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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차원관문
작성일 2010-11-01 19:39:21 KST 조회 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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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주와 병사. 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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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각자 상상에 맡깁니다.

저는 알고있으니까용

 

센스넘치는 댓글을 유도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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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 아이콘 프징징 (2010-11-01 20:25:2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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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순수한 마음은 저를 감동시키는군요.

만약 당신이 왕성의 제 방 테라스 밑에서 100일 밤낮으로 저를 기다려주신다면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이겠어요."

청년(병사)은 기쁜 얼굴로 물었어요.

"정말인가요? 정말 100일만 기다리면 저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네. 공주인 저의 명예를 걸고 맹세할께요."

청년은 그 날부터 높은 곳에 있는 공주의 방 테라스 아래에서 낮이나 밤이나 자리를 지키고 기다렸어요.

비가 오는 날에도 바람이 부는 날에도 공주를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겨울이 되어 눈이 오자 병졸의 몸에는 눈이 쌓였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날짜는 흘러가고 공주는 가끔 테라스로 나와서

아직도 청년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내려다보며 확인을 하고 들어가곤 했어요.

그렇게 99일이 지나고 100일이 되기 하루전날

청년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의 몸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그 자리를 떠났어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하루만 더 기다리면 100일이 되건만

청년은 하루를 남겨놓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왜일까요?


