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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CLOCKWERK
작성일 2013-01-30 14:45:30 KST 조회 168
제목
포니왕 형제 2
어떤 불행은 미리 예고를 하고 오는가 하면, 어떠한 불행은 정말로 뜻밖에 다가오기도 한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그저 갑자기 이루어진 일은 아니고 모두 원인과 결과가 있는 일이기 마련이었어요. 그러나 몇가지 결과들은 원인을 무의미하게 하고는 하지요.

이 불쌍한 가족에게 일어난 것은 아이를 잃을 슬픔에 그치지 않았답니다.

추운 겨울날이었고, 거리의 부랑자들은 나뭇가지고 종이고 태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태워서 몸을 녹이며 주워입은 얇은 가을 코트를 세겹 네겹 목을 조여매 겨울밤을 보내고는 했어요. 집에서 쫓겨난 갈 곳없는 어린이들 역시 그런 부랑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답니다.

이렇게 추운날 집에서 쫓겨난다면 얼어죽으라는 소리밖에 안되는데도 그 시절의 어른들은 왜 그렇게 자식들에게 혹독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밤을 지내게 해줄 브랜디 한모금이 자식보다 더 소중하다고 여긴 집안이었나봅니다. 여름 가을이면 아버지의 학대에 도망 나오듯 기어 나오던 아이들이었지만 겨울철에 길거리에 내 몰린 것은 앞이 막막할 지경이었어요.

"아빠는 맨날 술만 먹고 우릴 못살게 굴어."
"그 인간이 우리 아빠가 맞는지도 모르겠어."

두 아이의 얼굴에는 붉은 꽃이 피어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것이 모두 부모로부터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두 형제로 보이는 아이들은 사실 오늘 낮에 진저를 괴롭히다가 조나단에게 얻어맞은 아이와 그 형이었습니다. 조나단이 얼마나 억세게 달려들었는지 때려준다고 나선 형도 얼굴에 상처가 나있었습니다. 

이 둘이 그 불쌍한 진저에게 저지른 일을 전해 들은 아버지는 술기운에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했고, 그 것을 못참은 두 아이가 집을 나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 바람은 이 둘을 부랑자들의 화롯가로 유인하고 있었습니다.

부랑자들이 아이들을 납치해서 돈을 요구하거나 힘든 일을 시킨다는 이야기는 아이들 사이에 무서운 이야기로 돌고 있었지만 정말로 그런 부랑자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따뜻해 보이는 장갑과 귀마개를 했을 뿐입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친절하게 자리를 비켜주고는

"장갑을 벗고 손을 직접 쬐렴 그래야 따뜻한 기운이 손에 직접 닿는단다."

하고 말했어요. 처음에는 따뜻한 게 그저 좋아서 장갑도 벗고 귀마개도 벗고 땀을 뻘뻘 흘리며 불을 쬐던 형제는 타오르던 불이 어느새 사그러들고 더 이상 온기가 나오는 대신 냉기가 화로 위로 스며들 때 즈음에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벗어놓은 장갑도 귀마개도 그리고 겨울 코트도 모두 사라져 있었어요. 다른 구석에 화로를 피워놓은 다른 부랑자들도 보이긴 했지만 다들 똑같아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이 아이들의 물건을 가져갔는지 알 수 없었어요.

오히려 둘은 겁을 집어 먹고 여기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과연 어디를 갈 수 있을까요? 그나마 바람을 막아주던 집에서는 쫓겨나고 길거리에서 유일하게 따뜻하던 부랑자 소굴은 너무 무서웠습니다.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이 아이들은 길거리 동네를 방황하다가 어느 한 집의 헛간에 몰래 들어갔습니다. 

간신히 바람은 피할 수 있었지만 문이 제대로 달려있지 않은 헛간 안으로 들어오는 냉기는 두 형제를 얼어붙게 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주인에게 들킬까 숨소리도 죽여가던 형과 동생은 서로를 끌어안고 겨우 체온을 나누고 있었어요. 하지만 손끝부터 파랗게 질리며 감각이 없어져가는 상황에서 이 밤을 넘기다가는 자기는 어떨지 몰라도 동생은 힘들겠다 싶었던 형이 동생에게 말했어요.

"여기 꼼짝 말고 있어야 해!"
"응? 형 왜?"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 얼어죽고 말거야. 아까 거기에 가서 불씨를 가져올게."
"응! 형 빨리 갔다 와야 해."

형은 헛간 안에서 페인트 통 하나를 찾아다가 그 것을 바닥에 쏟아 비우고 빈깡통을 들고 부랑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불이 붙은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가려다가 부랑자 한명에게 붙들렸어요

"이 놈이 우리 불을 훔쳐간다!"
"어떤 놈이야?"

