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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Nios
작성일 2010-10-19 13:49:37 KST 조회 1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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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세계관: 불곰 이야기 - 운명을 가로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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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세계관: 불곰 이야기

운명을 가로채다

 
 
 
 
연합군이 승리의 행진을 이어가던 어느 멋진 날.
 

찌는 듯한 더위가 감마 도리안을 달구고 있었지만 아이작 화이트는 얼음장처럼 서늘한 냉정함을 유지했다.

 

아니, 사실 아이작은 무슨 일이 닥쳐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온도 제어 기능을 갖춘 강화 전투복을 입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그와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냉정함을 잃는 일이 세상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어떤 멍청이가 아이작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위태로운 폭탄을 설치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니었다. 멍청한 돌대가리 켈모리안 놈들은 기폭 장치를 감춰둘 생각도 하지 못했다. 거대한 다리 아래쪽으로, 아이작이라면 기폭 장치를 감춰둘 만한 장소를 열다섯 곳쯤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저 바보들은 기폭 장치를 다리 바닥판 바로 아래, 그야말로 눈에 훤히 띄는 장소에 설치해 놓았다.

 

메마른 협곡의 남쪽 언덕을 따라 바닥까지 내려가는 데는 30초가 꼬박 걸렸고, 이제 아이작은 모로 누워 기폭 장치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폭약을 설치한 방식은 단순하다고 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말 그대로 원시적인 방식이었다. 다리를 떠받치는 대들보 아래에 적당한 간격으로 여러 개의 폭약을 설치한 뒤, 전자 시간 지연 장비를 사용하여 폭파시키는 장치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다리와 주변 영토는 켈모리안 조합원의 차지였다. 그들은 후퇴하면서 다리를 날려버릴 수도 있었지만, 아마 이렇게 다리에 장난을 좀 쳐 두면 다리와 연합군 병사들을 함께 날려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연합군이 다리를 건너기 전에 한 번쯤 점검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멍청하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들이다.

 

바로 이런 멍청함 덕분에 테란 조합 전쟁은 틀림없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이 전쟁도 벌써 3년째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지만, 아이작이 생각하기에는 결국 아군이 승리할 것임에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야, 아홉 손가락! 뭐 때문에 그렇게 빌어먹을 만큼 오래 걸리는데?”

 

수송팀 병사 한 명이 트럭에서 내려 소리를 질렀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2킬로미터 가까이 늘어선 차량 행렬 속에 지루하게 앉아 이상 무 신호만 기다리던 다른 병사들도 슬슬 좀이 쑤시는 기색이었다.

 

아이작은 손을 흔들었다. 폭탄 해체는 식은 죽 먹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작의 전문 분야였으니까. 그는 바로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다른 폭발물 처리 요원들은 폭탄 해체가 “운명을 가로채는 일”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아이작은 정예 요원 중에서도 최고의 전문가였다.

 

전선 하나만 싹둑 자르면 병영으로 돌아가 캔디스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니면 렉사와. 아니면 도린다와...

 

아이작은 절단기를 내밀어 기폭 장치의 전선을 잘라냈다.

 

그리고 잠시 후 기폭 장치를 제거했다. 아이작은 교각에서 물러나며 럭스비 병장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럭스비는 강화 전투복을 입고 반대편 경사로 꼭대기에서 차량 행렬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발밑의 흙이 거듭 무너져 내렸기 때문에 언덕을 올라가는 데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폭탄 해체를 기다리던 트럭과 차량들이 아이작의 머리 위로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첫 무리 차량들이 다리 위로 올라서자 삐걱 소리가 들렸다.

 

언덕을 반쯤 올라갔을 때, 아이작이 들고 있는 기폭 장치에서 기계음이 연달아 울렸다. ‘이런 젠장, 대체 무슨 소리지?’

 

그리고 다리 어딘가에서 심장을 멎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삑...

 

아이작은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지금 상황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마침내 결론을 내렸을 때, 아이작은 몸속의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전자식 계전기다. 그렇다면 그 폭탄은 미끼이자 함정이었다...

 

... 그리고 아이작은 보란 듯이 미끼를 물었다.

 

삑...

 

다리 중앙부에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강화 전투복의 자동 제어 장치 덕분에 언덕을 올라가는 아이작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는 부대의 무전 주파수 맞춰진 무전 장치에 대고 고함을 치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른 탓에 언덕의 흙 위에서 신발이 자꾸 미끄러졌다.

 

삑...

 

럭스비 병장의 얼굴에도 이해하는 빛이 떠올랐다. 그는 소리쳐 명령을 내렸고, 다리 위의 차량은 일제히 정지했다.

 

발밑의 흙이 무너져 내리면서 아이작은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결국 협곡 바닥까지 떨어졌다. 귀를 찌르는 경고음의 길이는 점점 더 길어졌고, 간격은 짧아졌다.

 

삐익!

 

삐익!

 

아이작의 보호 본능이 발동했다. 그는 다리에서 멀어지기 위해 제어 장치의 도움을 받아 빠른 속도로 협곡 바닥을 달렸다.

 

삐이이이이–

 

아이작은 몸을 날렸다. 온 힘을 다해 땅바닥에 몸을 밀착시키고는, 강화 전투복이 끔찍한 폭발을 견뎌주기를, 또 충격 때문에 심장이 몸속에서 터져버리는 일이 없기를 애타게 바랐다. 아이작은 숨죽여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땅이 온통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둥소리 같은 우르릉 소리와 함께 강화 전투복의 외부 음향 감지기는 모두 먹통이 되어 버렸다. 충격파가 아이작을 덮치면서 먼지 구름이 한가득 스쳐 지나갔다.

 

파편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아이작은 옆으로 몸을 굴리고 고개를 들었다. CMC 중장갑을 입은 팔 하나가 눈앞에 떨어지더니, 이리저리 굴러 사라져 버렸다.

 

아이작은 등을 대고 누워 잠시 기다린 후, 일어나 앉아 처참한 현장을 바라보았다. 다리 위에는 연기와 휘어진 강철 구조물, 피와 훼손된 시체, 그리고 비명이 가득한 끔찍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16년 후


샤일라의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아이작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샤일라는 잠이 덜 깬 채 중얼거리며 이불을 끌고 돌아누워 버렸다.


가슴에 닿는 공기는 시원했다. 아이작은 다시 눈을 감아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잠은 이미 달아났다.


전투순양함 타호는 심우주 호위 및 경계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는 길이었다. 아이작의 현재 임무는 휴식 및 회복이었으므로, 애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기분은 엉망진창이었다.


아이작은 일어나 앉으며 벽에 걸린 디지털시계를 흘끗 쳐다봤다. 헤이븐 행성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고 있었다.


