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옛날 한 마을에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자라고 병들고 죽는 사이에 또 한명의 아이가 태어난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태어남으로 인해서 그 아이의 부모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얻었고 매우 행복한 꿈에 젖어들 수 있었습니다. 2 킬로그램의 약간은 작은 아이였기에 처음 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첫 호흡을 하기 까지 아이의 부모는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는 힘차게 울었고, 그제서야 부모들은 안심했지요.
인큐베이터에서 조금 더 자랄 때까지 기다리던 부모들은 아이의 이름을 짓기로 했어요. 이미 있던 큰 아이의 이름은 조나단이었어요. 그렇다면 그 동생의 이름은 무엇이라고 지어야 했을까요?
"갈색 뺨이 꼭 생강과자 같아요."
유리 너머로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던 조나단이 그렇게 말하자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아명을 진저라고 지었어요.
세상에 그 아이의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가족들은 그 아이를 진저라고 부르기로 했고, 그 이름은 아이 곁에 평생 따라다녔어요.
왜냐하면.... 이 아이는 오래 살지 못할 운명이었거든요.
산모가 안정이 되고 아이도 어느 정도 건강을 찾을 때 즈음에 의사 선생님은 부모에게 아이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를 절고 몸이 허약해서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몇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감기 한번이라도 잘못 앓으면 병을 고치기 힘들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부모는 아이를 키우기로 다짐했고, 의사 선생님은 되도록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는 격리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어요.
부모들은 아이를 가져서 하늘에 감사했지만, 아이의 병든 육체에는 하늘을 원망하였습니다. 신이 있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는 아이를 돌보고 아버지는 아이를 위해 열심히 일했어요. 그리고 형은 동생과 놀기 전에 꼭 손을 씻고 소독된 장난감을 가져오곤 했지요. 동생이 허약하다는 걸 알았기에 형은 동생을 더욱 각별히 여겼고, 어린 나이에도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런 가족들의 노력 덕분에 진저는 일년을 살고, 이년을 살고, 삼년을 살고 엄마와 아빠를 부르기 시작했고, 절뚝이는 다리로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사고뭉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네번째 겨울부터는 그러한 재롱도 부릴 수 없었어요. 아이가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가족들은 놀랄 일들 뿐이었으니까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진저는 세상과 격리 되고는 했고, 항상 2 층의 자신의 방에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만약에 기침이라도 한번 했다가는 엄마 아빠는 밤새도록 싸우고는 했어요. 왜 싸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진저는 어렴풋이 자신 때문이란 걸 느꼈어요. 그럴 때면 침대에 들어가서 찔끔 나오는 눈물을 참아야 했어요.
그런 진저에게 그나마 즐거운 일이 있다고 하면 밤마다 형이 와서 놀아주는 것이었어요. 자동차, 팽이, 로보트, 인형... 이런 것들은 진저에게 위험하다며 아버지가 모두 내다 버렸기에 형이 진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었어요.
진저는 형을 매우 따랐는데 다리가 불편해서 계단을 한번 내려오려면 한시간 씩이나 걸리는 자신에 비해 형은 뛰어난 운동선수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어요. 열두살이라는 나이에 비해 키가 크고 잘생긴 수려한 용모의 형, 조나단은 성실한 행실로 마을사람 모두가 사랑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는 예의 바르고 씩씩했고, 책임감 있으며, 공부도 잘하는 최고의 어린이였습니다. 그리고 항상 방안에 갇혀있는 진저에게 있어서 형은 최고의 자랑거리였어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 자신의 형이라고 생각하면 진저는 방안의 침대에 앉아서 창너머로 형이 뛰어노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벅차오르곤 했어요.
그런 착한 형이 진저에게 읽어주는 책은 '이퀘스트리아 연대기' 였어요.
"안녕 진저. 오늘은 어떻게 지냈니?"
"오늘은 엄마랑 아빠가 싸웠어."
"그래?"
"내가 기침을 해서 그런가봐. 난 엄마랑 아빠를 싸우게 하는 못난인가봐."
"아니야. 엄마랑 아빠가 싸우는 이유는 널 사랑하시기 때문이야."
"그래?"
그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진저였지만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형의 입에서 들으면 그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형이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 더욱 깊게 수긍하였답니다.
"엄마랑 아빠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엄마가 널 많이 사랑하신다는 거야. 그래서 아빠도 널 사랑하신다고 그러잖아. 그러더니 엄마가 더 사랑하신대. 하지만 아빠도 질 수 없어서 "아니야! 내가 더 사랑해!" 하면 엄마도 소리 높여서 "내가 더 사랑해요!" 하면서 싸우시는 거야. 진저는 좋겠네. 엄마랑 아빠가 진저를 좋아해서 싸우니까."