불을 훔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도 하기 전에 술에 취한 부랑자들이 형에게 시비를 걸더니 형은 나뭇가지를 쥐지도 못하고 흠씬 두들겨 맞았어요. 코피가 터지고 살이 찢어지고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추웠기에 바닥에 얼굴이 닿을 때 살깣이 벗겨지는 것같이 아팠어요.  

"재수 없는 애새끼!"

제대로 대항도 못해보고 형은 얼굴을 훔쳐서 피를 닦았어요. 몸안에 있던 피조차도 싸늘하게 식어있는 것을 느끼던 형은 전에 동생과 함께 불을 쬐던 화로로 가서 재를 뒤졌어요. 혹시라도 남아있는 불씨가 있을까 싶어서 뒤져보았지만 이 추운 겨울은 그 무엇도 그를 위해 남겨주지 않았어요.

형은 부랑자들도 무섭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화로가 원망스러운 나머지 도둑질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무엇을 훔쳤을까요?
빵?
난로?
술?
그런 것은 지금의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우고 있는 신사의 손에서 담배를 훔쳐 달아난 것이었어요. 그렇게 얻은 불씨를 깡통에 넣고 지푸라기를 넣고서 후후 불어서 간신히 불을 피우나 싶었는데 연기만 올라오지 불이 잘 붙지 않는 것이었어요. 어쩔 수 없이 담배를 직접 입에 물고 뻑뻑 빨아가면서 겨우겨우 불을 붙였는데 기침이 너무 콜록콜록 나오지 뭐예요? 

그리고....

그 기침에는 피가 섞여있었어요.
네 이 시절에는 결핵이 흔하디 흔한 병이었어요
그리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결핵으로 죽어갔지요.
결핵이 얼마나 무서운 병이고 기침하면 피가 나온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어요
형은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하지만 간신히 얻은 불을 필요한 사람에게 갖다 줘야만 했어요.
바로 동생이지요. 그렇게 불을 들고 헛간이 있는 집으로 뛰어가던 중에 그 집의 창문에 비친 금발에 키가 크고 잘생긴 소년이 자신의 동생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을 보았어요.

네. 이 집은 조나단과 진저의 집이었어요. 조나단의 얼굴을 보는 순간 형은 얼굴이 갑자기 욱씬 거렸어요. 그리고 싸늘하게 식었던 얼굴에 열이 불그락 불그락 올라왔어요. 부랑자에게 맞은 상처의 아픔이 조나단에게 맞은 상처의 아픔처럼 느껴졌고, 진짜로 조나단에게 맞은 상처도 아파왔어요. 

'모든 게 저 녀석 때문이야! 저 녀석이 내 동생을 때리지만 않았으면 내가 저 녀석하고 싸우지도 않았을텐데! 그랬다면 이 추운 겨울날에 길거리에 쫓겨나지도 않았을텐데!'

너무 화가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 손에 쥐인 깡통에서 따뜻한 온기가 나오는 것을 깨달은 후에 형은 오히려 헛간을 몰래 쓸 수 있으니 그 걸로 복수한 걸로 삼자고 위안을 했어요.

헛간에 들어서자 동생은 추운 듯이 몸을 동그랗게 말고 앉아있었어요.

"어서 이리와. 형이 불 만들어 왔어. 여기 뭔가 태울 게 있을 거야. 저기 나뭇때기 좀 태워서 몸을 녹이자."

그렇게 바닥에 깡통을 두고 나뭇가지를 주워서 깡통에 더 넣는 동안에
동생이 다가 오지 않았어요.

"야! 왜 그래?"

왜그래?.... 왜 안 움직이는 거냐고?
갑자기 가슴이 덜커덕 내려 앉으며 불안해진 형은 동생의 어깨를 잡고 동생의 고개를 들게 하였어요. 뻗뻗하게 굳은 동생의 얼굴은 새파랗게 얼어있었고 입술에도 핏기를 찾을 수 없었어요. 움직이지도 않고, 체온도 느낄 수도 없고.... 그저 무서운 시체가 되어 있었어요.

으악! 동생을 붙잡다가 놓쳐버린 형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시체가 무서운 것 그 이상으로 동생의 죽음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으니까요. 슬펐어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느껴본 그 어떠한 것보다 슬펐어요. 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말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생이 죽었는데 도대체 누구를 원망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 원망의 대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이 집이 누구의 집인지 알았으니까요. 
형은 헛간을 뒤져서 페인트에 섞어서 쓰는 희석제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그 것을 바닥의 불이 들어있는 깡통에 갖다 부었어요. 희석제에 불이 옮겨 붙었고, 희석제가 바닥을 타고 흘러가는 곳마다 불길이 치솟았어요. 불길은 순식간에 헛간의 입구를 막아섰어요. 나무가 타는 것과는 상대가 안되게 빨리 번지는 불에 형도 당황했어요. 하지만 헛간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어떻게 도망갈 곳을 찾지 못한 형은 바닥에 쓰러진 동생의 곁으로 와서 동생을 끌어안았어요.

