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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3-01-09 22:17:27 KST 조회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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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복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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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복수였다.

복수였다고 생각한다.

속죄였다고 생각한다.

원한이었다고 생각한다.

적반하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화풀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전부 그렇지 않았고.

그런 것은 어차피 핑계에 지나지 않았고.

나는 그저 뭔가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뭔가 하지 않으면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파란 소년과 만났다.

 

처음만났을때.

쿠나기사 토모는 모래밭에서 노는 어린아이였다

모래로 성을 만들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성이었을까?

어째서 성을 만들고 있었을까?

그런 것은 모른다.

어쨌든 쿠나기사는 일사불란하게.

집중력을 전부 집중해서.

집중력을 전부 집중시켜서.

성을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성.

성은 이미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나는 그 성을 걷어찼다.

파괴.

파괴했다.

물론 나는 그 시점에서 쿠나기사 토모를 몰랐다.

파란 소년이 누군지 몰랐다.

눈앞의 파란 머리카락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 몰랐다.

성을 걷어찬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성의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이유 따윈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쿠나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강풍에 모래가 무너졌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시야 안에서만이 아니었다.

그 파란 소년 안에 나는 없었던 것이다.

모래를 손으로 떠서 무너진 성을 다시 만들었다.

나는 경악했다.

놀랐던 이유는 쿠나기사가 무너진 모래 한 알 한 알을, 차곡차곡, 틀린 곳 없이, 성을 구성하고 있던 원래 장소에, 있던 자리에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걷어차기 전과 정말로, 엄밀한 의미에서 전혀 다르지 않은 상태로 성을 복원했던 것이다.

대체 그 행위에 얼마만큼의 기억력과 얼마만큼의 인지능력과 얼마만큼의 정밀한 소재주가 필요할까, 그런말도 안되는 상상은 하고 싶지도않았다. 쿠나기사는 모래를 덩어리로서가 아니라 한 알 한 알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아마 이 세상 자체도 그것과 마찬가지로 원자 단위로 보고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그때 이해하고….

그리고… 굴복했다.

파란 소년에게 굴복했다.

착취당할 것을 각오했다.

각오하고, 받아들였다.

만난 순간.

처음 만난 그때, 나는 쿠나기사에게 패배했던 것이다.

나는….

이번에는 분풀이로, 화풀이로.

정말로 아무런 이유도없이.

쿠나기사의 파란 머리카락을 걷어찼다.

"쿠사나기? 쿠기나사? 뭐라고?"

"쿠나기사라고, 쿠나기사, K, U, N, A, G, I, S, A. 쿠나기사. 그리고 친구라는 뜻으로 토모. 쿠나기사토모야."

"흐음, 쿠나기사 군인가. 흐음, 그 머리 모양… 멋지구나."

"나를 토모라고 불러도 돼"

"그렇구나. 그럼 나도 토모라고 불러도 돼."

"헷갈리잖아. 난 너를 이짱이라고 부를거야."

"그럼 나도 너를 이짱이라고 부르겠어."

"헷갈리잖아."

나는 파란 소년이 소녀임을 알고.

소녀가 쿠나기사 가문의 직계 혈족인 것도 알았다.

나에게 말을 걸어 온, 쿠나기사 기관의 직계.

여동생이 그녀 때문에 희생됐다는 것도.

소녀를 위해서 착취당했다는 것도.

모든 것을 알았다.

남김없이 알았다.

마지막까지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은 소녀가 나를 이짱이라고 부른 의미뿐이었다.

그것은 사소한 일이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 일이었다.

시작은…

시작은 복수였다.

복수였다.

속죄였다.

원한이었다.

적반하장이었다.

화풀이였다.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우리는.

슬렁슬렁, 빈둥빈둥.

뻔뻔하게, 태연하게.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슬퍼질 정도로 함께 보냈다.

오랜 시간을.

영원을.

그렇지만 그것은 찰나처럼 순식간이었고.

금방 파국이 찾아왔다.

구해 줄 생각이었다.

쿠나기사 토모를 구해 줄 생각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 행위는 끝날 때까지 복수였고, 속죄였고, 원한이었고, 적반하장이었고, 화풀이일 뿐이었다. 그래도 단 하나… 그 무렵의 내 안에 딱 한 가지 옳다고 생각할 수 있는, 높이 평가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 무렵의 나는 분명히 쿠나기사 토모를 구하려고 했었다는 점이다.

부술 생각은 없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다른 모든 것은 전부 용서 할 수 없더라도…,

그것만은….

그것만은 용서해 주겠다고 생각한다.

존재의 대부분이 죄와 더러움으로 범벅 된 소년이었던 그 무렵의 나는 어찌해 본들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겠지만, 그래도… 꼭 그래야만 한다면 그것만큼은 용서해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쿠나기사 토모.

지금과 다름없이 원자 단위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그녀.

그 무렵의 나는 그녀를 위해서,

죽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어째서….

어째서 나는 도망쳤던 걸까.

 

그리고…,

어째서 나는,

혼자서만 변해 버렸던 걸까.

 

그녀와 함께 있자고 생각했는데.

그녀와 함께 있자고 맹세했는데

계속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는데.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없는데.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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