"하지만 난 엄마랑 아빠를 똑같이 좋아하니까 두분이 싸우지 않으셨으면 해."
"나도 알아. 그래서 지금은 엄마랑 아빠가 조용하시잖아. 아마 조금 있으면 엄마랑 아빠가 올라오셔서 네가 좋아하는 생강과자를 가져 오실 거야."
"나 생강과자 싫은데."
"그렇지만 그 걸 먹어야 건강해진단다. 네가 건강해지면 나중에 형이랑 같이 축구하러 나가자."
"응!"
"그럼 오늘은 어디부터 읽어야 하지?"
그러면서 조나단은 진저에게 이퀘스트리아의 이야기를 읽어주었어요.
"이 곳은 꿈의 나라 이퀘스트리아의 이야기입니다. 풍요로운 마법의 세계에 포니들이 모여살지요. 이 세상은 너무나도 좋기 때문에 그 어떤 포니도 싸우지 않고, 그 어떤 포니도 아프지 않으며, 모두 즐거이 뛰어노는 신나는 나라였습니다."
조나단이 읽는 이퀘스트리아의 이야기는 사실 그대로가 아니었어요. 진저가 듣기 좋도록.... 그 누구도 아프지 않은 세상이라고... 그 누구도 싸우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지어내고는 했어요. 이야기를 계속 하게 되면 결국 누군가는 싸우게 돼겠지만 진저는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어요. 조나단 형의 이야기는 그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이야기였고, 할 수만 있으면 그 세상에서 살고 싶었으니까요.
조나단이 만들어 낸 이퀘스트리아는 진저가 살고 싶어하는 바로 그런 세상이었어요.
그렇게 다시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가고... 진저가 이제 어린이로 성장할 나이가 되었을 때. 진저는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었어요. 꿈과 모험을 동경하던 아이가 여섯살이 되는 생일 날에 몰래 집에서 빠져나가 모험을 즐기러 나갔고, 절뚝거리는 다리로 흙탕물 위에 쓰러졌으며, 길거리의 아이들로부터 병1신이 지나간다며 괴롭힘을 당하다가 어른들에게 발견되어 간신히 집에 들어온 날부터....
진저는 병원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조나단은 동생을 괴롭힌 아이들을 혼내주다가 그 아이들의 형에게 두들겨 맞아 얼굴이 퉁퉁 부은채로 집에 돌아왔더니 진저도, 부모님도 안계셔서 수소문 하여 병원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병원에 도착하여 부모님을 발견했을 때 부모님은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요.
"얼마나 견뎌낼지... 결핵에 걸렸습니다."
그 당시에 결핵은 기침만 해도 피를 토하고, 어린 아이가 걸릴 경우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불치의 병이었어요. 게다가 몸이 약한 아이였으니 병에 쉽게 걸리고 병을 이겨낼 수 없었어요. 게다가 전염이 된다는 이유로 병원에서도 쫓겨나게 되었어요.
진저의 가족은 결국 집으로 돌아왔고 조나단은 엉망이 된 얼굴 때문에 부모님께 또 혼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부모님은 또 싸우기 시작했지요.
기침을 하면 부모님이 싸운다고 믿는 진저였기에 목이 간지러워도 기침을 꾹 참으려고 했지만 참다가 기침을 하면 목에서 피가 나왔기에 너무나도 무서웠어요. 하지만 무섭다고 엄마 아빠한테 나설 수 없었어요. 엄마 아빠 앞에서 기침하면 또 싸울 테니까요. 오직 조나단만이 진저의 방으로 올라와서 이야기를 해주었답니다.
"형 나 무서워."
"뭐가 무섭니?"
"목에서 피가 나와."
"정말 무섭겠구나."
"나 엄마랑 아빠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나 죽는 거야?"
조나단은 진저가 그 사실만큼은 몰랐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하지만 죽는게 뭔지 이해도 하지 못할 이 아이가 죽음을 두려워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왜? 죽는게 두렵니?"
"응."
"왜 죽는 게 두렵니?"
"죽으면 무척 아플 거야."
"그렇지 않아. 죽으면 아프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단다."
"그래?"
"죽는 건 마치 잠을 자는 것과 같아. 진저도 잠을 자는 동안 아프거나 슬프거나 괴롭지 않지?"
"응."
"죽으면 그렇게 되는 거야."
아직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생에게 적어도 두려움이라도 지워주고 싶었던 조나단은 동화책을 펼쳐놓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진저는 그런 형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고요.
