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번 이야기는 내가 동경에서 한국인들 모임 비슷한걸 했을때 들은 이야기 인데, 누가 해 준 이야기 인줄은 기억도 안나는데 임팩트가 너무 쎄서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야.
기억 나는데로 써 볼께.
동경 한국인 학교라는 학교가 있는데 거기를 졸업한 졸업생의 이야기야.
그 이야기를 했을때 그 자리에 있던 같은 졸업한 거의 모두가 알고 있었던 만큼 실화라는걸 말해줄께.
귀신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꼭 주인공과 자기 자신을 싱크로 해서 천천히 한문장 한문장 곱씹으며 읽으면 어느샌가 소름이 젖꼭지보다 커질꺼야.
금요일에 관한 이야기야.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아 A,B,C 라고 할께. 셋 다 남자야.
아직 고등학생 이었지만 이 셋은 평소부터 음주를 즐겼던 모양이야.
일본은.. 뭐... 그냥 좀 바빠보이는 식당쯤이면 신분증 안까고도 왠만하면 다 술 먹을 수 있어.
그날도 오늘처럼 추적추적 비가오는 금요일이었어.
비가 오니까 술 생각이 났고, 그들 셋은 어김없이 쇼쿠안도오리(職安通り) 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고기를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즐겁게 식사를 마쳤어.
언제나 처럼 2차로 노래방엘 갔다가, 3차는 배팅센터에서 야구공좀 치고, 4차로 사우나를 하는 코스를 밟기 위해, 당연하다는듯이 노래방으로 향하려고 식당을 나왔는데.
A가 갑자기
"나 집에 가야돼."
라고 한마디만 남기더니 빛의 속도로 세워진 택시쪽으로 달리더니 타고 가 버렸어.
음?
핸드폰도 받질 않고...
갑작스런 A의 행동에 B와C까지 흥이 깨진데다가, 당황도 하고 해서, 남자 둘이서 노래방 갔다가 놀러가고 하기도 뭐해서 그냥 집에 가기로 한거야.
B는 A와 같은 교포인데, 집도 가까워서 어렸을때부터 불X친구였어.
X알친구가 그런식으로 집에 가버리자, 불안해진 B는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서 가는 길이고 하니까 들려보기로 하고 평소 걸어가는 길을 택시를 탔지.
둘 다 사는곳이 와카마츠쵸(若松町)라는 곳인데.
쇼쿠안도오리랑 가까워.
택시타면 5분도 안걸릴 거리지.
하지만, 그날은 금요일인데다 비까지 오는 저녁시간.
차가 좀 밀렸지.
B도 택시를 타고 조금 가니까 집 근처의 큰길까지 오게 되고, 저 앞에서 내리는 A가 보였어.
자기도 황급히 내리고, 보니까...
A가 미칠듯이 뛰어가고 있는거야.
아, 이건 뭔가 큰일이 났구나... 하고 생각해서 자기도 뛰기 시작했지.
여기서, 눈치빠른 사람은 이미 눈치챘겠지만
맞아.
A는 똥마려워서 집에 간거야.
왜 가끔 있잖아, 친구들 앞에선 똥 못싸는 애들.
아무리 불아ㄹ.... 아, 또 글 짤릴뻔 봤다......
아무리 X알 친구 앞이라도 마지막 남은 프라이드는 지키고 싶었던 A는...
밥먹기 전부터 살살 아파왔던 배가... 고기의 기름까지 들어가자 더욱더 요동을 쳐 댔고, 마셨던 소주는 마치 X구멍만 취하게 한것처럼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괄약근을 가지고, 집으로 갈 생각을 한거야.
다행히 집은 가깝고 택시로 빨리가면 5분도 안걸린다.
...하지만
약간 길이 막혔고 A는 그 10분 사이에 좁은 택시 공간에서 토미노의 지옥보다 더 지독한 지옥구경을 하며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 할아버지... 하나님 아빠... 하나님 삼촌... 아무튼 누구라도 도와달라며 기도한 끝에 정신줄을 놓기 전에 집 근처까지 오게 된 거야.
이대로 막힌길을 택시안에서 옴짝달싹 못하는것보다 차라리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뛰기라도 하면 더 빠를 거란 계산을 한 A는 과감히 내렸어.
하긴, 똥마려울때 가만히 앉아있는것보다 서 있으면 좀 더 편하긴 해.
뛰어가면 집까지 1분도 안걸린다!!
