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zelgadis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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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05-27 19:35:09 KST | 조회 | 15,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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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의 문제가 아닌 ‘정신’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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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칼럼을 통해 GSL 코드S의 해외 선수 참가가 확대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 칼럼은 누군가의 번역을 통해 팀리퀴드에 올라가게 되었고, 많은 이들이 동조했다. 그리고 얼마 후 유럽 프로게임팀의의 한 관계자가 ‘한국의 문제’라는 칼럼을 게재했고, 며칠 뒤 또 다른 누군가가 이와 관련된 칼럼을 올렸다.
제목에서도 나타나지만 이것은 그 칼럼들에 대한 재반박 칼럼이다. 그 두 칼럼은 나를 충분히 자극시켰다. 기자로써가 아닌, 한 명의 게이머로써 말이다.
슈퍼토너먼트에 9명이나 되는 해외 선수가 불참을 선언했고, 그 이유야 어찌 됐든 대회 참가는 강요가 아닌 개인의 자유고, 스폰서와의 관계가 있다면 더욱 복잡한 일이다. 해외 선수들이 이번 슈퍼토너먼트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 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Fnatic의 ‘TT1’ 페이얌 토기얀 선수도 “한국에 가는 것은 많은 비용이 소모되며, 만약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큰 손해다. 이번엔 여행 경비가 제공되지 않았고, 라운드 초반의 상금도 줄었다. MLG와 드림핵이 겹치는 것도 불참을 선언한 이유다”라고 슈퍼토너먼트에 불참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해외 선수들이 대회에 불참한 데에는 확실히 여러가지 이유가 있고,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다. 스폰서들이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공감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칼럼 중 ‘왜 해외의 선수들이 한국을 떠나는가?’라는 문단의 주장과 그 이유에 대해선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칼럼을 쓴 이는 ‘한국팀의 숙소에 합류하길 원했지만 숙소는 이미 꽉 차있고, 래더 게임이나 하라고 비싼 돈을 투자한 것이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FC서울이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했을 경우다. 클럽월드컵이 스페인에서 열렸고, FC서울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연습할 구장을 내주지 않는다고, 같이 연습해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터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게 행동한다면 전 세계 축구 팬들로부터 조롱을 받을 것이다.
한국팀의 숙소에 합류하지 못했다고, 한국 선수들과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것은 이와 다를 것이 없다. 각 팀의 고유한 연습 시스템은 그들의 노하우며 경쟁력이다. 헌데 그것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만약 한국팀과의 체계적인 연습을 원한다면 팀리퀴드와 oGs처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 된다. 그런 노력 없이 연습 환경만 탓한다면 절대 ‘프로’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 게다가 곰TV는 해외의 선수들에게 충분히 연습하고 쉴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한다. 더 이상 어떤 것을 제공해 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온라인 토너먼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해외의 온라인 토너먼트에 참가하려면 새벽 3~4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드A의 온라인화를 주장하며 북미나 유럽의 선수들이 새벽 3~4시에 경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에서 새벽에 경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북미에서 새벽에 경기를 하는 것은 가능한 것인가.
많은 해외 선수들이 세계 최고가 되길 바라며, 언제나 한국 선수들을 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GSL은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의 질이나 상금의 규모 등을 봐도 단연 세계 최고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한국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고 한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있거나 사생활을 포기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 선수들과 해외 선수들의 차이점을 한 번 짚어보자. 만약 단 한 단어로 표현을 해야만 한다면 ‘희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대부분의 선수들은 가족 곁을 떠나 숙소에서 생활하며 하루 중 절반 이상을 연습에 투자한다. 누가 강요하진 않았지만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패배에 대해 연구하며,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한다. 일반인이라면 아마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한창 많은 것을 경험하고 놀고 싶은 나이지만, 이들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며 꿈을 얻기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한다. 한창 사춘기일 나이에 그 누가 단체 생활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 이는 해외 선수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해외 선수들은 가족을 이유로, 또는 자신의 사생활을 위해 도전하는 것을 포기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프로게이머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가족과의 여행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적이 있다. 한국인이었다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분명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문화적인 차이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것들을 버릴 수 있느냐의 차이다.
해외 선수들 중 얼마나 많은 인원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진 것을 버릴 수 있겠는가? 모든 선수가 그렇다는 것도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노력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 입으로 외치면서, 자신의 지역에서 또는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려는 그 재능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것이다. 자신의 고향에 머무르며 온라인 토너먼트에만 참가하는데 만족한다면 굳이 더 할 말은 없다. 앞으로도 해외의 선수들이 도전의식 없이 쉬운 상대만을 만나기만을 원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지도 모른다.
우스갯소리로 스타크래프트2에는 4종족이 있다고 한다. 테란, 프로토스, 저그, 그리고 한국인. 한국의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2의 ‘네 번째 종족’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희생해왔는지 한 번 상상해보라.
