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군 포로와 한국 대사관 직원의 짤막한 대화가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이 동영상은 한국 땅을 밟지 못하는 국군포로의 이야기를 담아 1998년 방영했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의 한 장면이다. 어림잡아 8년도 더 된 동영상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지난 18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600회 특집 방송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간 방송된 600회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사건 중 네티즌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1998년 10월 18일 방영된 '국군포로 장무환, 50일간의 북한 탈출기'였다.
'국군포로 장무환, 50일간의 북한 탈출기'에서는 스물세 살의 나이에 6.25 전쟁의 국군으로 참전해 싸우다 인민군에게 잡혀 포로가 된 일흔두 살의 나이가 되도록 북한의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한 장무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방송했다. 6.25가 끝난 뒤 장무환 할아버지는 숨져 국립묘지에 묻힌 것으로 되어 포로교환 때 이름도 오르지 않았다. 어렵사리 북한을 탈출한 장무환 할아버지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을 만나 제3국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대사관 직원은 도와줄 수 없다는 말 한마디만 하고 차갑게 전화를 끊어 버린다. 대사관 직원과의 통화 내내 떨리던 장무환 할아버지의 손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방송이 끝난 후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장무환 할아버지의 근황을 묻는 글들이 이어졌다. 다행히 장무환 할아버지는 방송국의 도움으로 1998년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장무환 할아버지는 고국으로 돌아와 6.25 때 헤어진 아내와 자식들은 만났지만 아직도 북한에 남아있는 국군포로들과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을 분노에 빠지게 한 것은 전화를 받은 대사관 직원의 태도였다. 사정도 들어보지 않고 국군포로라는 말 한마디에 '안된다'라고 끊어 버리는 냉담한 태도에 화가 난 네티즌들은 '싸가지 대사관녀'라는 제목으로 이 동영상을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옮기고 있다.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몇 년이 지났지만 '싸가지 동영상녀'를 찾아내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쟁 포로를 중시하지 않는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네티즌들은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가한 전쟁포로에게 적절한 포상은 주지 못할망정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전쟁포로를 매정하게 내치는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전쟁포로가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북한이나 제3국에서 떠돌고 있다. 지금이라도 그들을 찾아 나라를 위해 몸바친 분들의 노고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 네티즌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