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
||
---|---|---|---|
작성일 | 2011-04-20 19:17:29 KST | 조회 | 3,131 |
제목 |
[실화] 컴퓨터…….
|
당시는 아침만 되면 서리가 내려앉고 쌀쌀한 바람이 계속 불어내리는 추운 가을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쓰던 컴퓨터가 있었는데, 그 컴퓨터에 대한 이상한 기억이 있습니다. 연합고사를 치르고 원하던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컴퓨터를 새로 장만했으니 오래전 일이지요.
중학교 3년을 함께한 그 컴퓨터는 꽤나 저가형의 조립식 컴퓨터였는데 성능은 형편없었으나 제 처지에 맞게 구매한 최초의 저만의 컴퓨터였습니다. 중학교에 들어와 처음으로 제게 컴퓨터가 생긴 것이지요. 처음 3개월 정도는 애지중지하게 쓴다고 썼지만 전 처음 컴퓨터를 다뤄보게 되었고 관리법은 커녕 바이러스 검사의 필요성도 알지 못해 컴퓨터는 3년 만에 금방 고물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컴퓨터 쪽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때는 중3, 기말고사 시험기간이 다가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남은 시간을 친구와 함께 제 방에서 그룹 과외를 하게 된 것이 이야기의 계기가 됩니다.
제 친구는 틈틈이 과외 중 쉬는 시간이나 과외 선생님이 오기 전에 제 컴퓨터에 매달려 인터넷을 하거나 간단한 게임을 하기 좋아했는데. 문제는 친구가 제 컴퓨터를 사용하고 발생합니다. 당시 제 컴퓨터는 심한 소음과 함께 어째서인지 사용 중에 간헐적인 끊김이 계속 되었습니다.
제 컴퓨터를 사용하던 친구는 언제나 짜증을 동반한 조롱을 했고 그 날은 제 컴퓨터를 보고는 한 마디 했습니다.
"네 컴퓨터 내가 좀 봐줘야겠다."
친구가 제 컴퓨터를 대신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친구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저희 집으로 찾아오더니 저희 집 컴퓨터를 여러 번 분해했다, 조립했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는 항상 이상한 말을 하곤 했는데 그것은 제 마음을 크게 신경 쓰이게 했습니다.
첫 날은
"아, 뭐지 쿨러를 뭐가 잡고 있나?"
두 번째 날은
"어, 쿨러 안에 이게다 뭐야?"
세 번째 날은
"진짜 이상하다……."
네, 그것은 정말 이상했습니다. 쿨러 부분에 소음을 신경 쓰던 친구는 제 컴퓨터에 팬의 상태를 보았는데 그것은 새까만 것들로 가득 메워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쿨러에 먼지가 제멋대로 달라붙었거니 생각한 친구였지만 둘째 날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친구가 컴퓨터를 옮겨 밖으로 나가 스프레이 먼지 제거제를 이용해 컴퓨터의 쿨러를 씻겨냈을 때였습니다.
그 안에서 검은 머리카락이 계속해서 흩날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 모습을 순간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친구는 소름 돋는다는 듯이 저를 마주 보았습니다. 머리카락의 길이는 15cm로 꽤나 길었고 모발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가늘었습니다. 순간 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희 집은 외아들인 저 뿐 누나가 있지도 않고 장모[長毛]를 가진 동물을 키우지 않았습니다. 그런 기다란 머리를 가진 사람은 저희 집에 없습니다. 어떻게 들어간 건지도 모를 머리카락이 컴퓨터 쿨러에서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친구는 3번째 날은 아예 제 컴퓨터를 자신의 집에 가져가게 됩니다. 가져가면서도 친구는 이상하다면서 저에게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 임마 뭐 잘못한 거 있냐?"
저는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말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다다라서야 저는 친구에게 짜증을 낼 수 있었습니다.
"미친, 컴퓨터에 뭐가 쓰였다는 거야! 웃지네! 지금까지 난 컴퓨터 잘 써왔거든?"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있기 마련이지요. 네, 저는 자기 전에 컴퓨터를 켜놓고 자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라디오가 한창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저는 인터넷 라디오를 틀어놓고 늦게 잠들었었습니다.
친구가 컴퓨터를 가져가고 나서 저는 그날 밤 인터넷 라디오 대신에 일반 라디오에 심야 채널을 맞춰놓고 잠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꽤나 불안했는지 다음날 아침에는 코피를 잔뜩 쏟았지요. 친구는 바로 다음날 저에게 전화하여 컴퓨터를 가져왔습니다. 아직 손볼 곳이 많다는 것이 친구의 의견이었지만, 저는 벌써부터 컴퓨터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컴퓨터를 놓고 간 날.
저는 밤늦게 잠에서 깨고 말았습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악몽에 시달리면서 새벽녘 가장 어두울 때에 눈이 떠진 것이었지요. 저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방의 불을 켜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러나 딱히 할일이 없었던 전 약간 따분해지고 마음이 진정된 김에 컴퓨터를 켜게 되었습니다.
그날따라 듣고 싶었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 왜 이렇게 간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방송을 켜놓고 조용히 웹서핑을 하게 됩니다. 주요 기사라던가 새로 나올 게임의 정보를 찾으면서 인터넷 라디오의 방송을 들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며 제 마음을 진정시켜주었습니다.
BJ의 목소리는 다음 음악을 소개하면서 재미있는 사연을 이야기해줍니다. 저는 그날 그 목소리를 들으며 깜빡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침대 위에 누워있는 제 자신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음을 알았지요.
친구가 그날도 찾아왔습니다. 친구는 제게 말했습니다.
"야, 어제 내가 스피커 후면 단자 메인보드 잘못 건드려서 전면만 쓸 수 있다는 걸 말 못했다."
전날에 스피커를 분명 후면에 연결해 놓았습니다.
친구가 컴퓨터를 키자 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친구에게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대해 말했습니다.
.
.
.
그런 인터넷 라디오 방송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
|
|
||
|
|
||
|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