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TransCo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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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5-28 15:49:18 KST | 조회 | 165 |
제목 |
비오고 짜증나고 축축해서 우울한 날엔 무서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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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 2:2 같이하던 프로토스 친구가 연패로 멘붕해서 자리에 없으므로 음슴체.
다음은 나의 가장 친하고도 오랜 원수 우리 형이 겪고 들려준 이야기였음. 형은 가끔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내게 뜬금 없이 전화를 하곤 하는데 대충 내용은 기가 약한 우리형이 가위에 눌렸다거나 무서운 일이 일어날거 같다는 헛소리 뿐인 내용임. 고2였던 나는 대학생 1학년이나 된 형이 하는 멍멍이 같은 소릴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음. 그런데 어느날 부터 형님이 전보다 자주, 그리고 항상 같은 시간에 나에게 전화를 함.
내용은 즉 자신이 자취하는 방에 뭐가 있어서 항상 가위에 눌리는 것 같다는 그 개소리. 그런데 문제는 시간에 있었음. 매일 새벽 2시 즉 내가 잠들만하면 전화해서 지껄이는 소리가 "가위, 귀신" 같은 개소리였으니 짜증이 있는대로 나서 난 그 이야기를 바로 우리 엄마에게 일렀음. 당시 만해도 형이 날 놀리려고 장난치는 건 줄 알았으니 엄마한테 다늦은 새벽에 후다다닥 달려가서 그대로 엄마 귀에다가 전화기를 대고 형이 나한테 장난친다고 바꿔줌.
그러나 되려 어무이는 내게 성질을 내면서 장난치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유 전화가 항상 어머니에게 넘어가기 전에 이눔의 형이 전화를 끊버리는 거였음. 난 진짜라고 해도 새벽 2시에 다 큰 놈이 뭐가 무섭다고 너한테 전활 하겠냐며 되려 불똥만 튐.
난 있는대로 화가나 다음날 저녁에 형에게 전화를 하기로 마음 먹었음. 학교 저녁밥을 먹고 자율학습 들어가기 전에 운동장에서 축구하다가 형도 대학교 수업이 다 끝났겠거니 갑자기 생각나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쉬면서 전화를 하려는데...
'야...'
툭!
이놈의 형아가 전화를 받자마자 그냥 끊어버리는 거임! 그런데 사실 전화도 그렇게 끊어버리고 무시하던 놈 같으면 내가 별다른 생각도 안하고 화만 내다가 잊어버릴 텐데... 내가 아는 우리형은 절대 남 전화를 그렇게 무시하거 그냥 끊어버릴 만한 형님이 아니었음. 컴퓨터 게임같을걸 좋아하는 형도 아니라 게임중이라 전화를 끊어버린다는 말도 안되고.. 그때부터 나도 갑자기 안절부절 못해서 진짜 무슨 일이라도 난거 아닌가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음.
내가 전화한 요일이 수요일이었으니 이번 주말에 놀토니까 형네 자취방에 가보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수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너무 시간이 긴것 같았음. 사실 좀더 빨리 가야했을텐데... 어쨌거나 난 그러다가 끊어진 전화 때문에 결국 어무니한테 전화해서 형 좀 한테 안부좀 묻고 전화좀 해보라고 독촉했음. 정말 그간 행동이 이상하기도 하고 형이 그 무엇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듦...
그렇게 전화한지 몇분 안되서 어무이한테서 바로 전화가 왔음. 어무이 말씀은 형이 바쁜지 전화를 안받는다는 소리였음. 어떡하지...라고 계속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지만 곧 야자도 시작하고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그냥 난 교실로 돌아왔음. 그렇게 학교 야자를 끝내고 10시쯤 하굣길에 난 우리집으료 향하는 버스 안이었음. 많이 졸려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난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되었음.
다름아닌 형의 전화가 온거였음. 교복 바지에서 부르르 울리는 핸드폰을 보니 발신번호에 '형'이라고 써있는 것이었음. 난 꾸벅꾸벅 졸다가 화들짝 놀라 정신 못차리고 받았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별의별 쌍욕을 다하고 다시 끊고 말았음. 버스 안이었는데... 그렇게 나도 모르게 욕짓거리가 나왔던 것은 처음이었음.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삑 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 삑삑 삑삑삑!"
통화도중에 전화 버튼을 누르면 나는 소리였음. 그냥 아무렇게나 막 누르는 소리였고 순간 식겁해서 전화기를 더이상 붙잡지도 않고 그대로 닫아버린 뒤 가방에 집어넣어버렸음. 그 소리에 왜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건지는 나모 의문이지만, 솔직히 꾸벅꾸벅 졸던 터라 너무 쇼크였던 것 같음. 난 집에 도착 할때 까지 그 핸드폰을 꺼내지 않았고 전화도 다행이 오지 않았음.
그러나 그날도 어김 없이 같은 시간이 되면 또 다시 형으로 부터 전화가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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