의 100회 우승까지 봐왔지만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이야. 자네와 같이 가보세"
마재윤은 홍진호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지 물었다.
"너와 김택용의 전적차가 어떻게 되느냐?"
"10-2=팥입니다"
"그렇다면 저그로는 답이 없군. 종족을 테란으로 바꿔볼 생각은 없느냐?"
마재윤이 박태민과의 일전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홍진호는 말을 이었다.
"이참에 정규리그는 그만 출전하고 스타 브레인같은 이벤트전에나 나오는 건 어떠냐?"
"어렵습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어떤 일을 하겠느냐?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그대 성적이 부진한 이유는 소수병력으로 적의 대부대를 막는 법을 깨우치지 못했기 때문
이다. 나는 단 한기의 디파일러와 럴커만으로도 상대의 대부대를 막는 법을 알고 있다. 이를 익히
면 잘하면 장판파의 기적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고, 지더라도 OME의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마재윤이 힘없이 말했다.
"하이브를 가기전에 이미 코세어에 오버로드가 다 죽어나가는데 디파일러가 나와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홍진호가 크게 꾸짖어 말했다.
"내가 세가지 계책을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러고도 슬럼프를 극복하겠다는 건가? 나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수백, 수천, 수억 게임씩
연습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1초에 한판씩 연습하는 경지에 이르러서야 겨우 게임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너는 내가 권하는 빌드를 전부 '어렵다'며 마다하면서도
슬럼프를 극복하겠다는 건가? 그래도 그대가 저그본좌라 하겠는가?
너같은 소인배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 해괴한 모습에 깜짝 놀란 마재윤은 얼굴이 팥색이 되어 급히 뛰쳐나갔다.
다음날 마재윤이 홍진호의 집을 다시 방문하니, 홍진호는 온데간데 없었고
방에는 '내가 속이 더럽게 안좋은 건가...'는 글귀와 함께 상한 육회와
설사약만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
옛날 스갤에서 본거같은데 심심해서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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