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후 최근 시즌 애들이 보기에 부적합하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걸로 따지면 뉴 시즌 1~4..그러니까 러셀 체제때가 훨씬 애들이 보기에 부적합했다고 생각함미다

뭐 뉴 시즌 1~4때는 지금처럼 복잡하게 플롯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대신 감정선을 처리하는 건 지금보다 훨씬 더 심오했음.

예를 들어 뉴 시즌 1~4때는 지금보다 사람이 훨씬 많이 죽었어요.

물론! 어린이 드라마나 소년 만화에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 라고 해서 수준이 더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왜냐?

드라마나 만화에서 죽는 수많은 사람들은 사실 사람들이 아니에요...오히려 카메라 뒤에 아른거리는 밀랍인형에 가까운 존재들이죠. 그 사람들은 진짜 사람들이 연기하고 카메라 안에서 움직이지만, 주인공들과 아무 접점도 없는 이상은 시청자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어요.

음 예를 들어 소년만화에서 악당으로 활약하다가 마음 고쳐먹고 선한 역이 되는 놈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놈이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할지라도 악당 시절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였거든요...하지만 그 녀석의 아픈 과거가 드러나고 회개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비춰지고, 그게 시청자들과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하고 있는 주인공들에게 '공감대' 를 형성한다면, 그 개과천선한 악당 놈이 이전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살인마라는 건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어요...주인공과 접점이 없는 엑스트라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그런데 닥터후 뉴 시즌 1~4때는 달랐어요.

언뜻언뜻 비추는 엑스트라들, 심지어 한 종족을 절멸시키려 드는 악당 외계인 종족들에게도 '생명' 이라는 엄숙함을 부여하고, 그 생명을 때에 따라서 제거하거나, 아님 양자택일해야만 하는 닥터의 씻을 수 없는 죄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고통을 줬죠...그래서 시즌4때는 닥터의 고뇌가 폭발해서 아예 독재자가 되려고 하죠..

오히려 현재 시즌은 예전 시즌들에 비해 이런 면에서 훨씬 시사하는 바가 적죠. 솔직히 저는 지금보다도 시즌 1~4때 훨씬 더 놀랐음 bbc는 이런 음울한 드라마를 애들한테 보여줘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데이비스 체제 작품은 호쾌하지만 뒷맛이 찝찝하고 모펫은 대놓고 공포분위긴데 찝찝한 건 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