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가 답한다. 왜 ~~~ 를 안 하는가.

심해어에는 대충 세 종류가 있어요. 

 

a. 열심히 하지만 손과 머리가 못따라주는 부류. 

b. 내가 하고싶은 플레이를 사수하는게 최우선인 부류. 

c. 일부러 사람들이 싫어하는 플레이만 하면서 그걸 즐기는 부류. 

 

저는 a라서 a의 관점으로만 해설해봅니다. b, c는 지켜보기만 했지 왜 그러는지는 몰라요. 

 

1. 캠 왜 안도는가. 

 - 혼자 먹다 잘리고 욕먹을까봐.

 - 한타 합류 안한다고 욕먹을까봐. 

 

2. 라인 왜 안 서는가.

 - 혼자 서다가 잘리고 욕먹을까봐.

 - 한타 합류 안한다고 욕먹을까봐. 

 

3. 왜 오브젝트를 혼자 저지하러 갔다가 잘리는가.

 - 가까이 있었는데도 안 갔다고 욕먹을까봐. 

 - 다 오는 줄 알았는데 가고 보니 나 혼자. (...) 

 

4. 왜 오브젝트에 늦게 오는가.

 - 한타하고 있는데 혼자 이탈해서 그 한타 내줬다고 욕먹을까봐. 

 - 캠프 먹고 있는데 오브젝트가 열려서. 

 

5. 상대가 더 많은데 왜 붙어 싸우고 털리는가. 

 - 혼자 도망갔다고 욕먹을까봐. 

 - 상대가 더 많은줄 몰라서. (...) 

 - 불리한줄 알지만 이미 이니시당했기 때문에. 

 

6. 왜 도망치고 있는 아군에게 굳이 합류해서 같이 잘리는가.

 - 안도와줬다고 욕먹을까봐. 

 

7. 한타 이겼는데 왜 성채 요새 안밀고 집에 가거나 보잘것없는 캠이나 먹는가.

 - 무리하게 밀다가 상대에게 잘려서 욕먹을까봐.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유가 거의 한 가지로 수렴합니다. "XX했다고, OO안했다고 욕먹을까봐." 

즉, 상황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겁니다. 

능동적으로 나섰다가 혼자 잘리고 욕먹는게 제일 무섭거든요. 

 

그런데, 상황판단 능력은 여러분들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습니다. (거지같은 피지컬은 당연히 답이 없지만..)

오더만 잘 해줘도 적어도 a타입의 심해 팀원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그 결실은 여러분의 승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 라인 안서는것 같으면 서달라고 하세요. 

- 캠프 안먹는것 같으면 먹으라고 하세요.

- 불리한 싸움 할것 같으면 미리 빼라고 하세요.

- 혼자 있다가 잘릴것 같으면 미리 빼라고 하세요. 

- 오브젝트 못먹을것 같으면 미리 가지말라고 하세요. 

- 뒤늦게 와서 추가로 잘릴 것 같으면 오지말라고 하세요. 

- 라인 설 필요없으면 빼라고 하세요. 

- 한타후 성채, 요새, 핵각 나오면 본인이 적극적으로 리드해서 밀어붙이세요. 

 

아니 이런 당연한것도 얘기 안하면 모른단 말인가? 예 모릅니다. 눈앞에서 바로 수저로 떠먹여주셔야 해요. 

수저로 혼자 밥먹는거 너무나 당연하죠? 하지만 아기들은 그것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수저 쓰는 방법도 모르거든요. 

이러면 a타입만큼은 맛있게 적극적으로 받아먹습니다. 밥먹기 싫은 사람들(b, c유형)은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런데 오더는 잘 하지만 여기에 욕을 섞거나 비아냥을 넣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러면 가뜩이나 사방 팔방에서 날아오는 욕에 지친 심해어들은 금방 게임을 던지게 됩니다. 관련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해 특성중 하나가 바로 "섬세하고 멘탈이 약하다"는 점인데 이건 저절로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뭘 해도 욕을 먹는데 정작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으니 점점 방어적으로 변한 거지요. 

 

이미 삐진 사람을 살살 달래서 기분을 풀어주라는 말씀까진 못드리겠습니다.

다만 오더를 하실때 그냥 담백하게만 해주셔도 큰 도움이 될거예요. 

 

특히 절대 하지 말아야 될게 "아니 거기서 왜 잘리고 OO이냐" 이런 말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 어차피 달라질게 없고 욕먹는 사람 멘탈만 박살내서 패배 확률만 더 높일 뿐입니다.

 

욕하면 다음번엔 잘하겠지?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는 걸 느낄 능력이 심해엔 없습니다. 

2차원 평면만 아는 사람에게 공중에서 내려와 앉았다 날아간 파리는 그저 갑툭튀일 뿐입니다. 

고수께서 미리 알려주는 수밖에 없어요. 

 

만약 이미 게임이 기운 것 같다 해도 잘 다독이고 다독여서 수련회메타를 노려보면 좋습니다. 

심해는 이기는 팀도 흥분하고 무리해서 단독행동하다 쉽게 잘리기 때문에 20렙만 넘기면 깜짝 역전이 잘 나옵니다. 

(제가 파탑이랑 하나무라를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핵이 가려져있어서 수련회메타가 안통함)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욕을 꼭 하고 싶으면 차라리 게임 끝나고 점수화면 나올때 그때 하세요. (물론 안하는게 제일 좋지요.)

그 전에 하는 욕은 패배 확률이나 더 높일 뿐입니다. 

 

본인 생각에 자신은 심해에 있을 사람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끌려왔는데, 그렇다고 저렇게 매너 오더까지 일일이 해가며 봉사하긴 싫다 싶으면 그냥 부계정을 만들든지 해서 레이팅 리셋을 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상황 판단이야 뭐 판 수 늘면 짬 좀 생김 과정이 고통일 뿐

겜만 하면서 판단력 늘어나길 바라지 말고 프로들 교육 방송을 보거나 그마들 스트리밍을 봐야 됨

아니면 잘하는사람이랑 해서 오더받다보면 자기도 적당히 몸에 익기도 함

이 글의 포인트는 "더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가 아니고, "심해는 왜 xxx하는가"에 대한 해설입니다. 정말로 왜 그러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꽤 되는 것 같아서요.

플엑 사람들은 그래도 기본은 하시던데

고추장청정원 // 아 혹시 플엑 분들에 대해 아쉬운 말씀을 드리는 그런 글로 비추어졌다면 죄송합니다.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며, 저는 플엑 분들과 팀플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플엑 커뮤니티 자체와는 무관한 일반론적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