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Станислав Евграфович Петров, Stanislav Yevgrafovich Petrov). 1983년의 한 가을밤. 세계의 운명은 한 러시아 중령의 손에 달려있었다. 1983년 그는 소련 핵발사 조기경보 인공위성 및 핵발사 관제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1983년 9월 26일밤 0시에 갑자기 컴퓨터에서 미국이 ICBM 한발을 러시아로 발사했다는 경보가 터져나왔다. 즉각 러시아의 모든 핵발사 사일로와 이동식 발사대에 경보가 걸렸고, 마침 그가 관제센터의 당직이었다. 당시 크렘린과의 통신라인은 살아 있었기 때문에 둠스 데이 머신[1]은 페트로프에게 발사 권한까지 주지는 않았지만, 개시 명령을 내리거나 서기장에게 지시를 내려줄 것을 요청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1] 러시아의 지휘부가 미국의 핵공격등으로 괴멸했을때 자동적으로 러시아의 모든 핵미사일을 미국으로 발사하는 '미친' 프로그램
경보는 울리고, 그의 눈앞에서는 핵전쟁 '개시' 버튼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불안했던게 그 사건이 일어나기전 그 해 초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 비판했고 단거리 핵미사일을 소련에 가까운 서유럽에 배치했다. 3주 전엔 소련 전투기가 대한항공902편을 격추시켰고, 게다가 NATO는 에이블 아처 83(Able Archer 83)이란 이름의 핵전쟁 훈련을 하고 있었다. NATO가 훈련으로 위장된 선제 핵공격을 가할 생각이라면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그는 신중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가 개시 버튼을 누르면 세계는 그야말로 상호확증파괴[2]로 빨려들어갈 것이었다.
-[2] 전쟁이나 전투의 결과에 상관없이 양측 모두 파괴될 것이 확실한 상태 (Mutual assured destruction = MAD)
그러나 그는 냉정한 판단력으로 이렇게 판단했다.
만약 미국이 정말로 핵전쟁을 시작한다면 모든 ICBM을 동시에 발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컴퓨터는 단 한개의 ICBM만을 잡아냈다. 이건 분명 컴퓨터의 오류이거나 인공위성의 오류일 것이다. 라고 판단한 그는 핵전쟁 취소코드를 입력하고 상부에 이건 컴퓨터의 오류인 듯 하다고 보고했다. 몇 시간의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그건 인공위성이 햇빛을 ICBM의 발사섬광으로 잘못 인식하고 보고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는 영웅으로 칭송되어야 마땅했으나 소련군부는 당장 그것을 1급비밀로 분류하고 그를 한직으로 내쫓았다. 현재 그는 모스크바 근방에서 군인연금을 받으며 생활 중이며 이 이야기는 그로부터 10년뒤, 한 소련군 장성의 회고록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분의 판단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폴아웃이 펼쳐졌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