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호텔에서 한 여자와 잤다. 여자가 방을 나서려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는 틈을 타 재떨이로 그녀의 뒷머리를 세게 후려쳤다. 여자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혹시 그녀가 다시 일어나지는 않을까 두려워, 그녀의 가슴께에 가만히 귀를 대고 숨을 죽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침대 밑에서 공구 가방을 꺼냈다. 여자 몰래 가져온 것이었다. 가방 안에는 큰 톱이 들어 있었다. 나는 톱으로 힘겹게 여자의 몸을 토막냈다. 그리고 공구 가방에 여자의 토막난 몸을 차곡차곡 포개놓았다. 힘겨운 작업이었다. 욕실에 놓여 있던 수건과 걸레로 바닥에 흥건한 피를 전부 닦아내니, 호텔 방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해 보였다.
나는 셔츠와 바지를 입고, 오늘 내가 온 영혼을 다해 사랑했던 여인의 몸이 들어있는 가방을 소중히 품에 안고 호텔을 나왔다. 호텔 지하에 자리잡은 주차장에는 내 BMW가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트렁크에 가방을 던져넣고, 궐련을 한 대 입에 문 채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BMW가 으르렁거리는 시동음을 내며 한껏 몸을 떨었다. 그 순간 나는 이런 생각이 번뜩 들었다.
'왜 내가 그 여자를 죽였을까?'
궐련의 매캐한 연기가 내 폐부의 깊숙한 부분을 찔러 들어간다. 니코틴은 생각의 공백을 만든다. 나는 충동적으로 한 여인을 사랑했다. 단 하루 동안. 그리고 느닷없이 양심의 가책을 받은 것이다. 손상을 입은 양심이 맹렬히 불타는 복수심으로, 복수심이 살해의 욕구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모든 감정의 치환은 충동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동적이기 때문에 나는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