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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강건
작성일 2013-03-01 02:34:08 KST 조회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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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의 군단의 심장이었다.

왜 나는 블덕이 됐을까? 사실 내 블덕 역사는 매우 짧다. 나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 붐 시기에 블까에 가까웠다. 렐릭 게임은 내 RTS-수용-감각을 넓혀주었으며, 3D 그래픽과 다이나믹 라이팅, 그리고 분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올드스쿨 RTS는 퇴1물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나의 관심은, 내가 SF 덕질을 시작하면서 발전했다. 특히 브루드 워의 멋진 시나리오는 나를 스타크래프트 빠돌이로 전향케 한 가장 핵심적인 기폭제가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덕질을 한다면 스타크래프트 같은 블쟈 게임은 썩 좋은 소재는 아니다. 블리자드는 게임의 완성도만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이며, 조지 루카스보다도 로어의 정통성을 하찮게 여긴다. 설정에 대한 올드비들의 애착은 블리자드의 무자비한 라이트유저 지향적 마켓팅 앞에서 한 무더기의 폐기물로 전락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스타빠들을 스타워즈 키드에 비유하고 싶다. 스타워즈 키드들은 스타워즈4,5,6이 런칭되던 그 시절에 영원히 동결되고픈 사람들이다. 스크린 속 세상을 향해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상상의 촉각을 무한히 뻗쳐 나갔던 팬덤. 그러나 아직 덜 여문 스타워즈 키드들이 깨달은 것은, 현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왕좌에 올랐던 젊은 바르바로사도 결국 시간의 무게에 짓눌리면 늙고 추잡해진다는 것이었다.


몸과 마음이 자란 스타워즈 키드들이 처음 스타워즈1을 알현했을 때가 바로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마치 한솔로처럼 과거의 시간 속에 영원히 얼어붙은 채로 남아있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성장했다. 몸 뿐만 아니라 심장도. 거친 맥박이 안정되고, 눈은 더 멀리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이상 모험은 그들을 흥분하게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그러나 스타워즈 시리즈는 여전히 4,5,6 시절의, 그 지나간 시대의 유산에 머물러 있었다. 연출은 엉망이고, 배우들도 형편없고. 스타워즈 키드들은 조지 루카스의 끔찍한 제작력을 날것 그대로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그들은 부정했다. 마치 스타빠들이 그랬던 것처럼. 분명 여기엔 더 큰 의미가 있을 거야...그래서 스타워즈1을 계속 시청했다. 몇몇은 자신들이 바라던 것을 찾았다. 그들은 스타워즈1을 지속적으로 시청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스타워즈 그 자체를 객체화했다. 그들에게 스타워즈 플롯은 하나의 약호가 되었으며...그로 인해 이들은 스타워즈를 깊이있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들이 찾아낸 건 스타워즈 안에 숨겨진 심오한 기호가 아닌, 그들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빠심이 스타워즈 플롯의 멍청하리만치 투명한 단순성에 반사되어 보인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현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이제 스타워즈 빠돌이가 아니었고...몇몇은 대체물을 찾았다. 또 다른 몇몇은 심각한 안티가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실한 십자군으로서가 아니라, 집착에 가까운 애증을 품고 사는 방관자의 입장이었다.


나는 이 대다수의 방관자에 속한다. 생각해 보면, 스타크래프트2는 매우 잘만든 게임이다. 군단의 심장은 기대 이상의 볼륨을 가진 확장팩이다. 나는 블리자드에 대한 연정을(그러나 이 연정은 블리자드에게 바친 내 어린 시절에 대한 헌사에 가깝다.) 품고 있지만 더 이상 그들을 위대한 게임 개척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봤을 때, 블리자드는 놀랍게도 여전히 대단한 개발능력을 갖춘 개발사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품는 빠심은 필연적으로 자기애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이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 우리의 영웅들에게 헌사한 그 시간에 대한 존중이 빠심의 자양분이다. 나는 군단의 심장을 예약구매했다. 그러나 자유의 날개에 바랬던 것처럼 무한한 기대감을 품지는 않는다. 콩깍지를 벗은 채로 이 게임을 마주하니, 생각보다 굉장히 공들여 만든 그 내부를 엿볼 수 있었다. 빠돌이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디테일들이다.


어쩌면 군단의 심장은 지구 어딘가에 있는 어떤 빠심 깊은 꼬마에게 새로운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의 군단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의 본모습을 본 이후 실망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더 이상 말 위에 오를 힘조차 없는 늙은 바르바로사는 어떻게 내일을 살아야 하는가? 어쩌면 이것 때문에,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가 지나쳐 온 과거의 나날들을 빌어 살게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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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라 (2013-03-01 02:40:4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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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비유로 보건대 스타크래프트는 이제 EA에게 팔린다는 의미군요
김강건 (2013-03-01 02:41:3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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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게 되면 블리자드 본사 가서 자해 소동 벌여야지
아이콘 흑인경비원 (2013-03-01 11:09:4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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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가 지금 초딩이면 군심보고 질질 싸고 있지 싶음
아이콘 파이어치킨버드 (2013-03-01 11:38:1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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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자서전써서출간해도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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