04:56:23


남은 시간 아래에 적힌 날짜가 눈에 들어왔다. 2504년 2월 6일.


감마 도리안에서의 참사 이후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조합 전쟁에서는 연합군이 승리했다. 그리고 전 반란군 지도자 아크튜러스 멩스크가 구 테란 연합을 쓸어버린 후 새로 수립한 테란 자치령에서도 아이작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마 도리안은 언제나 그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제멋대로 눌러앉은 불청객처럼.


아이작은 120킬로그램이 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온 뒤, 화장실 거울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초음파 전동 칫솔을 입에 물고 고개를 드니, 자신의 진지하고 애잔한 갈색 눈동자가 거울 속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감마 도리안에서 참사가 일어난 후, 그는 여러 희생자들의 가족을 만나 사과했다. 이런 행동이 자신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를 바라면서,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용서를 받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경멸의 눈빛과 모욕을 견뎌내기도 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받아들이기 쉬웠던 건 오히려 경멸 쪽이고, 용서를 견디는 게 더 어려웠던 것도 같다. 근무 중 과실로 군 법정에도 서야 했지만, 중대장 제크 터너의 도움으로 무죄 석방되었다. 다시 이병으로 강등되긴 했지만.


아이작의 마음속 한 부분, 어쩌면 가장 정직할지 모르는 부분에서는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기를 바랐다.


하지만 터너는 아이작을 믿었고, 언젠가 그 일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든 속죄할 수도 있을 거라고 말했다.


아이작은 천천히 군 계급의 사다리를 바닥부터 다시 밟아 올라갔다. 폭발물 처리 전문가(마치 모든 폭발물 처리 전문가가 손가락을 하나씩 잃기라도 했다는 듯 병사들 사이에서는 “아홉 손가락”으로 통했다.)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일당백의 이동 포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해병대 불곰이 되었다.


하지만 죄책감은 언제나 아이작의 의식 바로 아래에 남아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저항했지만, 약 1년 전 바쿠스 문에서 휴가를 즐기던 터너 사령관이 살해당하자 이런 저항의 끈이 끊어져 버렸다.


바로 그때, 처음으로 아이작의 머릿속에서 이제 저항을 멈추고, 가서 재사회화를 받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치령 지도부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뭔가 장난을 쳐서 기억을 조작하고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쁜 기억과 성격은 모두 버리고, 좋은 것만 남겨 놓는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그의 일부는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재사회화는 마치 현실에서 도망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았다. 아직 죄책감 앞에 무릎을 꿇을 생각은 없었다. 아직은.


“좀 더 자.” 샤일라가 투덜거렸다.


“글렀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샤일라가 돌아누워 아이작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눈길을 돌려 달력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기야, 이제 잊어버려.” 그녀는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당신 마음은 아직도 증오를 가득 품고 있어. 그래 봐야 도움될 건 하나도 없다니까.”


그녀만큼 아이작의 머릿속을 잘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2년 가까이 이런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물론 샤일라의 말이 옳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작은 여전히 조합 전쟁 시절에 묶여 있었다. 아직도 켈모리안과 싸우고 있었다. 어쩌면 그와 죄책감은 썩 어울리는 한 쌍인지도 몰랐다.


옆의 대화 콘솔이 짹짹대는 소리에 아이작은 정신을 차렸다. 인간 여성의 얼굴 같으면서도 로봇 같은 느낌을 주는 부관의 얼굴이 홀로그램으로 깜빡이며 나타났다. 차분한 목소리로 부관이 말했다. “화이트 중사님, 수자 상사님이 통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연결해줘.”


부관의 창백한 얼굴이 흔들리더니 곧 농촌 총각 같은 수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중사! 요새 사는 건 좀 어때?”


거지 같지. 아이작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수자 상사는 항상 짜증이 날 정도로 명랑한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는 재사회화된 병사였다. 실제로 그런 얘기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 딱 보면 알 수 있었다.


“꿈만 같습니다, 상사님.” 아이작이 답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상사가 냉소적인 말투를 눈치채지 못하리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듣던 중 반가운 얘기군! 자,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장비를 갖추고 07시 정각에 갑판으로 나와 새 임무를 전달받도록. 사령관님 명령이네.”


아이작은 나지막이 욕을 했다. 아무래도 휴가는 연기된 모양이었다.


이번 일은 터너의 후임인 린지 사령관의 작품임에 틀림이 없었다. 새로 부임한 사령관은 아주 열정적으로 아이작을 싫어했다. 상관없었다. 아이작도 사령관을 싫어했으니까.


린지... 그 이름만 생각해도 아이작은 신경이 거슬리는 느낌이었다.


“무슨 임무입니까?” 아이작이 물었다.


“해적 소탕 작전이야! 저기 우주 한쪽 구석에 있는 채광 시설이 ‘놀이꾼 모임’이라는 단체의 공격을 받았어. 그리고 현재 이 부근에 힘깨나 쓰는 부대는 우리뿐이라서 말이야.”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자치령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든 출동 가능합니다.”


홀로그램 이미지가 깜빡였다. “바로 그거야! 아, 그런데 사실 그 광부들은 우리 자치령 사람들은 아니야.”


“네? 그럼 누굽니까?”


수자가 눈을 반짝이며 크게 미소 지었다.


“켈모리안 사람들이지!”
 

차누크는 지름이 616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소행성이었다. 아주 오래전, 이 행성은 간투안 6라는 거대한 가스 행성의 인력에 붙잡혔고, 이후 상당히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공전 궤도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 5년 전, 켈모리아인들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이 소행성(그 위에서 일하는 광부들은 애증을 담아 “덩어리”라고 불렀다)에 상당량의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여러 광맥을 따라 본격적인 채취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제 이런 광맥 중 상당수가 고갈된 상태였지만, 차누크는 아직 제 몫을 다 하고 있었다. 아직도 “쓸만한 물건”을 몇 년 정도는 더 캐낼 수 있었다. 깊은 굴착장과 수직 갱도, 횡갱도와 경사면이 온통 어우러져 이 소행성은 벌레 먹은 거대한 사과 같은 암석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실제 모든 작업은 지표 밑에서 이루어졌고, 거미줄처럼 펼쳐진 통로가 중앙 기지로 연결되었다. 이 기지는 반구형 지붕으로 폐쇄된 구조물로, 산소와 중력을 만들어 내어 광부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딥 코어 2의 두 군데 굴착 터널을 연결하는 통로 중 하나에서, 아이작은 거대한 횡갱도로 통하는 입구를 바라보며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얼굴 덮개 안쪽에 표시되는 전방시현장치(HUD)에는 임무 시작 후 지금까지 경과된 시간이 표시되고 있었다.

