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즐겨보던 게임 개인방송이 일었습니다.
BJ님 성함이 룰루♬ 인가 하시는 분이었는데 개인 방송이 대부분은 그렇듯이 모두 심심함을 달래거나 취미로 방송하는 분들이 대부분인 만큼 그 BJ분도 그런 분이셨습니다. 게임하나 공략해가면서 별 시답지 않은 상황에 까르르 웃고 떠들다가 어느새 게임하나를 공략해버리는 그런 상황이었죠.
그분은 꽤나 준비를 잘 해놓은 방송을 하셨지만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늘 방송에 단골로 오는 5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10명이 넘기 힘든 그런 방송이었지요. 서로서로 대화하면서 노가리나 치며 노는게 전부였던 아주 평범한 방송이었으니까요.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합니다.
룰루님은 얼마전에 자신이 PC캠을 구입했다면서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 얼굴을 공개하고 방송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날도 역시 게임이 열심히 진행되던 중이었습니다. 룰루님은 암네시아 커스텀 방송을 주로 하셨습니다. 암네시아라는 공포 게임 속 주인공은 언제나 도망다니고 괴물들에게 쫒겨 숨고 숨죽이며 우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게 재미있었죠. 그런데 그 순간 그런트가 쫒아오는 급박한 상황이었는데 룰루님의 모습이 비쳐지는 화면에 그 뒤로 낯선 뭔가가 쓱 하니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예, 사실 어머니나 주변 사람이 개인 방송 중에 뒤로 지나다니는 상황을 생각했으니까요. 저는 속으로 '누구지?' 라는 생각만 하고 넘겼습니다. 또한 그날 방송은 아무 탈 없이 무사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BJ님의 방송은 하루하루 계속되었고 캠방을 한지도 일주일 정도가 지나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당일 생방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캠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우리는 채팅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룰루님의 친구분이라는 사람이 들어와서 대화에 합류하게 됩니다. 대학생이던 룰루님이 잘 알고 지내는 그런 대학 동기였던 것 같습니다.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캠이 켜지자 우리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됩니다. 화면 전체가 노이즈로 잔뜩 얼룩져서 알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노이즈 때문에 방송은 잠시 지연됩니다.
잔뜩 주름지고 스크래치가 일어나서 일그러진 룰루님의 얼굴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룰루님은 그렇게 자신의 PC캠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한마디 하십니다. '내 개인화면 창에는 이상한 점이 없는데…….' 어째서 방송을 보던 우리 모두 그때 아무도 한마디 물어보지 않았을까, 지금와선 후회가 됩니다.
그가 캠을 이리저리 만져 화면은 정상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룰루님의 친구는 처음 관람하는 방송인데 가관이라면서 웃어대기 바빴지만, 솔직히 저는 기분이 약간 묘했습니다. 방송이 시작되고 캠을 켜놓고 게임에 진행중에 들어갔습니다. 한참 긴박한 상황 때문에 게임에 잔뜩 집중하면서 주목하고 있던 저희의 눈에 또 다시 게임 화면보다 캠 화면에 눈이 돌아갑니다. 그렇습니다. 또 다시 낯선이가 그 뒤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 낯선이가 룰루님 뒤에 바짝 붙어서 어깨 뒤로 고개를 내밀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채팅창은 난리가 났습니다. 룰루님의 친구 분이라는 사람은 방송 내내 'ㅋㅋㅋㅋㅋㅋ'만 계속 쓰셨는데 갑자기 그 화면이 보이자마자 '악! 악!!!!!!!!', '뒤에! 이 ♡아! 뒤에 ♡ ●●아 니 뒤에!" 이라면서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기 시작한 것 입니다.
룰루님의 본명까지 말하면서 욕을 하는데[욕을 하면 하트;♡로 표시] 우리 모두 놀라서 아무말도 쓰지 못했고, 그 분은 순간적인 많은 채팅으로 벙어리가 되신 듯이 조용해지셨습니다. 그 난리통에 뒤에서 마치 우리를 쏘아보는 것 같았던 그 낯선이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가 손을 내밀어 PC캠의 화면을 가려보인 것입니다. 그 뒤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없어도 생생한 소리를 듣게 됩니다.
휴대폰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소리.
쿵 하면서 물건이 쓰러지는 소리.
촤륵하면서 책이 떨어지는 소리.
B J님의 비명소리와 철컥거리는 문고리 소리.
저는 순간 사고가 정지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요.
주인공이 사망해 멈춰버린 게임화면과 까만 캠 화면만 주목하고 멍하니 보고있다가, 그의 친구라고 했던 사람의 장문의 말에 저는 개인 방송 바로 꺼버리고 삭제했습니다. 이 날 뒤로 개인 방송을 시청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현재 이 방송의 비제이는 집에서 나와 대학교 근처에 방을 잡고 혼자서 생활을 하고있는 학생입니다. 그러니까 당장 방송에서 나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