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WG완비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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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5-24 22:17:51 KST | 조회 | 5,248 |
제목 |
[xkcd] 만약, 헤어 드라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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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헤어 드라이어를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1x1x1m의 상자에 넣고
계속해서 출력을 상승시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나요?
시작해보죠.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헤어 드라이어는 평균 1875와트의 전력을 사용합니다.
이 1875와트의 전력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반드시 어디론가 가야합니다.
1875와트의 전력이 소모됐다면, 상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결국엔 1875와트의 열이 발생합니다.
꽤 유용한 사실을 알려드리자면, 이것은 전력을 사용하는 그 어떤 도구든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전력 낭비를 우려하여 사용하지 않는 충전기 같은 것들을 콘센트에서 뽑아두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그들은 옳은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방열 법칙을 이용하면 이를 아주 손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만약 사용하지는 않지만 콘센트에 꽂아놓은 충전기를 만져봤는데 그것이 따듯하지 않다면 하루에 1페니의 전기조차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스마트폰 충전기처럼 작은 것이라면, 만져봐서 열이 별로 없다고 쳤을 때, 1년에 1페니도 사용하지 않아요.
거의 모든 전자제품들은 다 이렇습니다(충전기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충전 중인 경우에는, 이 열이 충전기를 타고 해당 물체에까지 전해지므로 이걸로 알아봐도 됩니다). 하지만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박스로 돌아가보죠.
공급된 전력은 헤어 드라이어를 통해 열로 바뀌어 상자 안으로 들어옵니다. 헤어 드라이어가 고장나지 않는다고 쳐요, 그러면 상자는 외부 표면이 60도가 될 때까지 뜨거워집니다. 그 온도에 도달하면, 상자가 외부의 환경 때문에 열을 잃는 속도와 헤어 드라이어가 열을 공급하는 속도가 같으므로, 이 계(system)는 이퀼리브리엄(※열의 평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 시끄러운 상자는 참 따듯해! 우린 이제 친구야."
만약 찬 바람이 불거나, 상자의 주변이 축축하고 습하거나,
열전도율이 좋은 금속 표면 위에 놓여 있다면 이 평형 온도는 좀 더 낮을 것입니다.
헤어 드라이어가 들어있는 이 상자의 재질이 금속이라면, 60도는 손을 5초 이상 대고 있을 경우 화상을 입기에 충분한 온도입니다. 나무로 되어있으면 좀 더 오래 만질 수 있겠지만, 그러면 헤어 드라이어의 풍사 방향에 불이 붙을 위험이 있습니다.
상자 내부는 오븐 같을 거에요. 내부의 온도가 어디까지 올라가느냐는 상자의 두께에 달려있습니다. 더 두껍고, 상자 벽의 열전도율이 약할 수록 온도는 높아지는데, 상자가 조금만 더 두꺼워져도 헤어 드라이어를 녹이기에 충분한 온도가 될 겁니다.
하지만 헤어 드라이어가 무적이 됐다고 가정합시다.
"무적"
이제 헤어 드라이어는 무적입니다. 이런 멋진 물건을 얻었는데, 이것의 출력에 한계를 건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에요!
출력을 열 배 올립니다. 18,750와트의 에너지를 받는 헤어 드라이어가, 상자 표면 온도를 섭씨 200도까지 올립니다.
약간 낮은 온도의 냄비, 프라이팬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시끄러운 상자가 아침 식사를 만들고 있어!"
다이얼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출력을 열 배 올립니다. 상자의 표면이 600도가 됩니다. 상자가 검붉은 빛을 내며 빛나기 시작하네요.
"시끄러운 상자야, 넌 너무 뜨거워!"
상자가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다면, 내부가 서서히 녹기 시작할 겁니다. 만약 납이라면 외부도 녹겠군요. 상자가 나무 바닥 위에 놓여있다면 집에 불이 났을 걸요. 하지만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헤어 드라이어는 무적입니다.
출력을 열 배 올립니다.