02:35:52

이 우스꽝스러운 장난도 끝날 시간이 머지않았다.

아이작 앞쪽에서 극초음속 쐐기탄이 대기를 가르며 날아와 경사로의 끝에 박혔다. 방어벽을 친 해적은 그렇게 해병의 접근을 저지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해병이었다면 그렇게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작은 일반적인 해병이 아니었다. 불곰의 중장갑은 바로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이작의 마음은 여전히 음울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안타깝지만 처음 겪는 일도 아니었다. 켈모리안 따위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될까? 해적들의 손에 맡겨 두면 어떨까? 사실 여기 남아 있는 멍청이 중에는 그 오래전 조합 전쟁에 참전했던 사람은 없으리라. 그래도... 아이작은 여기 내려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말 그들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 빌어먹을 자기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말이다.

수자 상사의 유쾌한 목소리가 분대 고유 주파수에 맞춰진 통신 장비를 통해 불쑥 들려왔다. “화이트 중사, 저놈들 몰아낼 준비가 됐나?”

아이작은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했다. 출동 준비 완료. 아무래도 오늘은 켈모리안들이 운이 좋은 모양이다. “식은 죽 먹깁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네 명의 해병이 터널 안으로 뛰어들어가 위협적인 엄호 사격을 시작했다. 아이작이 터널 모퉁이를 돌아가는 동안 장갑복의 응징자 유탄 두 개가 자동으로 장전되었다. 소행성의 핵에서도 환기는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중력은 없었다. 그래서 아이작은 전투화에 장착된 미세 중력 가속기에 의존한 채로, 개조된 중장갑의 제어 장치의 도움을 받아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앞서 터널에 진입한 해병을 지나쳐 갈 때, 몇몇 쐐기탄이 아이작의 장갑복에 맞고 튀어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 그가 목표물을 조준하자 양팔에서 각각 응징자 유탄이 발사됐다. 날아간 유탄은 감히 테란 자치령의 해병대를 화나게 한 불운한 자식들에게 최후의 심판을 안겨줬다.

바닥과 벽이 온통 흔들렸다. 통로를 따라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아이작은 무심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너무 성급했다.

연기를 뚫고 거대한 붉은 형체가 나타났다. 아이작과 거의 비슷한 덩치로, 장갑복을 갖춰 입은 괴물이었다. 한쪽 어깨에는 ”화끈한", 다른 쪽 어깨에는 ”조"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게 나타난 화염방사병은 가슴 높이로 양팔을 들었고, 장갑복의 외부 스피커를 통해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 좀 켜 드릴까?”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아이작의 강화 전투복은 지옥 화염방사기가 내뿜는 강렬한 불꽃 속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이작은 양팔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전방시현장치가 붉은빛으로 반짝였다. 단 한 순간이라도 지체하면, 열기 때문에 불곰의 팔뚝에 수납된 유탄이 폭발할 수도 있었다. 반격해야 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

옆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몸을 숨기기에 적당해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방패로 쓰기에 더 좋아 보였다.

비상경보 장치가 현재 강화 전투복이 위태로운 상황임을 알리고 있었다. 아이작은 바위를 들어 올리고 앞으로 달렸다. 거대한 팔로 단단히 붙잡고 앞으로 내뻗은 바윗덩어리는 공성 망치와 같았다. 여섯 걸음 만에 바위는 화염방사병의 팔을 쳐올렸고 핏빛 흉갑과 충돌했다.

“조"는 해적이 세워 두었던 장애물의 잔해 뒤편으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그리고 거대한 바위를 위아래로 꽉 붙잡더니 아이작을 매단 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작이 물러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봉해 놓은 수직 갱도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둘은 갱도를 막고 있던 뚜껑을 무너뜨렸고, 곧 아가리를 벌린 심연에 삼켜진 그들을 고요한 무중력 상태가 감쌌다. 수직 갱도를 타고 천천히 떨어지며 두 거한은 바위를 옆으로 제쳐놓고 몸싸움을 계속했다. 화염방사병은 가까스로 한 번 더 화염을 발사했고, 아이작은 왼팔의 유탄 중 적어도 하나가 터지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발사해야 했다.

아이작은 ”조"를 밀쳐내고 유탄을 발사했다. 흰 섬광이 갱도를 덮은 후, 암흑이 찾아왔다.

아이작은 눈을 떴다. 전방시현장치에 표시되는 정보를 보니 생체 신호는 모두 정상 범위 안쪽이었다. 하지만 장갑복은 일부 손상되어, 한두 가지 기능이 완전히 비활성화되어 있었다.


통신 장치에서 짹짹대는 수자 상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기다리라고, 중사. 엘리베이터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이작 옆으로 거대한 금속 거미가 거꾸로 뒤집어진 것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마 폭발과 함께 아이작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엘리베이터라는 이름이었을 것이다.


금속 덩어리가 신음하는 삐걱 소리가 꽤 오랫동안 들리더니, 승강 장치와 케이블이 저항이라도 하듯 엘리베이터 전체가 휘청거렸다.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위로 움직이기 시작한 후,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아이작은 갱도 꼭대기에 도착해서 수자의 CMC 중장갑복 얼굴 보호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시 만나 정말 반갑네, 중사!”


아이작은 상사의 도움을 받아, 이제는 텅 비어 버린 터널로 이동했다. 전방시현장치를 보고 아이작은 자신이 거의 40분 가까이 정신을 잃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있습니까?”


“30분쯤 전에 철수했네. 린지 사령관님께서 직접 내게 여기 남아 자넬 구출하라고 명령을 내리셨어. 기술병들이 타호에서 자네의 생체 신호를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령관님도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셨네.”


“물론 그러시겠지요.” 아이작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들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대한 레이저 천공기 격납고의 출입구를 지나고, 미로처럼 얽힌 통로를 통과하여, 마지막으로 여러 중앙 연결 통로 중 하나에 도착했다. 수자는 이동하는 내내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해적 잔당을 어떻게 소탕했는지, 그리고 의무관 부대 전체가 희생당하는 등, 켈모리안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떠들어댔다.


연결 통로 안에서 아이작은 얼굴 보호판을 열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원래 구내식당이었지만 이제는 부상당해 죽어가는 광부들을 위한 임시 구호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이작은 탁자 위에 누워 있는 켈모리안 한 명 곁을 지나며 잠시 걸음을 늦췄다. 그 옆에서는 두 명의 다른 광부들이 심하게 손상된 상체 밖으로 비어져 나온 장기를 다시 몸속으로 허겁지겁 밀어 넣고 있었다.


