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마그마다이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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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7-12 20:35:52 KST | 조회 | 3,042 |
제목 |
어느 학자의 영화 연가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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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시는 메뚜기나 사마귀같은 곤충을 종숙주로 하는 기생충으로,
짝짓기를 물에서 하므로 숙주의 뇌를 조종, 물로 뛰어들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연가시의 착상은 바로 이 대목이었다.
연가시의 변종이 생겨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다면
사람도 갈증을 느끼다 못해 물을 찾아 강물로 뛰어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연가시는 숙주인 곤충의 3배 길이만큼 자라는 길다란 기생충인데
이것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숙주가 cachexia라는 상태에 빠져 죽게 되는데,
카켁시아는 말기암 때 볼 수 있는, 몸이 빈사상태에 빠지는 상태를 일컫는다.
사람에서도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만 영화의 전제는 이 두가지다.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입장이라 한국 최초의 기생충영화인 연가시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했다.
이왕이면 관객이 많이 들어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충의 흥미로운 행동양식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기생충학자와 그 가족.친지들 130명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가 대학로 CGV에서 있었는데,
천안에서 거기까지 달려간 이유는 영화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볼만하다,였다.
<고질라>란 영화가 망한 게 거대한 괴물을 가지고 영화 전체를 우려먹으려는 안이한 발상 때문이었던 반면,
<연가시>엔 절제의 미덕이 있었다.
기생충의 징그러움으로 어필하기보단 시나리오의 탄탄함으로 승부하려 했단 얘기다.
꿈틀거리는 연가시가 처음 등장한 건 영화 시작 후 한참을 지나,
목욕탕에서 죽은 시체를 발견할 때였고.
그 이후에도 영화는 연가시를 그다지 많이 보여주지 않는 전략을 취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연가시에 대한 공포감을 증폭시켜 줬다.
김명민의 연기는 여전했고, 재난영화에서 흔히 나오기 쉬운 오버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간 흥행에서 재미를 별로 못본 그지만, 이번 영화에선 좀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괴물>보다 훨씬 현실성 있고 재미있었는데,
이게 기생충에 대한 내 애정이 작용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변종 연가시가 생길 수 있을까?
어차피 기생충이란 것도 원래 동물의 것이었다가 사람한테 넘어온 거니,
충분한 시간이 경과된다면 안될 것도 없겠다만
이 영화에서처럼 곤충의 기생충이 사람으로 넘어오는 일은 힘들 듯하다.
곤충과 사람은 구조 자체가 완전히 틀리며,
곤충을 삼키면서 연가시도 같이 삼킨 세 살짜리 여자아이는
삼십초도 안되서 연가시만 뱉어냈단다.
어디서 인터뷰를 할 땐 “영화의 상황이 실제로도 가능하다”고 한 적 있지만,
그건 사람이 메뚜기의 풀을 지속적으로 먹는 등 여러 가지 말도 안되는 우연이 겹쳤을 때나 가능한 것이며,
그보다는 검찰이 권력의 시녀에서 벗어나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게 훨씬 더 빠를 것 같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영화를 보고 난 뒤 약간의 의문점이 남긴 하다.
-연가시는 창자에 딱 달라붙어 있는지라 수술로 제거가 안된다는 대목; 암조직도 능히 제거해내는 현대의학을 생각하면 글쎄다. 그렇게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연가시는 일반 구충제에 듣지 않았다; 기생충은 대부분 구충제에 잘 들으며, 영화에서처럼 특효약을 제외한 구충제를 먹으면 숙주인 사람이 죽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
-시사회 후 경상대 교수님이 하신 말씀에 의하면 기생충은 숙주 안에서 오래 사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이번처럼 종숙주를 죽이는 기생충은 드물단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전에 모 신문에 쓴 내 글이 아이디어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서울에 홍수가 났던 1년 전, 여론은 오세훈 시장이 홍수예산을 깎아서 피해가 커졌다고 비판했다. 그때 쓴 글은 오세훈의 뇌속에 연가시가 있어서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 근데 영화 시나리오가 완성된 건 내가 글을 쓰기 훨씬 전이란다. 하핫. 민망.
(마지막이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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