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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강건
작성일 2012-10-08 00:35:47 KST 조회 217
제목
여기서라면 내 문학의 꿈을 펼칠 수 있어

#0.(최전선. 두 명의 인민군 병사가 보초를 서고 있다.)

인민군A:아, 마치 메마른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이로다.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넝마같은 군복 속으로 파고들어 내 심장과 골수를 얼리는 구나. 이런 날은 귀신도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리라. 그러나 사람의 사상이란 귀신보다도 집요한 법이니, 한때는 형제였던 두 국가의 암투는 그칠 일이 없고, 우리의 희생도 그칠 일이 없겠구나.


인민군B:맹렬한 추위도 두렵지만,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따로 있네. 소문에 의하면...여기서 귀신이 나타난다더군.


인민군A:예끼 이 사람, 유물론자들의 세상에서 무슨 귀신같은 얼토당토 않는 소리야?


인민군B:아니야. 정말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부대 내에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네. 그리고 그 귀신이...돌아가신 장군님을 닮았다는 소문도 있네.


인민군A:김정일 장군님? 도대체 어떤 귀신이길래 그런 얄궂은 장난을 친단 말인가?

인민군B:낸들 알겠나! 음, 그러고보니 이제 곧 나올 시간이 됐는데....

인민군A:헛소리하지 마시게. 이 세상에 귀신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니....


(옆에서 김정일의 모습을 한 귀신이 나타난다)


인민군A:세상에! 나의 눈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저것이 정녕 유령이란 말인가?

인민군B:아아, 진정으로 뼈가 얼어붙는 듯한 공포가 느껴진다. 누구냐, 너는 누구냐? 도대체 이승에 어떤 원한을 품고 있길래 위대한 장군의 가면을 쓰고서 죽은 넋을 능욕하는 것이냐?


(김정일 귀신은 비통해하는 얼굴로 인민군들을 스쳐지나간다)


인민군A:요상한 일이로다! 귀신이 갑자기 나타나서 갑자기 사라지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인민군B:알 턱이 없지만,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수령대리님께...

인민군A:장성택? 택도 없다. 그 사람은 이 위대한 민족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다. 그래, 김정은 장군님...그분께 알려야겠다.



#1.(나팔소리와 함께 북조선의 새로운 수령대리인 장성택, 그의 새로운 부인 고영희(前 김정일 부인), 김정은, 김정남, 김여정, 부하 인민 두 명이 등장)


장 성택:우리 모두가 흠모하던 고 김정일 장군의 서거는 여전히 우리들 기억에 생생하여, 온 나라가 숨죽여 애도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성을 되찾아 남은 우리들 자신의 일 또한 함께 걱정하는 지혜로운 슬픔을 보일 때요. 그래서 나는 인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지난 날 온 몸으로 장군을 모셨던 고영희 양을 합법적으로 내 새로운 부인으로 맞이하였소. 우리 이 비통한 마음의 짐을 함께 지고 갑시다.


고영희: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장 성택:우리는 험난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소. 우리 기강이 해이해진 틈을 타서 미국인들은 날카로운 부리를 더욱 서슬퍼렇게 벼려내고 있고, 우리 우방과의 끈끈한 협력관계는 경제위기의 역풍을 맞아 날이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소. 젊고 혈기왕성한 오바마와 캐머런이 자신의 인민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고, 그렇게 끌어모은 돈으로 철벽 함대를 지어 그 선수를 우리의 심장을 향해 곧장 겨누고 있으니, 이것은 중대한 위기요. 그리하여 나, 새로운 수령대리 장성택은 6자회담을 열어 서방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려 하오. 그리하여 그대들을 사신으로 보내겠으니, 부디 내 권한의 범위 내에서 미국의 대통령과 잘 협상하도록 하시게.(국서를 내준다.)


인민A:제 몸을 다바쳐 임무를 완수하겠나이다!

인민B;저도 그러겠습니다!

(인민들 퇴장)


김정남:저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장성택 의부님의 대관식에 참례키 위해 일시 귀국했으나, 이제 의무를 다하고 나니 마음은 벌써 그리운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시옵소서.


장성택:껄껄껄. 그래. 젊은 날을 너의 뜻에 따라 보내도록 하여라.(김정남 퇴장한다) 그럼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으나,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들 김정은이여.


김정은:(속으로)피가 곱절로 섞였어도 물보다도 흐리구나!


장성택:네 얼굴에 여전히 먹구름이 가시질 않는구나.

김정은:해가 너무 강하게 내리쬐여 그림자가 짙어졌을 뿐입니다.

고 영희:사랑하는 아들아. 부디 어두운 상복을 벗고 다정한 눈매로 네 새로운 아버지를 바라볼 수는 없겠니? 언제까지나 그렇게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돌아가신 장군님 생각에 묻혀 있으려느냐?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제고 죽어서 저 세상으로 떠난다는 평범한 이치를 너도 잘 알지 않느냐.


김정은:그럼요. 어머니. 잘 압니다.


장 성택:그토록 돌아가신 아버님을 애도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장군님도 위대한 김일성 수령님이 하늘로 승천하는 것을 보아야만 했고, 인간의 몸에서 나신 김일성 수령님도 그 옥체를 지어주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을 지켜보셔야 했을 것임을 알도록 하라. 자식된 도리로서 애도를 하는 것은 좋으나, 지나친 애도는 자연의 뜻을 거슬리게 함을 알아야 할 것이야.


김정은:...명심하겠습니다.


(모두 퇴장. 김정은만 남는다.)


김정은:(절규하며)오, 이 더러운 육체여! 녹아내려서 차라리 한방울 이슬이 되어라! 위대한 김일성 수령님의 하늘 계율만 없었다면 자살이라도 하련만. 오, 수령님이여! 수령님이여! 이 세상 모든 것이 지겹고 더럽고 따분하고 의미 없구나! 싫도다, 정말 싫어! 사회주의가 스러지고 더러운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탐욕에 젖은 햄버거가 이 겨레의 목구멍을 틀어막은 세상! 어찌하여 이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러나 두달전까지만 해도, 아냐, 두달도 채 못되지. 그때까지만 해도 살아계셨던 장군께서는 지금의 수령대리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어. 아, 어머니를 그토록 사랑하셨던 아버지, 어머니의 볼을 스치는 산들바람마저 걱정하셨던 아버지...내가 왜 이런 것까지 기억해야만 하는가? 어머닌 아버지의 품에 안겨 그토록 행복해했건만. 어째서 한달도 못가서-


아 니다, 생각하지 말자. 오! 연약함이여! 너의 이름은 여자로다! 겨우 한 달, 눈물에 젖은 니오베처럼 아버지의 관을 뒤따르던 신발이 닳기도 전에 뻔뻔하게도 스스로를 의부라 지칭하는 자와 몸을 섞다니...거짓 눈물이 눈자위에서 마르기도 전에 결혼하다니. 무엇이 그리도 급하여 그토록 날렵하게 불륜의 침상으로 뛰어드셨는가!


(인민군A, 인민군B 등장)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던 나의 문학...

두 번째 기회의 땅에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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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부차 (2012-10-08 00:36:0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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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ㄷㄷ
김강건 (2012-10-08 00:36:3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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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사실 패러디라 50%는 셰익스피어의 것. 정확히는 번역가의 것
아이콘 그게모양 (2012-10-08 00:36:3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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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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