아이작은 눈길을 피했다. 똥통에 처박힐 켈모리안이 죽건 말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는 걸음을 멈췄다.


병상에 누운 그 남자는 죽음의 언저리에서 옆에 선 광부의 옷깃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말 좀 전해줘... 모리아에 있는 아내와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전해주게...”


아이작은 그 곁을 떠나려 돌아서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남자를 한 번 더 바라봤다. 그리고 내키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뗐다. 휑뎅그렁하게 큰 방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기는 피비린내로 가득했고, 초록색 타일 바닥은 온통 붉은 얼룩이 가득했다.


아이작이 근처 벽에 붙은 화면으로 눈길을 돌리던 중, 숫자 몇 개가 눈에 띄었다.


01:09:30


아이작이 화면을 쳐다보는 동안 마지막 숫자가 바뀌었다.


01:09:29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카운트다운 표시기였다. 아이작의 경험에는 그게 좋은 의미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저게 무슨 시간을 표시하는 건지 아십니까?” 아이작이 수자 상사에게 물었다. 상사도 자신의 얼굴 보호경을 열어 둔 상태였다.


“글쎄, 한 15분쯤 전에 시작했는데... 켈모리안들이 작전 본부에 모여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 사령관님께서 우리는 관여하지 말라고 하셨고. 우린 5분 내에 지표로 올라가 철수해야 하네.”


아이작은 움찔하며 멈춰 서서 화면에 표시되는 시간을 다시 바라봤다. 자세히 알고 싶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먼저 가십시오. 뒤따라 가겠습니다.”


“알겠네, 중사!” 수자는 단호하게 출구로 빠져나갔고, 아이작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구내식당 입구 부근에서 그는 앞서 가족에게 자신의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던 켈모리안이 누워 있던 탁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를 돕던 두 명의 광부는 이제 외투를 끌어올려 그 남자의 얼굴을 덮고 있었다. 한쪽 팔이 탁자 옆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했다.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전해주게.’


낮은 목소리로 투덜대고, 아이작은 다시 발길을 옮겼다.

작전 본부는 벌떼처럼 윙윙대며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붐볐다. 켈모리안들은 열띤 토론에 완전히 빠져 있어 아이작이 들어왔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거무스름한 얼굴에 양 볼이 발그레한 광부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압도하는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생각을 좀 해 봐! 그 폭약이 몽땅 한 달쯤 전에 행방불명이 됐잖아, 안 그래?”

작업복을 입은 여윈 남자가 받아쳤다. “박 씨가 관리상의 실수였다고 했단 말이에요!”

“잘났다! 그래, 그럼 그 자식이 지금 어디 있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박가 그 자식도 한패였다고!” 볼이 발그레한 남자가 말을 씹어 뱉었다.

“젠장! 그럴 줄 알았어... 항상 말 수가 적은 놈들이 문제라니까.”

“박 씨, 쇼버그, 그리고 젠장 맞을 곤잘레스! 곤잘레스가 딥 코어6를 밀봉한 게 언제였지? 2주 전인가? 그 빌어먹을 폭약이 다 거기 처박혀 있을 거야! 이제 그게 폭발하면 우리 몸뚱이는 모리아까지 날아갈 거고!”

본부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볼이 발그레한 남자”(라고 아이작이 부르는 사람)가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넘겼다. “폭파부대도 몽땅 죽어버렸으니, 딥 코어6까지 갈 수 있다고 해도... 빌어먹을 바위를 뚫을 수가 없어. 도망치는 수밖에 없겠어.”

여윈 남자가 아이작을 향해 돌아섰고, 두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당신! 우리를 좀 대피시켜 주셔야겠어요... 수송선이 필요해요! ‘놀이꾼 모임’ 놈들이 우리 화물선을 전부 파괴했다고요! 수송선까지 전부 다요!”

잠시 후, 아이작은 약간 더 조용한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부대의 무전 주파수를 통해 수자 상사에게 연락한 그는 린지 사령관과 직접 통화를 요청했다.

열린 문틈으로 작전 본부 벽에 걸린 시계에 남은 시간이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01:04:16

잠시 잡음이 들리더니, 린지의 불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나, 화이트 중사?”

“네, 사령관님. 문제가 좀 있어서 켈모리안들이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내부에 해적들의 첩자가 있었다고 하며, 놈들이 이 소행성의 핵 부근에 막대한 규모의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이 행성을 박살 내서 그 위의 모든 사람을 저세상으로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위력이랍니다.”

“그 눈물 나는 얘기는 이미 들었네, 화이트 중사.”

“알겠습니다. 부상병들을 먼저 탈출시키고 그다음에–”

“이봐, 놈들한테는 무슨 핑계를 대든지 무조건 기다리라고 해. 그리고 당장 철군 장소로 뛰어오도록.”

“그러면 나머지 수송선은 언제쯤–?”

“젠장, 무슨 수송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놈한테 왜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군. 그래 봐야 켈모리안 놈들이잖아, 이 멍청한 자식아! 여기 이 똥통에 우리가 얼굴을 들이민 건 다름이 아니라 ‘놀이꾼 모임’이 자그마치 4년 동안이나 눈엣가시처럼 자치령을 괴롭혀 왔기 때문에,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을 뿐이야. 임무 완수. 알겠지? 그럼 당장 철군 장소로 튀어나오라고.”

갑자기, 정말 예기치 못한 순간에 폭풍 같은 깨달음이 아이작의 머릿속에 몰아쳤다. 아무리 오랜 시간 사과하고, 반성하고, 과거를 돌아보고, 그야말로 한 시도 쉬지 않고 감마 도리안에서의 사고에 대해 생각해도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았던 이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장이 마구 쑤셔 넣어지는 상황에서도 남겨질 가족에 대해 걱정하던, 탁자 위에서 싸늘하게 주검이 되어간 켈모리안 광부가 떠올랐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모든 켈모리안이 짐승만도 못한 인간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작의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하지만 마치 운석처럼 그의 뒤통수를 후려친 깨달음은 바로, 언제나 희생자의 가족들에게서 용서를 빌면서도 아이작 자신은 결코 켈모리안을 용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을 미워하는 편이 쉬웠다. 심지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쉬웠다.

드디어 그의 인생이 달라질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빚을 갚고, 속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작을 믿어준 제크 터너가 말했던 것처럼.

이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다른 모두를 구해주기만 하면 된다.

01:00:23

폭발물을 찾아내고 해체할 사람은 아이작뿐이었다. 그는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운명을 가로채기 위해 태어난 사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아이작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라, 중사.” 린지가 답했다. 당연하게도 혼란스러운 목소리였다.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떠나셔야 한다면, 절 버리고 가십시오.”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당장 철수하도록. 이건 명령이야, 중사!”