"진저는 잠을 자면 어떻게 되니?"
"잠을 자면 꿈을 꾸어."
"어떤 꿈을 꾸지?"
"맨날 맨날 달라."
"그 꿈의 세상에서 진저는 축구도 하고, 공부도 하고, 기침도 안하고, 건강하지 않니?"
"응 맞아!"
정말로 그랬을까? 아니면 형의 말에 맞장구 치고 싶었던 것일까? 조나단은 이야기를 계속 이끌어 나갔어요.
"하지만 한번을 푸우우욱 계속 자게 되면 한가지 꿈을 꾸게 돼. 모든 사람이 똑같은 꿈을 꾸는 거야. 무슨 꿈을 꿀까?"
"무슨 꿈을 꾸는데?"
그 때 조나단은 동화책을 펼쳐서 동화책의 삽화를 보여줬어요. 하늘의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 천사와 같은 페가서스들이 날아다니며 그 아래로 유니콘이 마법으로 별을 반짝이며 들판에는 포니들이 뛰어노는 세상이었어요. 바로....
"이퀘스트리아의 꿈을 꾸는 거야."
조나단의 말에 진저는 잠깐이나마 희열을 느꼈어요. 항상 가고 싶은 꿈의 나라였으니까요.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되면 이퀘스트리아로 가게 된단다. 여기 써 있잖아. 이 곳은 꿈의 나라 이퀘스트리아 입니다. 라고."
하지만 조나단이 가리킨 글씨는 그런 글씨가 아니었어요. 글씨를 읽을 줄 모르는 동생을 속인 것이지요. 하지만 진저는 책에도 그렇게 쓰여있다고 하니 더더욱 확신이 생겼어요. 하지만 여전히 죽고 싶진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이퀘스트리아로 가게 된다면.... 나 혼자서 가게 되잖아.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고, 형도 없는데 아무리 좋아도 엄마 아빠 형 없으면 나는 무서워."
그 말에 조나단은 진저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말했어요.
"걱정마. 이퀘스트리아의 하루는 우리 세상의 십년이란다. 네가 먼저 이퀘스트리아에 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일주일이면 널 만나러 갈 수 있을 거고, 엄마랑 아빠는 이틀이나 삼일이면 널 찾아갈 거야. 어때? 아무리 무섭다고 하더라도 세밤만 자면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지?"
"..... 응."
세밤만 자면 된다. 어떻게든 참을 수 있을 것같다고 생각한 진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지만 여섯살 아이는 또 궁금한 게 생겼어요.
"그런데. 이퀘스트리아의 어디에 내가 있는지 알고 엄마 아빠가 찾아오시는 거야?"
그 질문에 조나단은 당황하지 않은 척 바로 대답을 내 놓았어요.
"세상이 바뀌어도 하늘은 똑같단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 북극성이거든. 북극성은 절대로 자리가 변하지 않는대. 북극성이 있는 방향으로 계속 걸으면 결국 우린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될 거야."
"하지만 언제 엄마랑 아빠가 오시는지 알 수가 없잖아."
한가지 의문을 풀고 나니 또 한가지가 궁금해진 진저의 질문에 조나단은 다시 확언하여 대답했어요.
"이 세상에서 사람이 죽으면 하늘의 별이 별똥별이 떨어지듯 이퀘스트리아에는 사람이 생겨나면 별똥별이 떠 오른단다. 저기 지금 하늘을 봐봐. 저기 별 네개가 모여있는 거 보이지?"
조나단이 가리킨 손가락에는 사실 희미한 별이 세개가 모여있었어요. 하지만 워낙 희미했기에 네개라고 해도 진저는 그대로 믿었어요.
"저기 별이 우리 가족의 별이야. 우리 세상에서는 저게 하나씩 없어지겠지만 지금 내가 가리킨 저 방향에 별이 하나 씩 생겨날 때부터 북극성을 향해 걸어오면 돼. 그러면 엄마랑 아빠를 만나게 되고, 마지막에는 나랑 다시 만나서 우리 가족은 다시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아프지도 않고."
"응 아프지도 않고."
"뛰어 놀면서."
"뛰어 놀면서."
"싸우지도 않고."
"응."
그 말에 용기를 얻은 진저는 조나단을 끌어 안으며 말했어요.
"어서 빨리 이퀘스트리아로 갔으면 좋겠다. 세밤동안 헤어지는 건 무섭지만 거기서 우리는 화목할 거야."
그 말에 조나단은 눈물이 날 뻔했어요. 하지만 꾹 참고 진저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왔어요.
우는 건 진저가 안 보는데서 해도 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