거의 2메가와트에 달하는데, 레이저의 출력이 2메가와트나 된다면 하늘을 나는 미사일을 단숨에 요격할 수도 있어요.
상자의 겉면 온도는 1300도로, 용암과 똑같은 온도가 됩니다.
"꺄아아아아앙"
계속합시다. 출력을 열 배 올립니다.
18메가와트 어치의 열이 상자 내부에 들어옵니다.
상자의 표면은 섭씨 2400도에 이르러, 노랗게 빛납니다. 상자가 철 같은 것으로 되어있다면 벌써 녹아버렸을 흉측한 온도죠. 그러나 텅스텐으로 되어있다면 아직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습니다.
다이얼을 한 칸만 더 돌리고 그만하죠.
출력이 열 배 올라가, 187메가와트는 상자를 새하얗게 빛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이 에너지를 고체 상태로 버틸 수 있는 물질은 별로 많지 않으니까, 상자도 무적이라고 해줍시다. 그러면…
안타깝게도 바닥이 못 버팁니다.
상자가 바닥을 녹이고 떨어지기 전에, 누군가가 물풍선을 상자 옆부분으로 던집니다. 순식간에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 폭발로 인해 상자는 반대 방향으로 튕겨나가 집 문을 뚫고 인도에 떨어집니다. (만약 이미 불타는 건물에 갇혀 계시다면 좋은 탈출법을 하나 가르쳐드리죠, 당장 이 글을 읽는 것을 그만두고 컴퓨터를 버리고 도망가세요.)
1.875기가와트(그만한다는 건 구라였어요).
영화 백투더퓨처에 따르면, 이 헤어 드라이어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상자는 태양처럼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로 밝습니다. 당신은 상자가 내뿜는 격렬한 열 때문에 수 백 미터 내로 다가가기도 힘듭니다. 상자는 용암 웅덩이 한 가운데에 놓여있고, 50 - 100미터 내의 모든 물질에서 불꽃이 자연 발화합니다. 하늘 높이 불기둥과 매연이 솟아오르고, 상자 밑에서 일어나는 주기적인 가스 폭발로 인해 상자는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다시 착륙하며, 내려앉은 곳의 지표면을 또 다시 용암 웅덩이로 만드네요.
출력을 열 배 올리겠습니다.
18.7기가와트. 생각해보니 헤어 드라이어는 안 녹아도 저 테이프들은 녹아야 하지 않니?
상자 주변의 환경은 우주왕복선이 우주로 발사될 때 그 밑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판의 상태와 동일합니다. 상자는 이제 그 자체의 열로 인해 발생하는 초고열 상승기류 때문에 여기저기로 날아다닙니다.
앞서 1914년에, H.G.웰즈라는 작가는 SF소설 'The World Set Free'에서 이와 비슷한 장치 비스무리한 걸 구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어떤 폭탄을 상상했는데, 한 번 터지고 마는 것 말고, 도시 한복판 심장부에서부터 결코 끌 수 없는 화염으로 번져나가는 불지옥 폭탄 비슷한 것이었어요. 무시무시하게도 30년 뒤에 핵폭탄이라는 정말로 비슷한 것이 발명됐죠.
출력을 열 배 올립니다.
187기가와트(※역주 : 자유의 날개에서 타이커스가 사용한 드라켄 레이저 천공기의 출력이 175기가와트, 에반게리온 야시마 작전에서 신지가 사용한 포지트론 라이플의 출력은 180기가와트). 상자는 이제 저지불가한 미사일처럼 날아다닙니다. 대지에 가까워질 때마다 지표를 수 초만에 초고온으로 가열해, 거기서 공기 팽창으로 발생하는 급류 기둥을 타고 다시 하늘 높이 날아가지요.
출력을 열 배 올립니다.
1.87테라와트는 마치 집채만한 TNT가 터지는 것과 동일한 에너지입니다. 1초마다요.
열 배 더.
18.7테라와트. 거대한 불기둥이 일어나 스스로에게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풍계(wind system)를 만들어내며 거대한 화염 허리케인이 되어 상자 근처의 땅을 휩쓸고 번져나갑니다.