방금전에 시체라고 무서워서 내동댕이쳤던 것이 너무 미안해서.... 넘어뜨렸을 때 닿았을 동생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말했어요.

"따뜻한 나라로 가자꾸나."




이 딱한 이야기가 전부였기를 바라겠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랍니다. 헛간에서부터 불이 났을 때 조나단과 진저의 집안은 난리가 났습니다. 헛간에는 온갖 탈만한 물건들이 쌓여있었고. 불길이 치솟아 집에까지 옮겨 붙었으니까요. 이 것이 이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이었습니다. 그러나 불이 났다고 해도 조나단과 부모는 재빨리 집밖으로 나와서 헛간에 불이 난 것을 깨닫고 불을 끄러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길이 너무 거세었기에 펌프물로 불을 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아빠는 열심히 물을 들이 부었고, 엄마는 열심히 펌프질을 하였어요

그 때 조나단은 진저가 2층에서 1층으로 잘 내려오지 못한다는 걸 떠 올렸어요. 그는 불이 옮겨 붙은 집안으로 들어갔고 페인트가 타면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손으로 막으며 2층으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진저의 방으로 들어섰을 때 조나단은 얼굴이 흑인처럼 시커멓게 그을려있었어요.

2층에서 진저는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며 울고 있었어요. 

"형아... 무서워."
"하나도 무서지 않아. 걱정마."

조나단은 진저를 일으켜 세워 부축하고 다시 내려가려하다가 올라오면서 마신 어지러운 연기를 생각하였습니다. 뛰어 올라왔으니 이렇게 올수 있었지만 진저를 데리고 내려간다면 내려가다가 진저를 버리지 않는 이상 무사히 내려갈 수 없을 것같았어요.

"안돼 형!"

조나단이 창문을 열었을 때 진저는 겁에 질려서 형을 말렸어요.

"진저. 내 말 잘 들어."
"응?"
"우리가 어렸을 때. 소파에서 뛰어 내리는 놀이 한 거 기억나지?"
"응!"

기억날리가 없었습니다. 그 때는 너무나도 어렸으니까요. 하지만 형이 그렇다고 하니 진저는 어릴 적에 소파에서 뛰어내리는 놀이를 하는 상상을 했어요.

"우리 정말 잘했잖아."
"응."
"그 때 어떻게 했지? 두눈을 감고 폴짝 하니까 벌써 땅 위로 내려와 있었지?"
"응."
"그 때랑 똑같아. 네가 눈을 감고 하나에서 셋까지 세면 우리는 땅 위로 내려와 있을 거야. 정말 신나지 않니?"

형이 신난다고 말하면서 웃으니까 진저는 정말로 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조나단은 창틀에 걸터 앉았고, 그 옆에 진저도 절뚝이는 다리를 끌고 걸터앉았어요.

"자! 눈 감고 이제부터 세는 거야."

진저가 두 눈을 감자 조나단은 진저를 끌어안고 뛰어 내렸어요. 그리고 진저는 숫자를 셌어요.

하나











조나단 혼자서 뛰어 내렸더라면....
하다 못해 진저가 다리라도 성한 아이였다면....
조나단이 진저를 감싸고 뛰어내리느라 머리부터 떨어지진 않았을텐데...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었던 부모들은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아직 집에 불이 번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다음날 조나단은 짜여진 관위에 누워서 방문객들로부터 꽃을 선물 받았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한순간도 참지 못하고 울고 있었습니다. 마을 어른들은 참 아까운 아이가 죽었다며 혀를 끌끌끌 찼습니다. 차라리 동생이 갔어야 했는데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것은 말실수 였지만 진저는 그래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그 때 자기가 죽을 수 있었다면.... 아무리 무서워도 그럴 수 있었다면 그래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진저에게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빠도 진저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2 층에 홀로 남겨진 진저는 1 층에서 들려오는 부모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뿐이었습니다. 

진저는 저는 다리를 끌고 방안에 있는 책장으로 가서 책을 한권 꺼내들었습니다.
글씨를 읽을 줄 모르는 진저는 그 첫장을 펼쳐들고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이 곳은 꿈의 나라 이퀘스트리아의 이야기입니다. 풍요로운 마법의 세계에 포니들이 모여살지요. 이 세상은 너무나도 좋기 때문에 그 어떤 포니도 싸우지 않고, 그 어떤 포니도 아프지 않으며, 모두 즐거이 뛰어노는 신나는 나라였습니다."

조나단이 읽어주던 내용을 그대로 따라 읽었습니다.

그날밤.... 하늘에서 별똥별이 지는 것을 본 진저는 조나단이 가리킨 방향의 하늘에 별이 세개만 빛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형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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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건 (2013-01-30 19:33:3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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