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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강건포니
작성일 2012-11-26 20:26:28 KST 조회 314
제목
데카포니메론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 여러분! 난생 처음으로 장문을 쓰고자 굳게 마음먹고 타자기 앞에 앉아있는 지금, 저는 흥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제 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생생한 빛깔의 문장을 흰 종이에 새겨넣는 행위에 대한 순수하고도 원시적인 흥분이요, <언어>라는 미지의 세계를 우러러봄으로써 느끼는 지극한 두려움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글을 꼭 완성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전해들은 이 이야기를, 불멸의 데이터로 남겨 후세에 영원토록 남기는 이 일이야말로 제게 남겨진 유일한 의무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오, 존경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가들에 의하면, 쓸모없어 보이는 민중들의 패설조차도 대중의식이라는 거대한 정신적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7명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꽃피우는 열정적인 담소야말로 대중의식의 가장 명확한 근간이 되지 않겠습니까?


선조들이 물려주신 이 땅에 지독한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지난 2014년 겨울로부터 수 년이 지났지만, 가혹한 방사능의 이빨은 우리의 강산에 결코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겼습니다. 바싹 마른 땅은 더 이상 곡식을 수태할 기력이 없고, 굶주린 사람들은 문명화된 시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금수에 가까운 몰골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는, 불과 몇 년전만해도 우리가 찬란하게 보존하고 있었던 민중의식마저도 그 뿌리가 파헤쳐진 채 스러지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최악의 산업위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동시에 영혼의 시련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전해들은 가장 순수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대중의식의 순수한 일면을 기록으로 남겨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운 정신적 유산을 보호하려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그 끔찍한 재앙 이후에 살아남은 7명의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4명은 아름다운 여성들이었고, 3명은 건장한 남성들이었습니다. 여성들의 이름은 김영희, 신유미, 이지하, 유미림이었고, 남성들의 이름은 각각 김철수, 강산, 안재인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유복한 가문의 후계자들이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직후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처분해 고급 지하 방공호 한 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청년들은 훌륭한 민주주의 교육을 받았으므로, 그 비좁은 방공호 안에서 그 어떤 불편함 없이 건전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공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협은 탐욕이나 야만성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무료한 생활 가운데 인간은 자연스럽게 권태를 느끼게 됩니다. 권태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앗아가고, 몸을 수척하게 만들며, 최후에는 심장을 헐떡이는 행위까지 귀찮게 만듭니다. 7명의 청년들은 이 권태라는 수마를 쫓아내기 위하여, 한 가지 재미난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한 가지 독특한 소재를 정해, 한 사람씩 돌아가며 그 소재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순서는 그 날 선택된 한 명의 <여왕>이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모두들 교양을 겸한 훌륭한 젊은이들답게, 2014년 대한민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가 이야기 소재로 결정되었습니다. 또한 구성원 중에서 가장 어린 소녀 <신유미>가 첫째 날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신유미는 여러 개의 과자 봉지를 엮어 만든 왕관을 머리에 쓰고,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좋아요. 여왕으로서, 저는 안재인씨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분부대로합지요, 여왕님."


예의바른 청년 안재인은 신유미에게 가볍게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것, 최악의 재앙을 이겨내는 우리 민족 젊은이들의 순박한 <유머>야말로 제가 후세의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남기고 싶은 정신적 자산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쁜 마음으로, 재치있는 청년 안재인의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날, 안재인의 이야기


제가 지금부터 시작하려는 이 이야기는 남성 분들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시는 여성 분들은 조금 의아하실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도록, 최대한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참여정부 시절, 한 정치인의 놀라운 기지에 대한 전설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철두철미해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온 마음을 쏟는 애정의 대상이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이 약점을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는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이들에게 너무나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정치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매우 유능하고 청렴하며 나이도 젊고 얼굴도 잘 생긴 유망한 사람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사람이 포니에 대해 지독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는 겁니다. 포니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컸기에, 그는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사무용 노트북에 포니 아트들을 집어넣고 다녔습니다. 가슴에 뜨거운 사랑의 불꽃을 한 번이라도 품어본 적 있는 남성 분들이시라면 이 정치인의 행동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사랑하는 대상과 단 1초라도 함께 있지 않으면, 가슴 속에 품은 열망의 겁화는 우리의 혈액과 살덩어리를 증발시켜버리고 고통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포니 야짤을 노트북이나 USB등에 남몰래 저장하고 다니면서, 연인과 함께 있다는 벅찬 기쁨을 느끼고, 또 남들은 알 수 없는 밀애를 즐기고 있다는 스릴감과 우월감에 흠뻑 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쁨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이 정치인을 쫓아다니던 한 집요한 파파라치가, 결국 정치인의 포니 야짤을 발견하고 만 것이지요. 그는 증거 사진을 정치인의 이메일로 전송하면서, 이 사진이 스캔들로 퍼지는 걸 원치 않는다면 수 천만원 상당의 돈을 내놓으라고 적어놓았습니다.