업적 달성! : 놀랍게도 이제 이 헤어 드라이어는 지구상의 다른 모든 전자기기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합니다!
열 배 더!
187테라와트의 상자는 1초마다 3회의 트리니티 핵폭탄 실험을 하는 것에 도달하는 에너지를 냅니다.
이제 패턴이 명확하군요, 이 상자는 지구를 모조리 불바다로 만들 때까지 시원한 곳을 찾아 돌아다닐 겁니다.
뭔가 좀 다른 걸 해볼까요?
상자가 캐나다 북부를 지나갈 때 쯤 다이얼을 0으로 돌립니다. 급격히 냉각되며, 지구로 떨어진 상자는 캐나다의 그레이트 베어 호수에 빠져 어마어마한 수증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다이얼을 한 바퀴 돌려서 11단계까지 올렸습니다! 어떤 다이얼이건 힘껏 돌리면 11까지 돌아갑니다.
가해지는 에너지는 1.87페타와트로, 기본 출력인 1875와트의 1조 배입니다.
짧은 이야기 :
인간이 만든 물건 중 공식적으로 가장 빠른 것은 지구에서 발사된 헬리오스 2 탐사선으로, 이 탐사선은 태양 곁을 지나면서 초속 70킬로미터의 속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실은, 2톤짜리 맨홀 뚜껑이 그보다 더 빨랐을 가능성도 있어요.
1957년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의 지하에 존재하는 핵 실험 설비장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구멍에 설치되어 있었던 바로 그 맨홀 뚜껑은, 플럼밥 작전이란 핵 실험의 피해자 중 하나였는데, 바로 밑에서 1킬로톤짜리 핵폭탄이 폭발하자, 핵 설비 자체가 거대한 감자총이 되어서 압도적인 충격파 에너지 밀집으로 그 맨홀 뚜껑을 위로 발사해버린 것입니다. 1초에 160프레임을 촬영하는 초정밀 카메라가 이 뚜껑이 날아가는 모습을 딱 1프레임 촬영했는데, 이는 그 뚜껑이 최소 초속 66킬로미터 이상의 속도였다는 의미에요. 그 뚜껑은 다신 찾을 수 없었답니다.
초속 66킬로미터는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구 탈출속도의 6배에 달하지만, 여러가지 자료와 계산에 의하면 우주로 날아가버렸을 것 같진 않습니다. 뉴턴의 Impact Depth 근사치 이론을 도입해보면 맨홀 뚜껑은 대기와의 마찰로 완전히 소멸했거나, 너무 드센 공기 저항 때문에 가속력을 금새 잃고 땅으로 떨어졌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다시 상자와 드라이어로 돌아가죠. 갑자기 재가동되어 호수를 뚫고 위로 나온 상자는, 그 맨홀 뚜껑과 비슷한 속력을 겪게 됩니다. 상자는 1초도 걸리지 않아 호수를 모조리 증발시키고, 그 수증기가 상자를 밀어올리는데, 그 과정에서 수증기가 너무 뜨거운 상자 때문에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 못하고 플라즈마 상태로 변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팽창력으로 상자를 더 빠르게, 더 더욱 빠르게 가속합니다.
폭발적인 속도로 상승하는 상자는 2톤짜리 맨홀 뚜껑이 겪은 대기와의 마찰을 겪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엄청난 열로 인해 대기와 마찰하기도 전에 대기가 플라즈마로 변해버리기 때문입니다. 플라즈마와는 마찰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상자는 그대로 대기권을 탈출해 지구를 떠나고, 거의 두 번째 태양이 탄생한 것처럼 밝은 빛이 지구 위로 떠올라 서서히 우주 저 편으로 사라져 갑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세계가 거의 불타버렸지만, 최소한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어요.
물론 차라리 망해버렸으면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좀 있을 겁니다, 왜냐면
이 모든 것의 전기세가 대략 20조 달러 정도가 나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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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what-if.xkcd.com/35/
번역 - WG완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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