100일째가 되어서 공주가 테라스를 내다보았을 때, 공주는 청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청년이 100일 동안 앉아 있던 자리만, 눈이 쌓이지 않은 채 공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죠.
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지만, 청년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왕성 가득 쌓였던 눈이 녹고, 봄이 찾아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덧 왕성의 뜰에도 새가 지저귀기 시작했고,
청년이 앉았던 자리에도 푸른 봄풀이 덮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연회가 열리게 되었을 때, 참다못한 공주는 청년을 수소문해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먼 나라에서 진귀한 물건을 가지고 오는 상인들과 광대들, 음유시인들,
바다 너머까지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선원들 중에서도
공주에게 청혼했던 청년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루한 나날들이 흘러갔습니다.
홀로 된 공주의 성에는 매일같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공주는 한결같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맨 처음 내게 진실된 고백을 해주었던 그 사람을 원해요."
그들은 실망한 채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삼 년이 지난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유난히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던 어느날, 한 노인이 공주에게 찾아와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일곱 개의 산 너머에 사는데, 조그마한 그의 오두막은 장미 울타리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는 삼 년 전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지금까지 말도 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먹지도 않고,
장미 울타리만 가꾸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찾던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에요."
공주는 아끼던 말을 타고, 일곱 개 산 너머에 사는 남자를 찾아가기 위해 길을 떠났습니다.
일곱 개의 산을 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타고 갔던 말은 어느 날 밤 줄이 풀려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공주는 걸어서 산을 넘기로 마음먹었지만, 공주가 신고 간 공단 구두는 산을 넘기에 알맞은 신발이 아니었지요.
신발은 곧 망가지고 말았고, 공주의 고운 발은 금새 상처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낮이 되면 걷고, 밤이 되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몸을 뉘었습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아니 몇 년이나 지났을까요?
공주는 곧 날짜를 잊었습니다.
잠든 눈꺼풀을 비추는 해가 떠오르면 걷고, 별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 무거운 눈꺼풀을 붙이면서,
공주는 하루하루 걸었습니다. 산은 대체 몇 개쯤 지났을까요?
공주는 몇 번째 산인지도 잊었습니다. 눈 앞에 산이 보이면 그저 올라갔고,
내리막이 보이면, 감사히 여기며 내려갔을 뿐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문득 공주 앞에는 장미 울타리에 둘러싸인 오두막이 나타났습니다.
장미 울타리에는 너무나도 신비로운 향을 내는 장미가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공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파란 장미를 정신없이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공주의 아름다운 드레스는 이제 너무 더러워져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무슨 색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공주는 자신의 모습을 미처 추스를 새도 없이 홀린 듯 파란 장미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문득 울타리 사이로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집 안에서 걸어나왔습니다.
그 청년이었습니다.
청년이 공주를 바라보았습니다.
공주는 자기가 왜 청년을 찾았는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주가 성 안에 있었던 때는 이미 너무나도 오래 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거든요.
공주는 한참 동안 청년을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마침내 공주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찾아왔어요."
청년은, 아니 이미 청년이라기엔 나이를 먹은 남자는 공주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찾아왔어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아니 이제 잊어버렸어요.
그렇지만 나는 당신을 찾아왔어요. 당신을 찾기 위해 일곱 개의 산을 넘었어요."
"오래 전 저는 공주님의 방 앞 테라스에서 99일 동안 공주님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그 날 나는 공주님 당신을 아내로 맞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이 정말 나 같은 천한 청년과 결혼하기를 원하는가.
며칠 만에 한 번씩 나타나는 공주님 당신이 저를 보는 표정은 항상 불행해 보였습니다.
하루하루 100일에 가까워질수록 당신은 점점더 쓸쓸해 보였습니다.
그걸 보는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고, 나로 인해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짓게 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검사의 칼날 아래서 당신을 구해줬던 그 날 이래로,
나는 그 때처럼 감사와 안도로 가득찬 행복한 표정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당신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공주님 당신이 다시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될 수 있길 바랬어요."
남자는 공주에게로 다가왔습니다.
남자의 눈에는 예전같은 젊음은 없었지만,
대신 부드러움과 현명함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일곱 개의 산을 넘어 나를 찾아와 주셨군요.
그리고 제가 그토록 보길 바랬던 행복한 표정을 내게 보여주시는군요.
저는 지금 이 순간을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 감사드리든지 그것은 그 사람에게 너무나도 큰 영광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에요."
남자는 공주 앞에 무릎을 꿇고, 거칠어진 공주의 발을 쓰다듬었습니다.
"이제 다시 한 번 당신께 청혼하려고 합니다. 공주님, 부디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공주의 얼굴에는 이미 예전같은 오만함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실로 오랜만에 한 점 근심없이 별처럼 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신이 제게 저 장미를 주신다면요."
남자는 공주를 안아 들었습니다.
둘은 장미가 가득한 울타리를 지나 오두막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람이 불어 장미 울타리를 흔들었고,
곧 오두막집으로 가는 입구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그들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구도 그들과 장미가 가득한 장미울타리에 둘러싸인 오두막집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직도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장미 울타리를 흔들었던 바람이 아직도 우리 곁에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베플 아이콘 모르는넘 (2010-11-01 20:00:0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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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의 정권이 몰락하고 있는걸 병사가 알었거든요.
베플 레이스트 (2010-11-01 20:15:5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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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가 날짜 잘 못 계산하고 ㅅㅂ ㅅㅂ 하면서 갔을지도...
얼고있는영웅 (2010-11-01 19:42:1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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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르나츠가 데려갔거든요
아이콘 -style- (2010-11-01 19:44:2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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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 파페포포에서 본거 같은데
아이콘 뉴비두기[바퀴] (2010-11-01 19:44:3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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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마비됬는데 어떻게 집에 간거지
아이콘 닥쳐십색히야 (2010-11-01 19:46:1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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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빡쳐!
이런거 증말 짜증남.
걍 닥치고 왜 그랬는지 알려주셈!
아이콘 난풍 (2010-11-01 19:47:5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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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위해서 스스로 포기한건가?!
추죶긔 (2010-11-01 19:48:5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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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공주가 고생할테니까
웰스퍼 (2010-11-01 19:49:4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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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일날 깨달은 겁니다. 어차피 공주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꺼라고
100일날 공주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영원한 절망속에 살테니
100일날 공주 앞에 나타나지 않으므로써 공주는 자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죠..
아이콘 까망글씨 (2010-11-01 19:50:4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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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네마천국 보면 답이 있어요~ 알프레도 아저씨가 은근히 약을 올렸던거군.
아이콘 난풍 (2010-11-01 19:51:1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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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BGM제목이 뭐죠?
아이콘 까망글씨 (2010-11-01 19:53:1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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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에서 토토가 말하길,

병사는 하루만 더 기다리면 공주와 결혼을 할수도 있었겠지만
만약에,
100일 째 되는날 공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기라도 하면 병사는 너무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병사는 그 고통을 못이겨 죽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차라리 99일째 되는날 뒤돌아 떠난거라고