몇 달 전 독일에서 열렸던 IEM에서는 한국 선수 세 명이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정우서와 박현우의 경우엔 해외 대회 경험이 처음이었다. 최근엔 여러 해외 토너먼트의 주요 경기들을 봤지만 정종현이나 문성원 정도의 빠른 컨트롤을 보진 못했다. (한국 선수들이 몇몇 온라인 토너먼트에서 패한 것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않겠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전의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코드S에 참가하는 해외 선수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분명 흥행에 도움이 되며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IEM 우승자인 정우서도, 얼마 전 GSTL에서 말도 안 되는 경기를 펼친 문성원도 코드A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해외 선수들 중 코드S에서 버틸 선수가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국내의 팬들도 GSL에서 더 많은 해외 선수들을 보길 원한다. 코드S에 더 많은 인원이 해외 선수로 채워졌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여기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좋은 경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이 밑받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GSL은 MLG와의 연계를 시작으로 더 많은 해외 대회와의 연계를 계획하고 있다. 더 많은 해외의 선수들을 보기 위해 코드S 자리를 양보했는데도 특별히 보여줄 만한 것이 없다면, 해외 선수들의 코드S 자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진다.
또 한국 선수들이 해외의 LAN 대회에 참가할 때 예선을 거치지 않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하지만 그것은 주최 측에서 결정한 것이다. 한국 선수들을 초청하는 것이 대회의 흥행에 도움이 되고, 더 멋진 경기들을 연출해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이치로 해외의 선수들이 코드S에서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이 갖춰진다면, 자연스레 코드S의 문턱도 낮아질 것이다.
현재 해외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신인 발굴’에 있다. 격차도 격차지만 한국에서는 꾸준히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고 있다. ‘질’뿐만 아니라 ‘양’에서도 앞선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외는 어떠한가. 내가 아는 주요 선수들은 모두 스타크래프트1이나 워크래프트3에서도 활동하던 선수들이다. 해외에선 황강호나 박수호 같은 ‘신성’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토너먼트 방식이다. 내가 알기로 현재 열리고 있는 대부분의 해외 대회들은 초청전이다. 때문에 거의 모든 대회가 유명 선수들 위주로 진행되며, 신인들은 낄 자리가 없다. MLG나 드림핵 같은 큰 대회에서도 시드를 받지 못한 신인들은 치열한 예선부터 치고 올라와야 한다. 그들에겐 다음 경기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높은 곳에 오르기도 전에 지쳐버리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다른 하나는 스폰서와 팀의 문제다. 그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대회에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는다. 물론 한국으로 오는 경비가 결코 싼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를 고수한다면 선수들의 기량은 발전이 없을 것이다. 한국보다 현지 시장에서의 홍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곧 e스포츠 선수를 단순히 마케팅 용도로만 활용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이는 ‘투자’와 ‘육성’의 개념과 절대적으로 거리가 먼 것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인 발굴에도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유명해진 다른팀의 선수를 영입하는 팀 운영의 전부다.
앞에서 한 얘기를 다시 해보자. 한국에선 날마다 새로운 스타가 등장한다. 그러나 해외에선 위의 두 이유로 인해 새로운 스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선수들을 더 이상 마케팅 도구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선수들이 그들의 스폰서를 위해 활동했다면, 그들도 도전할 권리가 있다. 주도권을 갖고 싶다면 변화하라.
앞서 말한 내용들이 결코 해외의 모든 팀과 선수들을 뜻하진 않는다. 나는 조나단 월시와 크리스 로렌저를 대단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ThorZaIN’ 마르커스 이켈로프 같은 선수를 직접 보고 싶기도 하다. 다만 세계 최고의 팀에서조차 어설픈 도전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상당한 우려가 됐다.
재차 강조하지만 해외 선수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며, 대회 참가를 결정하는 것은 팀의 입장에서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아마 가장 큰 문제는 축구나 야구 같은 다른 스포츠들처럼 e스포츠 시장의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e스포츠가 다른 스포츠처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 무대에서 겨뤄야만 하고, 패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모험과 도전으로 더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곰TV도 해외 선수들의 자발적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GSL을 지금보다 발전시켜야만 한다. 현재도 세계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리그임에 틀림없지만, 그 가치를 더욱 높여야한다. 더 많은 상금과 뛰어난 선수 관리 능력, 빈틈없는 운영을 선보여야 한다. 리그 출범 이후 지금까지 지적됐던 문제들도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
가장 큰 목표는 해외의 모든 선수들이 GSL에서 활동하고 싶어 할 만큼 자극이 되는 리그를 만드는 것이다.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유럽으로, 최고의 야구선수가 되기 북미로 가는 것처럼,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선수가 되기 위해 더 많은 선수들이 GSL로 몰려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이시우(siwoo@playx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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