아이작은 살짝 미소 지었다.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였다. “정말 죄송하지만 그 명령은 무시해야겠습니다, 사령관님.”

“이해할 수가 없군, 화이트 중사. 자네 바본가? 자살이라도 하려고?”

“그냥 제가 생각이 좀 많은 사람이라고 해 두겠습니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아이작은 린지 사령관이 옳은 결정을 내리기를 바랐다. 모든 사람을 피난시키기로 결정하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일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샤일라를 생각했지만, 그녀도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다. 린지는 불쾌한 말을 던져 그녀를 괴롭히겠지만, 그녀만은 자신을 이해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결국, 샤일라 만큼 아이작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군 공식 기록에는 자네가 겁쟁이 탈영병으로 남게 될 거네. 부질없이 죽게 될 거라고.”

아이작이 대꾸했다. “기록은 원하는 대로 만드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 둘은 언제나 진실이 뭔지 알게 될 겁니다. 아, 그리고 아직 미처 말씀 못 드렸었는데, 전 항상 사령관님이 개 같은 자식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바로 그 순간 삑 소리와 함께 수자 상사의 명랑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수자 상사입니다, 사령관님. 지금 철군 장소에서 화이트 중사가 도착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화이트 자식은 잊어버려!” 린지가 쏘아붙였고, 사령관과의 통신이 끊어지는 삑 소리가 들렸다.

소중한 시간 몇 분을 들여 아이작은 이런저런 일을 했다. 켈모리안들에게 린지 사령관과 테란 자치령이 그들을 폭발에 휘말려 사라지도록 버렸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아이작 자신도 버려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자신이 켈모리안을 구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마지막으로 그 일을 하기 위한 계획 비슷한 것을 만들어 냈다.


이 계획의 핵심은 FAFNR였다. 켈모리안들은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는 물건과 기계를 꿰맞춰 그다지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뭔가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유명했다. 전방 가속 파쇄/운항 장치(Forward-Accelerating Fragmentation/Navigation Rover)의 앞글자를 따서 이름 붙인 FAFNR도 이런 물건 중 하나였다.


이런 장비는 “덩어리” 행성의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되고 있었는데, 마침 이 괴물 같은 장비는 조종석 덮개가 부서져 수리 중이었다. 좌석을 비롯하여 꼭 필요하지 않은 장비들은 서둘러 해체되어 아이작의 육중한 강화 전투복이 들어갈 수 있도록 변형되었다. 전투복은 압력이 높아지는 행성 중심부에서 호흡하고 중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아이작이 외부 마이크의 감도를 낮춰놓지 않았더라면 여러 모터의 소음 때문에 귀가 먹을 지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원격 조종으로 운항하는 이 장비는 여섯 개의 레이저 천공기로 전방의 바위를 산산이 파괴한 후, 거대한 측면 흡입구로 그 잔해를 빨아들여 후방으로 날려보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렇게 날려보낸 쓰레기들은 기다란 컨베이어 벨트에 연결된 운반 장치에 실려 외부로 이송되고 폐기되었겠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FAFNR가 거대한 지렁이처럼 땅을 파 들어가는 동안 쓰레기는 단순히 장비 뒤편에 쌓여만 갔다.


아이작은 전방시현장치의 정밀 시계에 동기화된 카운트다운 타이머를 흘끗 쳐다봤다.


00:37:22


천공 작업은 13분째 계속되고 있었다.


굴착 갱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딥 코어6는 우모자 보호령의 기밀실만큼이나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 수석 엔지니어였던 필빈 곤잘레스가 굴착해 두었던 모든 갱도를 다시 메우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조치가 행성 핵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뉴 게티즈버그의 절반을 날려버릴 만큼 많은 폭약을 안전하게 보관해 두려는 조치기도 했다.


FAFNR이 준비되기를 기다리며, 아이작은 필빈과 그 패거리에 대해 알아봤다. 그 무리는 쥐꼬리만 한 봉급과 긴 근무 시간에 신물을 내다가 자기들끼리 똘똘 뭉친 일당이었다. 벌써 여러 해 동안 불만을 키워온 그들을 꼭두각시로 삼아, 이제는 ‘놀이꾼 모임’으로 알려진 조직을 뒤에서 조종한 사람은 트레버 조 제이콥스였다.


제이콥스, 즉 “화끈한 조”는 6년 전 마지막 임무에서 이 광부들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분이라는 온화한 행성에서 시작된 그 임무에서 제이콥스는 폭파와 적대적 해충 박멸을 비롯한 몇 가지 작업을 담당했다. 분에는 지뢰바구미라고 불리는 커다란 개 크기의 곤충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제이콥스는 깊은 갱도에 혼자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 온갖 종류의 독극물을 사용했지만 지뢰바구미를 없앨 수는 없었다. 그러자 그는 마지막으로 화염방사병 전투복을 입고 이 벌레들을 몽땅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불행히도 “화끈한 조”는 이때 이미 앞서 사용했던 독극물 때문에 암에 걸린 상태였다. 그는 해고를 당했고, 켈모리아인들이 기억하는 바로는 채광 협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의료 보조를 받아보고자 미친 듯 투쟁했지만, 협회는 그의 병이 개인적 사유에 의해 생긴 것이라며 외면했다.


이런 일이 있었던 후 오래 지나지 않아, 제이콥스는 한 무리의 폭력단과 함께 ‘놀이꾼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해적단이 되어 눈에 띄는 모든 대상을 약탈하는 데 전념했다.


곤잘레스와 쇼버그를 비롯하여 제이콥스와 친하게 지내던 여럿은 “덩어리” 행성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모두 제이콥스와 관계를 정리했다고 말했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작과 다른 광부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는 동안 그 밖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도 추측해 냈다. 곤잘레스와 제이콥스가 이번 공격 계획을 함께 수립했고, ‘놀이꾼 모임’과 “화끈한 조”는 마지막으로 채광 조합에 “엿 드시라”는 인사를 하려고 이렇게 폭탄을 잘 감춰둔 것이었다. 여러 해 동안 제이콥스는 몸속의 암과 싸웠지만 이제 최후가 머지않았고, 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볼이 발그레한 남자”(알고 보니 이름이 새미였다)가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아이작이 FAFNR를 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켈모리안 기술자들은 다시 메워둔 지름길을 따라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이미 파악해 두었다. 그들은 딥 코어6의 주 갱도까지 파고 들어가는 데 30분에서 35분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아이작에게는 폭발물을 찾아내어 해체하기까지 15분에서 20분가량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문제는 곤잘레스가 폭약을 어디에 감추어 두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00:26:16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시끄럽게 철컥 소리가 나더니 곧 여섯 개의 레이저 천공기와 모터가 모두 서서히 멈춰버렸고, 남은 건 암흑뿐이었다. FAFNR는 완전히 멈췄다.