토토는 얘기를 했어요.
아이콘 차원관문 (2010-11-01 19:53: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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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답들을 아셧으니 센스폭발하는 댓글들좀 달아보시졍
아이콘 까망글씨 (2010-11-01 19:53:4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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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자신을 끝까지 기다렸을 거라고 희망을 품고 있기 위해서
아이콘 피애르 (2010-11-01 19:53:5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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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 너무 좋다
아이콘 난풍 (2010-11-01 19:54:3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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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관문님 이거 브금제목좀 알려주세요!!
아이콘 BullGom (2010-11-01 19:55:5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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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마비되고 눈물도 못막는 상태였으므로 의자를 들수없음은 물론 걸어가기도 불가능! 고로 떠난것은 영혼입니다.
슬라빅 (2010-11-01 19:55: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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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빌리였거나 병사가 심영
아이콘 모르는넘 (2010-11-01 20:00:0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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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의 정권이 몰락하고 있는걸 병사가 알었거든요.
아관파천 (2010-11-01 20:01:5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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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는 칼을 뽑아 공주의 배에 찔러 넣고 공주를 뒤에서 포옹한채로 더 깊숙히 칼을 꼽아넣어 같이 죽습니다.
아이콘 차원관문 (2010-11-01 20:02:3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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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테일즈위버 노래하는 숲

reminiscence 입니다.
WindBell (2010-11-01 20:02:4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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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일동안 병사가 탈진까지 하며 고생하는걸 그저 지켜보기만 한 공주의 악독한 마음에 그만...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닳은게지
아이콘 리치킹의보물 (2010-11-01 20:12:0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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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사랑했다면 그 날씨에, 얼어죽을 그 날씨에 내버려두지 않았겠지요.
레이스트 (2010-11-01 20:15:5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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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가 날짜 잘 못 계산하고 ㅅㅂ ㅅㅂ 하면서 갔을지도...
아이콘 국방장관 (2010-11-01 20:19:4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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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전우치 돋네예 ㅋㅋ
아이콘 프징징 (2010-11-01 20:25:2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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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순수한 마음은 저를 감동시키는군요.

만약 당신이 왕성의 제 방 테라스 밑에서 100일 밤낮으로 저를 기다려주신다면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이겠어요."

청년(병사)은 기쁜 얼굴로 물었어요.

"정말인가요? 정말 100일만 기다리면 저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네. 공주인 저의 명예를 걸고 맹세할께요."

청년은 그 날부터 높은 곳에 있는 공주의 방 테라스 아래에서 낮이나 밤이나 자리를 지키고 기다렸어요.

비가 오는 날에도 바람이 부는 날에도 공주를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겨울이 되어 눈이 오자 병졸의 몸에는 눈이 쌓였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날짜는 흘러가고 공주는 가끔 테라스로 나와서

아직도 청년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내려다보며 확인을 하고 들어가곤 했어요.

그렇게 99일이 지나고 100일이 되기 하루전날

청년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의 몸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그 자리를 떠났어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하루만 더 기다리면 100일이 되건만

청년은 하루를 남겨놓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왜일까요?


