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메가 이벤트는 규모가 크면 클수록 개최 도시에겐 빚잔치였다. 올림픽 때문에 쪽박을 차게 된 기념비적 사례는 1976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몬트리올이다. 몬트리올 시는 엄청난 적자로 인해 파산 직전까지 몰렸고 빚을 갚는데 30년을 허비해야 했다.
역사상 여기에서 예외가 된 도시는 1984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했던 LA 단 한 곳 뿐이다. LA올림픽이 흑자 올림픽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몬트리올이 폭삭 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76년 몬트리올이 완전히 거덜 나자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해야 할 1977년 어느 도시도 개최 신청을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LA의 사업가들은 거의 모든 권한을 자신들이 행사하는 것을 조건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을 제안했고, IOC는 결국 이 굴욕적인 제안을 받아들였다.
LA는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는 것은 물론 61년전인 1923년에 지은 콜로세움을 주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짠돌이 살림을 할 수 있었고, TV중계권료와 다국적 거대 기업에 스폰서십을 팔아넘기는 등 수완을 발휘해 최초의 흑자 올림픽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러나 LA올림픽은 동시에 최후의 흑자 올림픽이었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시맨스키는 『월드컵의 경제효과』라는 논문에서 "월드컵의 거시 경제적 효과는 없다"고 결론 내리며 "국가는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나서면서 갖은 경제적 효과를 '창조'하는 나쁜 버릇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왜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국제 대회를 유치하는데 '환장'하는 것일까. 첫째는 정치인들의 욕심이다. 이들에게 이런 대규모 국제 스포츠 이벤트만큼 좋은 건 없다. 이만큼 폼나는 게 없다. 일단 유치만 하면 재선이고 삼선이고 도대체 걱정이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임기 내 업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시장과 개발업자, 투기업자들의 결탁 때문이다. 메가 이벤트의 개최는 평소 같았으면 감히 생각하기 힘든 도심 재개발을 가능케 한다. 올림픽을 개최하면 거리에 돈다발이 굴러다닐 것 같겠지만 실상 대부분 중앙의 개발업자와 투기꾼들이 휩쓸어간다. - 《어퍼컷》, 정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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