“새미, 문제가 뭔가?”


아이작은 기다렸다. 답이 없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순간에 소변을 지리고 엉엉 울면서 엄마를 찾았을 터였다.


‘진정해, 아이작. 진정하라고. 바위처럼 차분해야지.’


몇 초 뒤 새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예비 전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체 장비가 꺼졌어요. 경로를 변경할게요.”
 

시간이 더 흘렀다. 다급한 통신이 몇 차례 연결되기는 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통신은 상대방에서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소리가 들리던 중 뚝 끊어지고 말았다.


아이작은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일에 집중했다. 천천히, 안정적으로. 그는 시계를 들여다봤다.


00:23:56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오른손을 자유롭게 해야 했다. 그는 유탄 발사기와 자동 장전기의 잠금장치를 풀어낸 후 다리 옆에 넣어 두고, FAFNR의 시동 단추를 눌렀다. 윙 소리와 함께 엔진이 되살아났다.


“수동 조종으로 전환한다.”


잠깐의 정적이 지나간 후 새미의 지치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어, 경로를 이탈해도 우리는 알 수가 없는–”


“어쩔 수 없지.”


아이작은 간단히 조종 방법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FAFNR를 조종하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새미는 급한 마음에 아이작의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빠른 속도로 설명을 했고, 아이작은 설명이 끝난 후 새미에게 몇 번이나 물어본 끝에 가까스로 천공 레이저를 재가동시키고 가속기를 작동시킬 수 있었다.


마침내 FAFNR이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진행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전방으로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양쪽 가시 바퀴의 움직임이 서로 어긋나면 궤도가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컴퓨터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었겠지만, 보조 지원 장비가 모두 꺼진 지금 상태라면...


아이작은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틀림없이 이 문제를 이겨낼 수 있다. 몇 초마다 한 번씩 눈길이 시계 쪽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억지로 시계를 들여다보는 일을 중단해야 했다.


재깍거리며 시간은 흘러갔고, 그렇게 지나간 시간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어색한 침묵을 지워내려 새미는 고향에서의 삶, 그곳에 남겨진 여섯 명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전해주게...’


아이작은 시계를 바라봤다.


00:12:13


시간이 벌써 이렇게 많이 지났나?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어야 했다. 뭔가 잘못됐다. 경로에서 이탈한 것이 틀림없었다. 목적지에서 얼마나 멀어졌을까?


새미도 같은 생각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지금쯤 도착했어야 하는데... 젠장, 망했군. 이제 정말 끝장이야...”


아이작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진정 좀 하라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


시간이 더 빠른 속도로 흐르는 것만 같았다.


‘기다려.’


00:08:04


‘제발... 제발...’


덜컹하는 움직임 끝에 쉬익 소리가 나더니, FAFNR는 마침내 갱도 벽을 뚫고 통로로 나왔다.


“도착했어!” 아이작이 보고했다. 통신 회선 건너편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아이작은 레이저 천공기를 끄고 미친 듯 장비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달려갈 준비를 했지만, 이미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어느 쪽이지?


새미가 다급히 말했다. “오른쪽으로 가면 통로를 따라 피난 굴이 여러 개 있습니다. 폭탄을 거기 숨겼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저장소 중 한 군데에 넣어 두었을 것 같습니다. 광물을 저장해 두었던 곳 말이에요.”


아이작은 미세 중력 가속기를 한계까지 가동시켜 빠른 속도로 달렸다. ‘할 수 있어’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리면서.


00:07:49


강화 전투복의 전등 불빛이 그의 앞을 비췄고, 어둠은 서서히 물러났다. 움푹 들어간 피난용 굴을 지날 때마다 그는 잠깐씩 멈춰 안을 들여다봤다.


남은 시간은 계속해서 사라져 갔다.


마침내 아이작은 저장소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몇몇 열린 공간이 있었다. 그는 각 저장소를 잠깐씩 들여다봤다. 길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이작은 시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이제 막다른 길 끝의 마지막 저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안에 빛을 비춰 보았지만...


...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뿐이었다. 아이작은 심장이 발밑까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00:05:44


시간이 부족했다.


새미의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말씀 좀 해 주시죠... 여긴 지금 긴장돼서 죽을 것 같거든요.”


“잠깐 기다리라고, 새미.”


아이작은 돌아섰다. 그런데 왼쪽의 저장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작이 미처 보지 못한 채 지나쳤던 공간이었다. 통로의 다른 쪽에 신경을 쓰느라 미처 이쪽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그는 마지막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거기, 그 방 안에 매우 불안정한 중수소폭탄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각각의 폭약 위에는 검은색 소형 안테나가 달려 있고 빨간색 불빛이 깜빡였다. 송신기만 보이지 않았다. 초읽기는 대체 어디서 진행되고 있는 걸까?


물론 뇌관에서 격발용 전선을 잘라낼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잘라내야 할 전선은 30개도 넘었다.


‘까라면 까는 거지.’


“폭약을 찾았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좀 조용히 해 주게.”


새미가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네, 대장님.” 통신이 끊어졌다.


아이작은 작업을 시작했다. 자동 장전기를 해제하여 오른손이 자유롭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왼손에서 장비를 해체할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에, 그는 모든 작업을 한 손으로 해야만 했다.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그는 뇌관에서 격발용 전선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모 아니면 도였다. 전선을 단 하나만 남겨 놓는다고 해도, 폭탄 하나가 폭발하면 나머지도 모두 한꺼번에 폭발할 터였다. 그러면 이 소행성도 가루 밖에는 남지 않을 것이다.


그는 폭탄 한 개를 해체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재 보았다. 약 10초가 걸렸다.


아슬아슬하겠지만 성공할 수 있었다. 성공해야 했다. 강철같이 굳은 심지와 외과 의사처럼 차분한 손놀림이 필요했다. 아이작은 차분히 작업을 계속했다.


00:02:41


절반 남았다.


‘침착하게. 차분하게.’


하나씩 하나씩. 서두를 필요 없어...


4분의 3이 끝났다. 끝이 보였다.


00:01:18


폭탄이 다섯 개 남았다. 걱정할 필요 없었다. 잠깐 쉴 시간도 있으리라. 이렇게 100만분의 1초 단위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 속에 살면서,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절감한 것도 벌써 오래전 얘기였다.