100일째가 되어서 공주가 테라스를 내다보았을 때, 공주는 청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청년이 100일 동안 앉아 있던 자리만, 눈이 쌓이지 않은 채 공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죠.
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지만, 청년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왕성 가득 쌓였던 눈이 녹고, 봄이 찾아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덧 왕성의 뜰에도 새가 지저귀기 시작했고,
청년이 앉았던 자리에도 푸른 봄풀이 덮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연회가 열리게 되었을 때, 참다못한 공주는 청년을 수소문해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먼 나라에서 진귀한 물건을 가지고 오는 상인들과 광대들, 음유시인들,
바다 너머까지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선원들 중에서도
공주에게 청혼했던 청년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루한 나날들이 흘러갔습니다.
홀로 된 공주의 성에는 매일같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공주는 한결같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맨 처음 내게 진실된 고백을 해주었던 그 사람을 원해요."
그들은 실망한 채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삼 년이 지난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유난히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던 어느날, 한 노인이 공주에게 찾아와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일곱 개의 산 너머에 사는데, 조그마한 그의 오두막은 장미 울타리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는 삼 년 전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지금까지 말도 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먹지도 않고,
장미 울타리만 가꾸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찾던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에요."
공주는 아끼던 말을 타고, 일곱 개 산 너머에 사는 남자를 찾아가기 위해 길을 떠났습니다.
일곱 개의 산을 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타고 갔던 말은 어느 날 밤 줄이 풀려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공주는 걸어서 산을 넘기로 마음먹었지만, 공주가 신고 간 공단 구두는 산을 넘기에 알맞은 신발이 아니었지요.
신발은 곧 망가지고 말았고, 공주의 고운 발은 금새 상처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낮이 되면 걷고, 밤이 되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몸을 뉘었습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아니 몇 년이나 지났을까요?
공주는 곧 날짜를 잊었습니다.
잠든 눈꺼풀을 비추는 해가 떠오르면 걷고, 별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 무거운 눈꺼풀을 붙이면서,
공주는 하루하루 걸었습니다. 산은 대체 몇 개쯤 지났을까요?
공주는 몇 번째 산인지도 잊었습니다. 눈 앞에 산이 보이면 그저 올라갔고,
내리막이 보이면, 감사히 여기며 내려갔을 뿐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문득 공주 앞에는 장미 울타리에 둘러싸인 오두막이 나타났습니다.
장미 울타리에는 너무나도 신비로운 향을 내는 장미가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공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파란 장미를 정신없이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공주의 아름다운 드레스는 이제 너무 더러워져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무슨 색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공주는 자신의 모습을 미처 추스를 새도 없이 홀린 듯 파란 장미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문득 울타리 사이로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집 안에서 걸어나왔습니다.
그 청년이었습니다.
청년이 공주를 바라보았습니다.
공주는 자기가 왜 청년을 찾았는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주가 성 안에 있었던 때는 이미 너무나도 오래 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거든요.
공주는 한참 동안 청년을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마침내 공주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찾아왔어요."
청년은, 아니 이미 청년이라기엔 나이를 먹은 남자는 공주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찾아왔어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아니 이제 잊어버렸어요.
그렇지만 나는 당신을 찾아왔어요. 당신을 찾기 위해 일곱 개의 산을 넘었어요."
"오래 전 저는 공주님의 방 앞 테라스에서 99일 동안 공주님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그 날 나는 공주님 당신을 아내로 맞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이 정말 나 같은 천한 청년과 결혼하기를 원하는가.
며칠 만에 한 번씩 나타나는 공주님 당신이 저를 보는 표정은 항상 불행해 보였습니다.
하루하루 100일에 가까워질수록 당신은 점점더 쓸쓸해 보였습니다.
그걸 보는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고, 나로 인해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짓게 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검사의 칼날 아래서 당신을 구해줬던 그 날 이래로,
나는 그 때처럼 감사와 안도로 가득찬 행복한 표정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당신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공주님 당신이 다시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될 수 있길 바랬어요."
남자는 공주에게로 다가왔습니다.
남자의 눈에는 예전같은 젊음은 없었지만,
대신 부드러움과 현명함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일곱 개의 산을 넘어 나를 찾아와 주셨군요.
그리고 제가 그토록 보길 바랬던 행복한 표정을 내게 보여주시는군요.
저는 지금 이 순간을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 감사드리든지 그것은 그 사람에게 너무나도 큰 영광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에요."
남자는 공주 앞에 무릎을 꿇고, 거칠어진 공주의 발을 쓰다듬었습니다.
"이제 다시 한 번 당신께 청혼하려고 합니다. 공주님, 부디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공주의 얼굴에는 이미 예전같은 오만함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실로 오랜만에 한 점 근심없이 별처럼 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신이 제게 저 장미를 주신다면요."
남자는 공주를 안아 들었습니다.
둘은 장미가 가득한 울타리를 지나 오두막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람이 불어 장미 울타리를 흔들었고,
곧 오두막집으로 가는 입구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그들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구도 그들과 장미가 가득한 장미울타리에 둘러싸인 오두막집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직도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장미 울타리를 흔들었던 바람이 아직도 우리 곁에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아이콘 제시카픽 (2010-11-01 20:55:4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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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째 간이유는 100일 휴가 때문입니다 =ㅅ= 간단한걸...
아이콘 [KaidoKID] (2010-11-01 21:13:2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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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이다.
아이콘 누더긷으딘 (2010-11-01 21:15:3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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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잘읽고갑니다
아이콘 생명체 (2010-11-01 23:51:3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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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네마천국 진짜 명화임
아이콘 김블보 (2010-11-02 11:04:0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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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테일즈 OST 너무 좋음 ㅠㅠ

넥슨이 말아먹었지만... ㅠ
심영 (2010-11-02 11:40:1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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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연애의 기초, 밀고 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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