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텍(대표 배인식)은 지난 5월 13일, 북미 게임리그인 Major League Gaming(이하 MLG)과의 리그 연계 방안을 발표했다. MLG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GSL에 참여할 수 있는 시드를 제공하고, 국내의 선수들 또한 MLG에 참여할 수 있는 시드를 받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리그를 표방하는 GSL이 이번 발표로 인해 이제야 진정한 글로벌 리그로의 첫 발을 내디딘 것 같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2년 비디오 게임 위주의 종목으로 출범한 MLG는 현재 북미 최고의 프로 게임 리그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3년간 세계 최고의 대회로 꼽히던 Cyberathlete Professional League(CPL)와 Championship Gaming Series(CGS), Electronic Sports World Cup(ESWC) 등이 경제적인 문제로 연달아 문을 닫을 때에도 MLG 만큼은 굳건했다. 그리고 최근 PC게임 등으로 종목을 다변화하며 더욱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미 최고의 리그로 꼽히던 CPL의 권위를 더욱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해외의 e스포츠 관련 매체들은 MLG와 GSL의 연계 소식을 연일 톱뉴스로 다루고 있으며, 어떤 곳에서는 2011년 최고의 빅뉴스가 될 것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이번 발표는 세계 스타크래프트2 팬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으며, GSL의 현재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발표를 환영하는 이유는 해외의 프로게이머들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GSL은 그동안 해외 선수들의 참여 비율이 낮아 ‘글로벌’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얼마 전 치러진 GSL May 승격강등전에서도 조나단 월시가 탈락하며 코드S에 남는 해외 선수는 크리스 로렌저 한 명 뿐이다. 몇 달 전에는 그렉 필즈도 고향으로 떠났고, 최근엔 헤이더 후세인도 떠났다.
물론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은 본인들의 책임이다. 하지만 GSL이 명실공이 세계 최고의 리그로 자리 잡기 위해선 해외 선수들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다. 세계의 모든 e스포츠 리그들이 발매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스타크래프트2를 주요 종목으로 채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스타크래프트1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그동안 해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워크래프트3의 그늘에 한국 e스포츠가 가려져 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동안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해왔지만, 세계인들의 시선은 워크래프트3의 주 무대인 유럽과 중국에 쏠려있었다. 이제 GSL을 통해 그 시선을 다시 빼앗아올 기회고,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도 다시 세워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해외 선수들이 참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일정한 규모의 해외 선수 참가를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 즉 ‘쿼터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리그에서의 성적을 기준으로 코드S와 코드A의 시드를 적절히 제공한다면 해외 선수들은 당연히 GSL에 대한 욕심을 낼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들이 GSL 무대에 설 수 있는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GSL이 좀 더 세계의 중심에 서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고,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예선을 뚫고 어렵게 올라오는 국내 선수들에 비해 해외 선수들에게 곧바로 코드S와 코드A의 시드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GSL이 꾸준히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 즉 ‘홈 어드밴티지’가 확실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기회 분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드A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대로, 국내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각 리그는 다양한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선수들마다 선호하는 방식의 대회가 있을 것이다. 이를 선수 본인이 선택해 참가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팀의 입장에서 본다면 더 좋은, 더 많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분배하고 조절할 수도 있다.
시기 또한 적절하다. 곰TV 측은 현재의 리그 방식을 다가오는 하반기에 개편할 뜻을 가지고 있다. 팀리그의 비중을 높이고, 해외 선수들의 참여를 좀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리그 방식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코드A의 확대나 해외 선수 쿼터제를 논의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인 것이다.
GSL이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팽배하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달리한다면, 국내에서는 관심이 비교적 덜할지언정, 세계에서는 다르다. 얼마 전 GSL May 코드S 4강 경기 직후 임재덕의 아이디 NesTea가 트위터 트렌드로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트위터에서 트렌드에 오르기란 결코 쉽지가 않은 일이다. 북미나 유럽의 현지 시각을 생각해본다면 더욱 놀라운 반응이었다.
이처럼 GSL은 세계의 모든 스타크래프트2 팬들이 주시하고 있으며, 이번이 GSL이 일보 전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GSL의 발전을 위한 많은 연구와 관계자들의 협력, 그리고 팬들의 호응이 필요한 때이다.
글: 이시우(siwoo@playx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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