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올림픽 세계 4위라는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은 10월 8일.
영등포 교도소에서 광주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재소자 12명이 호송 버스에서 탈주한다.
곧 대부분의 탈옥수들은 검거 되었지만
지강헌, 안광술, 강영일, 한의철 4명은 마지막까지 잡히지 않고
경찰의 검문을 피해 서울 도심을 돌아다니다가 상황이 어려워지자
10월 15일 밤 남가좌동 어느 가정집에 침입해 일가족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방송 생중계를 요구하고
곧 경찰과 탈옥수들이 대치중인 현장 상황이 생생하게 중계되기 시작한다.
시간은 흘러 다음날. 10월 16일 일요일.
경찰과 대치하여 실랑이를 벌이던 이들은
낮 12시쯤 제일 어린 강영일이 협상을 위해 밖으로 나왔을때
안광술과 한의철은
지강헌이 가지고 있던 호송경찰관의 권총을 빼앗아 자살했다.
지강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 뒤
며칠 간의 간절했던 짧은 휴가를 마치기 직전
Bee Gees의 노래 " Holiday"를 들려달라고 요구한다.
경찰이 스콜피온스와 비지스의 테잎 두 개를 담장 안 인질에게 전달했고
그것을 받은 지강헌은 집 안에서
비지스의 "Holiday"를 틀었다.
지강헌은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말마적 분노의 외침을 토했고
노래를 들으며 창문을 깨 유리조각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기도했다.
자살시도 직후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고 인질들은 무사히 구출되었다.
경찰 진입 과정에서 지강헌은 총 2발을 맞고
그날, 병원에서 과다출혈로 숨졌다.
총성과 비명이 울리면서도 계속 흐르고 있던 그 노래.
Bee Gees의 "Holiday"
탈옥수가 인생의 단 한번 뿐이었던 휴일에
인생의 짧은 휴가를 끝내며
마지막으로 듣고 싶었다던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