정치인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직 정치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 정치인은 매우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퍼지도록 가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단순히 자기의 명예에만 손상이 가는 것이 아니라, 당 전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아, 신뢰를 원동력으로 삼는 사업이란! 결국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명예에 흠집이 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치인은 매우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습니다. 정치인은 곧장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던 제주도 생명공학 R&D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연구소의 소장과 면담을 나누고 사진을 찍고, 연구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를 설득해 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이 일은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정치인은 이 사실에 오히려 흡족해했습니다.


한편 정치인이 자신의 요구를 무시하자 화가 난 파파라치는 결국 사진을 유포해버렸습니다. 이 사건은 삽시간에 특종이 되었습니다만, 정치인은 담담하게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이 사진은 어처구니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생명공학, 특히 말을 이용한 유전공학 투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암말의 자궁과 질 입구를 일시적으로 확대해, 더 많은 새끼를 낳도록 하는 혁신적인 신체 유전공학은 제주도 말 산업 생산력의 큰 증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몰래 암말의 뒷부분을 탐구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런 일은 특정한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혼자서 작업하는 것이 좋죠. 하지만 오히려 저의 신중함이 이런 오해를 빚고 말았습니다."


정치인은 보란 듯이 자신이 제주소의 유전공학 R&D센터를 방문한 증거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오해는 모두 풀렸고, 심지어 정치인의 과학에 대한 애정이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퍼지면서, 정치인의 인기 역시 올라갔습니다. 혹자는 정치인이 거짓말을 했다고 비방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정치인의 '말 자궁 확대법' 운운이 생명공학적으로 전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전문가들은 그렇게 지적했습니다. 단지 정치인은 좀 더 신속했고, 좀 더 <신뢰를 주는> 말하기에 능숙했을 뿐이고, 전문각들은 대체로 일반 시민들에게 인기가 없을 뿐이었지요.


이 이야기의 교훈은, 대범함과 행동력, 그리고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을 겸비한 사람은 새로운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인은 더 이상 사람들의 눈총을 받지 않고 포니들의 신체적 특성을 <탐구>할 수 있었고, 파파라치는 자신의 악독한 행위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받았으니 결국 모든 것이 잘된 일 아니겠습니까?



이야기가 끝나자 6명의 청년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 안재인을 칭찬했습니다. 청년들은 잠시 낮잠을 잔 후, 간식을 먹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습니다. 규칙에 따라 노래는 그 날의 여왕, 신유미이 불렀습니다.



마이 리틀 포니

마이 리틀 포니


아아아아-


마이 리틀 포니


아 유슷 투 원더 왓 프렌 쉽 쿧 비


마이 리틀 포니


언틸 유 올 쉐어 잇 매직 윗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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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매직 메이크 잇 올 컴플리트 유 해브 마이 리틀 포니-


두 유 노 유얼 올 마이 베리 베스트 프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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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팽귄통조림 (2012-11-26 20:39:1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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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리얼 연설로들으면 지전일듯
아이콘 적당새 (2012-11-26 20:39:4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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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부차 (2012-11-26 20:43:3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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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브로니가 되어버렸구나
아이콘 부차 (2012-11-26 20:43:5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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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니가 인재인것인가
아이콘 개념의극한 (2012-11-26 20:48:5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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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콘 A-27크롬웰 (2012-11-26 21:03:4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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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 ㅉㅉ
김강건포니 (2012-11-26 21:05:3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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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ㅠㅠ
아이콘 개념의극한 (2012-11-26 21:14:0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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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건 인터넷 모든 곳에 올려야 합니다 님의 그 2차대전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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