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해병대의 라이벌'이라고 하면
이런 장면을 많이들 상상하시겠지만(....)
사실 1960년대의 해병대에게는 또 다른 앙숙이 있었습니다.
아니, 무와 앙숙이었던 게 아니고요
전 공군참모총장이었던 장지량 장군의 회고록을 보면, 해병대와 공군 전투비행단 사이에 벌어진 대참사(....)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읽어보면 꽤나 막장틱하죠. -ㅁ-;;
0.
1966년 8월 2일, 장지량 장군은 공군참모총장으로 취임한 바로 다음날, 휴가를 떠나는 박정희 대통령의 전용기에 탑승해 진해의 대통령 별장으로 이동합니다. 수행을 마치고 서울로 귀환한 장지량 총장에게 엄청난 보고가 들어오는데....
1.
김해기지 소속
공군 병사 7~8명이 일요일에 부산으로 외출을 나갔다가 복귀하는 길에, 부산발 진해행 완행버스를 잡아탔습니다. 이 버스에는 마침 진해기지 소속의
해병 10여명도 같이 타고 있었습니다.
2.원래 이 버스는 김해공항으로 들어가지 않고 공항 부근 삼거리에만 정차하는 버스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병사들이 - 빠져가지고 -
기사더러 김해공항 안까지 들어가 달라고 요구를 한 겁니다.
3.마침 그 자리에 있던 해병들, 안그래도 평소에 공군 병사들을 아니꼽게 보던 터라, 머릿수도 우세하겠다, 곧바로
"니들이 뭔데 노선버스더러 공항까지 들어가라 마라냐 이 XXX들아!"라며 시비를 걸었습니다.
4.
그리고 양 군(....)은 아예 버스를 세워놓고 치고박고 대판 싸웠습니다.
그 결과 숫적으로 열세였던 공군 병사들은 얼굴이 개발살나서 귀대....
5.
공군에서 가장 자존심이 강한 전투비행단. 동료 병사들이, 그것도 해병대에게 대판 얻어터지고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오자 빡이 회전합니다.
김해기지 소속의 원정대 20명이 트럭 2대에 분승해 문제의 진해행 완행버스를 추격, 버스 안에 타고 있던
해병 10여명을 죄다 끌어내서 개발살을 내버렸습니다.
6.
승전고를 울리며 돌아온 공군 원정대 용사들(....)이 목욕하고 쉬는 사이, 이번에는 제대로 뚜껑 열린
해병대 병사 40여명이 역시 트럭 4대를 이끌고 김해기지로 쳐들어옵니다. 이번엔 아예 간부, 사병 할 것 없이 걸리는대로 죄다 패고 차고, 돌멩이를 던져 비행기에 손상까지 입히는 상황.
7.
대인배 공군 당직사관, 상황이 이쯤 되자
비상을 걸었습니다.
그리하여
기지내 총원 전투배치!
(....)
8.
아무리 해병대라지만 원정인데다가 숫적 열세가 더해지니, 해병들은 도리 없이 개발살이 납니다. 안 그래도 전투비행단은 인원이 수천명(....)
게다가 하사관, 사관들까지 죄다 출동해 게이트란 게이트는 다 차단하고 해병은 보이는대로 잡아 족치니, 마침내 해병들은 철조망을 뚫고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9.
그런데 하필이면 김해기지 철조망 건너에는 갈대가 우거진 낙동강 지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갈대숲을 헤치고 가는것만 해도 일인데, 여기에 지류가 엄청나게 빨라서....
강을 건너던 해병들 중 1명이 죽고 6~7명이 탈진해 병원으로 실려가는 대참사가 벌어집니다. OTL
정리하자면
- 버스안에서 시비가 붙었다.
- (공)7 : (해)10 -> 해병 승
- 공군, 해병 추격
- (공)20 : (해)10 -> 공군 승
- 해병, 김해기지 침공
- 김해기지 내 공군 총원 출동(....)
- (공)수천 : (해)40 -> 공군 승
- 퇴각하던 해병들, 물에 빠져 1명 사망, 6~7명 탈진
그런데 사실 장지량 장군은 이전에도 비슷한 사태를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장지량 장군은 1958~1961년 기간동안 김포의 제11전투비행단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이 땐 또 김포읍내나 공항 부근으로 외출 나간 공군 병사들이 툭하면 2여단 소속 해병대 병사들에게 개발살 나서 돌아왔답니다. -_-;;
감정적으로 나갈수도 없는 일이라서, 장지량 단장(당시)은 해병대 2여단장에게 한가지 제의를 하게 됩니다. 해병 2여단과 공군 11전비가 서로 사병 10명씩을 교환 파견하는 것이었죠. 5일간 해병대와 공군 병사들이 한 내무실에서 숙식과 훈련과 체육활동을 함께 하도록 하자, 놀랍게도 김포지구의 해병대와 공군은 맹우가 되었더라....라는 이야기.
어쨌거나, 이런 경험이 있는 장지량 총장과 해병대사령관 강기천 중장이 함께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자, 다행히 부산-진해지구에서도 해병대와 공군 사이의 앙금은 해소되고 오히려 친밀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낳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으니....
이번에는 외출 나간 해병대와 공군이 합세해서
특전사를 때려잡은 겁니다.
[먼바다]
조....좋은 군대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