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평생브론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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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08-19 11:39:48 KST | 조회 | 3,110 |
제목 |
디아3를 기다리며 방망이깍던 노인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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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년 전이다.
내가 갓 취직한지 얼마 안되어 작은 원룸에 백수 친구랑 같이 살때이다.
퇴근하는 길에 집에 가려면 개리포구 어바동을 거쳐가야 하는데 그 맞은편에 허름한 불리자드PC방에서 게임을 만들어 파는 양키노인이 있었다.
백수 친구녀석이 디아3란 게임을 사달라고 한게 생각나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 게임하나 만드는데 에누리 하겠소? Go away!! “
참 싸가지 없는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최적화나 잘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코딩을 하고, 그래픽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빨리 하는것 같더니, 해가 바뀌도록 아무소식도 없고, 몇번을 뒤엎어버리고 새로하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엔 그만하면 출시해도 되겠는데, 자꾸만 더 돌려봐야 한단다.
인제 다 됐으니 스샷만 내지말고 그냥 출시하라고 해도 통 못들은 척 대꾸가 없다.
곧있음 스타리그 결승도 봐야하는데,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 더 테스트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베타라도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 원래 개발이란 미루고 미룰수록 작품이 나오지, 재촉하면 급하면 망작에 에러투성이가 되지!!
한다. 나도 기가막혀서,
“ 아니 유저들이 좋다는데 무얼 더 돌려본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빨리 스타리그 결승 봐야 한단말이오!”
노인은 퉁명스럽게,
“ 다른 게임이나 하시오. 그 뤼뉘쥐나 하시던가. 난 안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제 시간에 스타결승 보고 와우 만랩올리기도 글렀고, 될대로 되라고 체념할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맘대로 하시오.. 나도 포기요..ㅠ_ㅠ”
“아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에러가 나고 최적화도 안된다니까, 게임이란 제대로 만들어서 출시
해야지, 대충 내 놓으면 나중에 패치한다고 서버자꾸 닫아야 한다니까!”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숫제 스토리까지 다시 이리저리 바꾸어 보는것이 아닌가?
나도 그만 지쳐버려 키보드워리어가 되고 말았다.
얼마후에야 베타판을 겨우 이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스샷등을 보면 다 되기는 진즉부터 다 돼 있던 게임이다.
스타결승도 놓치고, 재방송으로 봐야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게임을 만들어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게임유저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유저의 기다림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집에가서 악성댓글이나 달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PC방 의자에 앉아 스타2를 하고있었다. 보기보단 날렵한 손놀림에 더구나 그랜드 리그이었다.
더구나 어딘지 모르게 쾡한 눈매와 다크써클 그리고 쌓여있는 담배꽁초, 라면그릇을 보니 보통 초고수가 아니구나 싶었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셈이다.
집에 와서 게임을 깔아봤더니 백수친구가 재미있다고 야단이다.
지금하고 있는 게임보다는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게임이나 별로 다른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백수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타격감이 너무 없으면 게임할 손맛이 나지 않고, 또 너무 임펙트를 화려하게 넣으면 현실적이지 않고 컴퓨터 리소스를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느껴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좀 풀렸다.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제대로 된 게임이라면 한번 그 게임을 접하면 몇일을 가는지 모르며, 마우스잡은 손을 놓기가 싫어져야하고, 무릇 모니터앞에서 밥을 먹어야지 제대로 즐기는 게임이 나왔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요새는 그렇지 못하여 이미 레벨10 쯤이 되어버려도 대충 앞으로 할게 짐작이 되어버리고, 노가다가 되어버리니 잘해야 2틀날밤을 새는게 고작이다.
예전에는 무릇 게임좀 즐겼다라는 소리를 들을려면 최소한 5일은 식음을 전폐하며, 부모나 여자친구 등에게 쳐맞아가며 몰래 즐기곤 했는데, 요즘은 그 몰입성이 많이 떨어졋다 하겠다.
그래픽은 화려해졌을지 몰라도 그 시스템의 참신함과 아이템 모으는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 하겠다.
게임이란게 그렇다. 본시 만드는 사람도 시간에 쫓기지 아니하고, 즐겁고, 창의적인 생각이 들때 날밤을 까면서 피자,콜라로 떼우며 만드는것이 진국이다.
요즘은 그런게 없다. 단지 출시일에 맞추어 적당히 내고, 적당히 손인분기점만 넘기면 대수인것이다. 재미와 끈기가 아닌 돈이 개입되면 이렇게 되는것이다.
이 게임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어졌을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것 같은 괴로움에 악성 댓글도 다 지우고, 미안함을 느꼈다. ‘ 그 따위로 해서 무슨 게임을 팔아먹는 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같은 오탁후 키보드 워리어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 어떻게 이렇게 폐인양성 게임을 만들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양념,후라이드 반반에 맥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시즌 스타리그 결승을 보러 상경하는 길에 그 노인을 찾으로 불리자드 피씨방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는 몇일 묵은 밤꽃냄새만 남았을뿐 그 노인은 없었다.
나는 그 노인이 잡았던 마우스를 잡아 보았다.
온갖땟국물이 담배냄새와 함께 느껴졌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스타2 추적자 점멸 콘트롤이라도 좀 물어볼껄.. 내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그자리 맞은편에 피씨방 안에 설치된 대형TV가 보였다.
그 TV에서는 임요환과 홍진호의 3연벙러쉬가 계속해서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아 그때 저 노인이 저 TV를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게임만들다가 저 장면을 보고 벙커자원회수를 만들었구나 …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건설 로봇 준비완료!, SCV good to go, sir ! go go go! ‘ 와 같은 주옥같은 외침이 떠올랐다.
오늘 원룸에 들어갔더니 백수친구가 디아3 몹을 잡고 있었다.
전에 디아2 바바의 휠윈드 돌릴때의 탁탁탁하는 타격감이 생각났다.
그 타격감은 참 쩔어줬는데.. 요새는 그런 손맛도 느끼기 힘들다.
예전 PC방에서 친구넘이 득템한 아이템을 내가 홀랑 먹었을때 친구넘이 지르던 쌍욕의 소리도 사라진지 오래다.
문득 10여년 전 게임팔던 그 양키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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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하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용~~ 원래 네이버 디아3카페에 올렸던거 여기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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