그는 샤일라를 생각했다. 탁자 위에서 죽어간 켈모리안을 생각했다. 새미와 여섯 명의 아이들을 생각했다.


00:00:38


마지막 폭탄만이 남았다. 성공이다. 아이작은 손을 뻗었다...


... 하지만 오른쪽 옆구리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기 부상 열차에 치이는 느낌이었다.

아이작은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무중력과 싸운 끝에 가까스로 전투화를 바닥에 붙인 그는 겨우 몸을 똑바로 펼 수 있었고, 그를 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려 애썼다.


“화끈한 조”, 트레버 제이콥스가 온통 검게 그을린 붉은색 강화 전투복을 입고 서 있었다.


전과 똑같은 걸걸한 목소리가 화염 방사병 장갑복의 외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불지옥으로 함께 가자고!”


제이콥스는 폭탄에 불을 붙이기 위해 돌아섰다. 아이작이 그에게 달려들었고, 두 쌍의 화염이 발사되는 순간 아슬아슬하게 제이콥스를 넘어뜨렸다. 두 사람은 하나로 얽혀 갱도에 처박혔다.


00:00:28


아이작은 오른손을 내려 제이콥스의 흉갑에 튀어나온 커다란 공기 공급관을 움켜쥐었다. 그는 관을 뒤틀어 빼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화끈한 조”는 오른팔을 내리 휘둘러 아이작의 헬멧을 때렸다. 그 충격으로 불곰은 한 무릎을 꿇고 쥐었던 손을 풀 수밖에 없었다.


아이작은 다시 일어나 공기 공급관의 연결 부위를 발로 걷어차 파괴하려 했지만, 힘이 조금 모자랐다.


두 마리의 금속제 괴수는 계속해서 서로를 공격했다. 그러던 중 아이작이 온 힘을 다해 휘두른 주먹에 맞은 제이콥스가 뒤로 뒷걸음을 치다가 균형이 무너졌다. 제이콥스는 뒤로 돌아 통로 입구를 향했고, 아이작은 손을 내뻗어 제이콥스의 등에 장착된 연료통을 움켜쥐었다.


00:00:15


제이콥스가 몸을 빙글 돌려 무릎으로 공격했지만, 아이작은 피했다.


제이콥스는 오른팔을 들었다. 화염이 불곰의 강화 전투복을 뒤덮었다. 아이작은 몸을 숙이고 화염방사병에게 접근했다. 화염이 강화 장갑복의 등을 공격하게 하며 노출된 손을 보호하다가, 공기 공급관을 향해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장갑복의 신소재 강철이 부풀기 시작했다. 전방시현장치가 붉게 타올랐다.


이렇게 끝날 인생은 아니었다.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아이작이 구원에 이르는 길을 이제서야 찾아냈는데, 이따위 멍청한 바구미 청소부의 손에 당할 수는 없었다.


전투복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이제 마지막 몇 초만 견디면 된다...


10


아이작은 남은 힘을 다해 공기 공급관을 잡아당겼다. 마침내 관이 뜯겨 나왔고, 아이작은 발로 제이콥스를 밀쳐내며 불구덩이를 빠져나왔다. 제이콥스의 팔에서 발사되던 화염은 잦아들었고, 공급관에서 빠져나오는 공기가 추진력을 더해 그는 발을 버둥거리며 갱도를 따라 떠내려갔다.


5


아이작은 방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전선을 잘라낼 시간이 없었다. 그는 폭탄을 손에 들었다.


4


그리고 통로를 향해 달렸다. 어떻게든 여기서 끝나리라. 그는 갱도에 도착했다. 제이콥스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작은 온 힘을 다해 폭탄을 던졌다.


3


도박과도 같은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 폭탄의 폭발에 휘말려 나머지 폭탄도 함께 폭발할 수 있었다...


2


하지만 이게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었다. 모 아니면 도. 운명을 가로챌 수 있는 마지막 기회...


1


마지막


순간.


아이작이 다시 저장고로 뛰어들자, 쿵 하는 울림과 함께 아이작을 둘러싼 갱도가 무너져 내릴 듯 떨려왔다. 거대한 화염 기둥이 방을 지나쳐 물결처럼 번져갔다. 만약 나머지 폭탄이 폭발한다면, 이게 아이작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아이작에게 주변의 통로가 모두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환영이 언뜻 보였다. 생명을 잃은 그의 육신이 공허한 우주를 빙글빙글 돌며 떠가는 환영이었다.


화염이 잦아들었다. 몇 초가 지나 우르릉 소리마저 멈췄고, 그렇게 다행스럽게도 모든 위기가 지나갔다.


지직거리는 소음이 지나간 후, 억누를 수 없는 함성이 통신 회선에서 터져 나왔다. 새미의 목소리는 스피커를 찢어 놓을 듯했다. “살았어! 하하하! 살았다고! 야 이 대단한 자식아, 해냈구나! 해냈어! 우리 모두를 구했어!”


벽에 기대어선 아이작은 서서히 무너져 주저앉았다. 그래, 해냈다. 그가 켈모리안들을 구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 옛 시절처럼 냉정함을 유지했다. 세상의 무게가 그를 짓누를 일도 이제는 없었다. 마음속에 품었던 증오도 폭발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아이작이 모두를 구했다. 그는 헬멧 안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를 갱도에서 꺼내려면 꽤 시간이 걸릴 터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시간은 충분했다.
 

출처: http://kr.battle.net/sc2/ko/game/lore/short-stories/maraud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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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불곰 사기 내용이 아니라 과거 폭탄해체병이었던 병사가 시간이 지난후 불곰이 되서 한 소행성에서 해적이 날뛰길래 그거 진압하러 갔더니 이 망할넘들이 행성의 핵부군에 존나 댑다 강력한 폭탄을 5개나 설치해둬서 천공기로 뚫고 내려가서 '바싹 익혀드리죠' 요로고있는 해적 파벳이랑 욜라 싸우면서 폭탄 4개 해체하고 폭탄 하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던졌는데 다행이도 소행성은 파괴않됬네. 해피엔딩!