괄약근을 정교한 테크닉으로 조율하며 오직 집만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달리다 문득 생각 해 낸것이!!
그렇다!! 열쇠를 먼저 빼 놓자!!
유레카!!!
영특한 자신의 두뇌에 깊이 감동하면서... 달리는 괄약근을 더욱 미세한 힘조절로 다스리며, 주머니 속을 뒤졌어.
빠바바밤... (베토벤 운명교향곡)
열쇠가 없어...
순간 방심했던 A는 언젠가 엄마방에서 본적이 있는 무소유라는 책 제목처럼 모든걸 놔버리고 편해져 버리고만 싶었지만, 마지막 한오라기의 이성이 근처공원 이란걸 생각해 냈지.
옳타구나!!
공원 화장실!!
열쇠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 공원 화장실로의 좌표수정까지 0.5초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A에게 있어서는 0.나노1초 마다 괄약근이 조금씩 풀리는것이 느껴질 정도였지.
하지만 공원을 향해 두발짝 정도 떼었을때, 왜, 청바지 보면 오른쪽 주머니 속에 작은 주머니가 하나 더 있잖아?
그 속에서 열쇠가 발견돼.
신이시여.
화장지가 비치되어 있고 엄마가 한국에서부터 우편 구독중인 좋은생각 이라는 똥쌀때 읽으면 더없이 마음이 편해지는 책자까지 비치되어 있는 쾌적한 집 화장실을 선택하고, 마지막 힘을 쥐어 짜서 다시 집으로 향해 뛰어.
한편... B는...
뒤따라간 B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돼. 택시에서 내린 큰길에서 부터 A가 뛰어 들어간 골목의 코너를 돈 순간!!!
한참 달리던 A가 갑자기 확 멈추더니 오른쪽으로 왕년의 존 트라볼타의 그것과 같은 멋들어진 투스텝을 밟더니 다시 집쪽으로 뛰기 시작하는거야.
이건 또 뭐지?
라고 생각한 B는 더욱더 걱정이 되고...
친구 생각에 더욱더 속도를 내서 친구 집을 향해.
집에 도착해서 덜덜 떨리는 손을 포세이돈의 힘을 빌려서 진정 시켜 겨우 열쇠를 열쇠 구멍에 꼽아넣은 A의 왼손은 이미 벨트를 풀고 있었어.
A는 미래를 준비할줄 아는 남자.
현관문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게 신기할정도로 세게 잡아당기는 A의 왼손은 이미 바지의 단추를 풀고 있었어.
왼손은 거들뿐.
신발따윈 벗지않아.
아니, 신발끈을 풀 시간도, 허리굽힘도 A에게는 사치였어.
화장실로 달리면서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오른손으로 화장실 문을 여는것과 동시에 정확히 팬티 고무줄까지 왼손 엄지손가락을 걸치고, 그대로 바지와 팬티를 내리면서, 오른손으로 변기 뚜껑을 올림과 동시에 몸을 돌리면서 원심력과 관성의 법칙을 이용한 치밀한 계산끝에 변기에 엉덩이가 닿기도 전부터 싸질러댔어.
...꽈르릉 푸릅부륵 텁텁 콰직...
...오,쏠레미오...
그러나...
약 0.1초간 천국의 달콤함을 맛보고 있던 A에게 지옥이 찾아왔어.
아까 스티븐 시걸의 액션신의 한장면과 같았던 절제된 과정중에... 다급한 나머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버린 과정이 하나 있었어...
변기 뚜껑을 올린 힘...
관성의 법칙과 작용 반작용의 법칙, 그리고 중력이 어우러져 멋진 곡선을 그리며 다시 제자리로 내려온 변기뚜껑.
하지만 A는 이미 앉기도 전부터 봉인을 풀어버렸고...
변기 뚜껑은 닫혔고...
한편 B는...
현관도 활짝 열린 채로 있는 A의 집을 보고 집에 무슨 일이 있긴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한거야...
어질러진 신발장에 신발을 벗어놓고... 조심스레 들어가지.
아무도 없는 집안...
그때 복도 끝 화장실쪽에서 사람이 움직이는듯한 소리가 났고, 복도로 나가서 화장실쪽을 돌아보자...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하반신이 똥범벅이 된 자기의 소중한 X알친구가, 홀딱 벗고 똥범벅이 돼 있는 변기통을 화장지로 열심히 닦고 있었대.
눈이 마주친 순간...A가 울먹거리면서...
"제발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하지만 월요일날 학교에 가니 모두가 알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