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는 (제한적인)다국적 군사조직이다. 중요한 리더들은 대개 군인인 듯 하지만 기술자, 과학자, 모험가, 파일럿 등이 포함되어 있다. 어쨌든 이들은 옴닉 사태가 일어났을때 지구 안보를 수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연 그럴까?
오버워치 요원들은 안타깝게도 다양성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조직의 무력시위를 보장하는 기술력(토르비욘), 빠른 화력 투사가 가능한 숙련 베테랑 공군 자산(트레이서), 인력 구조 및 재난 구호(메르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령관(군인76)을 보라. 이들은 모두 서구인이며 여전히 지구의 부와 군사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1세계 사람들이다.
오버워치는, 물론 '다국적' 특수부대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NATO의 보다 정치적이고 간소화된 버전이라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집단안보가 아닌 집단방위이며, 방위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대서양을 비롯한 서구세계다.
여기서 우리는 손톱 밑에 감추어진 불쾌한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바로 찬란한 AI 문명을 잉태한 2060년대 인류조차 국가간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버워치가 제조했다는 슬립스트림 순간이동 전투기를 보라. 트레이서가 그 전투기에 탑승했다. 그녀가 어디서 그런 멋진 조종 기술을 배웠겠는가? 진실을 회피하지 말라. 그녀는 RAF의 베테랑 파일럿이었으며, 슬립스트림은 서구세계의 제공권 지배를 보장하기 위한 게임체인저 살상무기였다. 미국인들은 유전자 강화 시술을 통해 수백만 슈퍼솔저를 양성했다. 옴닉들은 드넓은 미 대륙에 상륙하자마자 기관총 포화에도 죽지 않고 빌딩을 뛰어넘으며 한 손으로 거대한 유탄 발사기를 쏘아대는 미 육군 레인저 보병들의 손에 작살이 났을 것이다.
한편 러시아는 어떠한가? 이제 앙상한 뼈마디밖에 남지 않은 가련한 소비에트의 후예는 작업장 국가로 전락해버린 듯 하다. 옴닉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러시아는 노동집약형 중공업에 집중한 전형적인 2차 산업 국가였다. 하여 옴닉 하드웨어가 대대적인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들은 육탄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수천, 수만, 어쩌면 수십 만의 병사들이 죽었을 것이다. 서구국가의 지원을 받는 오버워치가 첨단 전투기로 멀리서 적을 폭격하고, 적외선 추적 장비를 가진 슈퍼솔저들이 바스티온 모델을 학살하고 있을때, 러시아 군인들은 찰과상에 죽고 파편을 맞아 죽고 추위에 떨다 죽었다. 우리는 자리야의 분노를 이해해야만 한다. 적어도 그녀가 옴닉에게 가지고 있는 증오는 살아있는 슬라브 민족의 역사다.
옴닉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토르비욘 단편 만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옴닉들은 '제3세계'를 침공하고 있다. 한국군은 여전히 거대 옴닉과 절망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다. 아직 스무 살이 안된 소녀가 견장을 달고 전장에 나가 싸워야 한다. 이들을 도와줄 오버워치 요원들은 어디 있는가? 단 1개의 슬립 스트림 편대만으로도 오버워치는 한국의 모든 거대 옴닉들을 쓸어버릴 수 있다.
물론, 현재 오버워치는 해체된 상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비극으로 여기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솔져76-잭 모리슨은 옴닉 사태를 해결한 공을 인정받아 강습 사령관으로 승진했다. 강습 사령관이 어떤 직책인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각국의 첨단 전투장비들을 차출할 수 있는 오버워치의 사령관인 만큼, 분명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직책임에 틀림 없다. 잭 모리슨은 그의 동료이자 블랙워치(오버워치의 정보 및 전자전 부대였다.)의 수장 가브리엘 레예스의 모함으로 해고됐다. 그리고 오버워치의 파라만장한 역사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오버워치는 다국적 군사 조직이다. 그러나 모든 가입국이 동등한 짐을 지는 것은 아니다. 분명 여전히 최강국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을(환경 문제를 생각해 보건대, 그리고 메이의 반-패권주의적-언행으로 볼때 중국은 열강이 되는데 실패했다.) 미국이 가장 많은 군인들과 예산을 투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럽의 친절한 이웃들도 갖은 책략과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해 미국을 견제하고 있을 것이다. 오버워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위신있는 국가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에 가깝다. 생각해 보라, 다국적 특수부대 오버워치의 가장 위대한 사령관 두 명이 '어쩌다보니 우연히' "미군" 출신이었겠는가?
어떤 정치적 암투가 있었다. 잭 모리슨은 엄격한 군인이었고, 명령을 잘 수행하고 개인의 사리사욕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 말은 곧,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할 줄 모르는 '멍청한' 장교였다는 뜻이다. 반대로 가브리엘 레예스는 조직 내에 독자적인 충성파들을 만들었고, 사보타주에 능했다. 그는 야심 있는 사람이었고, 천부적인 정치인이었다. 만약 그가 오버워치의 책임자가 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그는 오버워치에 간섭하려 드는 수많은 국가들로부터 조직의 독립성을 보호했을 것이다. 위정자들은 레예스를 야생마로 보았다. 재갈을 물릴 수 없는 말 위에 올라타는 건 거대한 리스크를 수반한다. 따라서 그들은 훨씬 온순하고 멍청하며, 여론도 좋은 모리슨을 강습 사령관으로 택했다. 손해볼 것 없는 장사였다.
강습 사령관 모리슨, 아니 패권국들의 체스말이 움직이는 오버워치는 국제 평화를 수호하는 조직이 아니라, 또 하나의 붎필요한 다국적 관료집단으로 남았을 것이다. 오버워치는 전성기 때도 남한을 비롯한 여러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들이 이렇게나 무능하고 편협하다면, 왜 우리가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면서까지 그들을 유지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