엄청요약하고 엄청내용 건너뛰었지만 대충 요런 내용임. 읽어보니까 상당히 재미있었음.
베플 아이콘 브론즈나진입하자 (2010-10-19 15:54: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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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휠은 21세기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아이콘 kphsws (2010-10-19 13:51:0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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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 ㅅㄱㄲ해봐
소는누가키워소는 (2010-10-19 13:51:0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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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선리플 ㄷㄷㄷ
아이콘 편한마음으로 (2010-10-19 13:51:3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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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가로채다.
아이콘 현주쨔응 (2010-10-19 13:51:5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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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란크래프트 - 불곰의 날개 (feat. 고아원)
아이콘 산백합 (2010-10-19 13:52:2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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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가로채다 인줄 알고 클릭..
아이콘 마루나 (2010-10-19 13:53:5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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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리플
아이콘 Zej (2010-10-19 13:54:1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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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기니까 불곰사기
Ge_rrard (2010-10-19 13:54:3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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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귀찮아서 댓글만 내려다 봤네ㅋ
아이콘 부기팝 (2010-10-19 13:55:5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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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불곰은 짱 세군여
아이콘 우왕피자 (2010-10-19 13:56:3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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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진 안았는데 불곰 사기인거 변명하는듯ㅋ
아이콘 플랭군 (2010-10-19 13:59:3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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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은 착했습니다 ?!?!
아이콘 SNIPERGHOST (2010-10-19 14:00:1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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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썼네
아이콘 stimaholic (2010-10-19 14:00:1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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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판소네여
아이콘 Kurto. (2010-10-19 14:03:2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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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여읜게 아니였다고?!
아이콘 [X] (2010-10-19 14:23:1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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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점
아이콘 [Enemy] (2010-10-19 14:25:0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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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 멋잇다 ㅠㅠ
아이콘 SinSaTOP (2010-10-19 14:28: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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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길어 안읽어야겠네;;
아이콘 MarCat (2010-10-19 14:43:0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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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불곰 사기 내용이 아니라 과거 폭탄해체병이었던 병사가 시간이 지난후 불곰이 되서 한 소행성에서 해적이 날뛰길래 그거 진압하러 갔더니 이 망할넘들이 행성의 핵부군에 존나 댑다 강력한 폭탄을 5개나 설치해둬서 천공기로 뚫고 내려가서 '바싹 익혀드리죠' 요로고있는 해적 파벳이랑 욜라 싸우면서 폭탄 4개 해체하고 폭탄 하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던졌는데 다행이도 소행성은 파괴않됬네. 해피엔딩!

엄청요약하고 엄청내용 건너뛰었지만 대충 요런 내용임. 읽어보니까 상당히 재미있었음.
아이콘 네프 (2010-10-19 14:53: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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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여줬던 단편소설과는 사뭇 다른.. 해피엔딩이네요.
불곰사기니 이런말 좀 하지말고 읽어봅시다. 재미있어요.
러브처리 (2010-10-19 15:32:3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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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서 이런 내용이...
아이콘 제니 (2010-10-19 15:50:4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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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소설이네요... 감동이 잇고
아이콘 브론즈나진입하자 (2010-10-19 15:54: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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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휠은 21세기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EMP유령- (2010-10-19 16:07:0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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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나가신다
아이콘 우리집뒷마당 (2010-10-19 16:20:5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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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이걸 읽은뒤론 불곰 개새끼란 말을 할수가 ㅇ벗다
아이콘 엘리온 (2010-10-19 16:29:5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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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이 광전사에게 질 확률: 14%]
본 댓글은 주사위를 정상적으로 굴려 작성되었음을 보증합니다.
아이콘 SNIPERGHOST (2010-10-19 16:43:5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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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길어 못읽겠다
아이콘 스마라그도스 (2010-10-19 17:04: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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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이작 하면 뉴턴이 떠오르네;;
아이콘 kxpbleed (2010-10-19 17:06:1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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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임무가서 파벳 해적이랑 불곰 하나랑 싸워서 불곰이 이김

그리고 그 불곰이 소행성 날려 버릴 만한 폭탄 거의 다 헤제하고 하나는 던저서 살아남음

그래서 스타2에서는 화염방사병 안나오고 불곰나옴 ㄳ
아이콘 BlueBear (2010-10-19 17:25: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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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감동이네요... 타 소설과 달리 해피엔딩이네요 ㅋ 오래만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소설 읽어본듯 ㅎㅎ
아이콘 BlueBear (2010-10-19 17:25:5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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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불곰은 착했슴다
아이콘 게장 (2010-10-19 17:41:1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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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형은 용서를 할 줄 아는 멋진 남자.
아이콘 게장 (2010-10-19 17:56:2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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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긴 편이 아니고 단편 소설 읽는다는 생각으로 보면 제법 볼만합니다. 불곰과 화염 방사병 육탄전이 꽤 흥미로웠고, 과거의 업을 짊어진 남자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아이콘 카나스타일 (2010-10-19 17:58:5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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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불곰은 사기라는거
아이콘 [toss]추적자 (2010-10-19 18:02: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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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 스토리...
아이콘 BloodMage[XPH] (2010-10-19 18:10: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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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해체 읽으니 허트 로커 생각나넹...
yhpdoit (2010-10-19 18:12:2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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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표 할렘 --;;

전선 하나만 싹둑 자르면 병영으로 돌아가 캔디스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니면 렉사와. 아니면 도린다와...
아이콘 KKK- (2010-10-19 18:24:1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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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나쁜놈 불곰을 미화함으로써 유져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차기 패치에서 불곰쨔응은 착하니까 너프는 절대 안하겠다는
블리자드팀의 생각이 엿보이는 좋은글이네여
아이콘 지나가던카미씨 (2010-10-19 18:44:0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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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아이콘 Roki.-_- (2010-10-19 18:52:5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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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불곰사기 ㅋㅋㅋ
김락귀 (2010-10-19 19:46:0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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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줄부터 불곰 사기를 보여주는
아이콘 딸기마왕 (2010-10-19 19:49:3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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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의 체력만큼이나 많은 글자수
아이콘 모르는넘 (2010-10-19 20:22: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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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올린거 무조건 읽지도 않고 불곰사기 외치며 댓글다는 사람들은 글좀 읽어주면 좋겠다.
ThreeO (2010-10-20 00:35:4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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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보니까 데드스페이스생각나는건 저뿐인가요 ㅎㅎ
아이콘 카라사와 (2010-10-20 03:50:4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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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까 패스
심영 (2010-10-20 03:53:4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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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은 누가 쓰는거지.. 다음화도 나왔으면 좋겠음
[에톤] (2010-10-20 08:05:0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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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머니는?
아이콘 유몽고메리 (2010-10-20 11:48:0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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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복을 입은 아이작 클라크를 떠올려 봅시다.
아이콘 혼돈의전략가 (2010-10-20 13:25: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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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이 화염방사병을 주먹으로 이겼다는건가...
레드스타 (2010-10-23 00:02:2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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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밌는 글인데 양판소니 그냥 불곰이 사기니 그거 변명하는듯 이라는 개소리는 하더를 맙시다. 그런데 내용보니 화염방사병이나 불곰이나 1:1로는 비슷한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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