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TransCo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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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5-28 21:06:08 KST | 조회 | 200 |
제목 |
[브금]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에 아버지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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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다는 말도 안하고 바로 핸드폰을 들이밀면서 내 폰으로 형한테 전화좀 해보라고 떼 아닌 떼를 썼음. 아버지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시더니 그럴 필요 없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내가 전화 통화가 안될 때 이미 형과 통화를 한 상태셨음. 이번주 토요일 그러니까 내일 바로 형 한테 올라가 형 상태좀 살펴보라고 나한테 말씀하셨음. 나 또한 그렇게 해야겠다고 알겠다고 말하면서 말했는데 우리 어무니가 이번에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셨음. 어머니 또한 큰 아들 목소리가 말이 아닌 것을 들어보셨던 것임. 별일 아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니까 굉장히 초조하고 힘들어하시는 표정이었음.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형에게 전화가 왔음.
하루종일 잠을 잔 상태였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새벽까지 기다릴 수 있었고 새벽에 전화를 받았을 땐 형의 목소리도 약간 진정이 된 듯했음.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형은 새벽에 나한테 또 하소연을 하고 있었음. 그 이상한 하소연을 난 정확하게 그날 전부 다 들을 수 있었음. 형한테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음.
'처음에 별생각 없이 자취방을 구하고 원룸텔에 짐을 풀어 놓고보니 꽤 넓고 아늑한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방에서 잘 지냈는데 정말 이런일이 생길줄 몰랐다며... 그러면서 자신에게 생기는 문젯거리들은 그걸 발견하면서 부터 생긴것 같다.' 라고 했음.
계속 나에게 이야기 하길
'원룸 배란다 쪽에 커다란 선반이 하나 있었는데 선반 위쪽으로 내가 천천히 꺼내 입을 여름옷을 올려다 놓기 위해 의자를 가져다가 옷 상자를 올려다 놓는데 무엇인가 상자 밑에 끌리면서 상자가 더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난 그것이 무엇인지 팔을 뻗어 꺼내봤는데 그건 그저 가죽장갑 같았다.'
가죽 장갑이라는 말에 살짝 의문스러웠지만 계속 형의 말에 대답하면서 난 귀기울였음.
'가죽 장갑은 꽤 묵직했고 짙은 검정에 엄지와 검지 부분이 심하게 닳아 있었는데 그걸 본 순간 소름이 끼치면서 빨리 가져다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가죽장갑을 집게 손가락으로 잡고 쓰레기통으로 옮기는 중에...'
난 다음 말을 듣고 그 장면이 연상되어 소름이 돋음.
'가죽 장갑 안에서 누렇게 변한 팥 알들이 쫘악하고 쏟아졌다.'
거기 까지 말한 형은 또 다시 울먹이고 있었음. 쏟아진 그 팥 알 들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같이 집어넣었던 형은 자신이 무엇인가에 홀린듯 기분이 이상해졌다고 했음. 그렇게 집에서 묘한 기분에 원룸방에서 뛰쳐나와 한동안 집에 안 들어갔는데... 다시 들어와서 문제가 더 커졌다고 했음.
'그 가죽 장갑이 다시 안보인다. 이상한게 난 분명히 그 가죽 장갑을 봤었는데 어딘지 안보인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더니 하는 말은 더욱 가관임.
'매일 2시 마다 일어나 그 장갑을 찾고 있다.'
결국 그런 소리였음. 자기도 모르게 매일 그 장갑을 찾고 있고 새벽 2시가 되면 늘 잠에서 깨어 미친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무엇인가 홀린 듯 그 장갑을 찾고있다는 것 이었음. 난 정말 그 소릴 들으면서 입만 떡벌리고 아무런 대꾸도 못했음. 게다가 지금 피씨방에서 쉬다가 자 또 그 장갑을 찾으려고 원룸에 가고있다고 하는데...
형 말을 듣고 정신이 나간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난 가지말라고 계속 계속 말했음. 가까운 친구한테가서 그냥 하룻밤만 같이 자자고 말하라고 게속 설득함. 형은 알겠다고 알겠다고 말하면서도 왠지 어디론가 계속 걸음을 옮기는 것 같았음. 그러더니 전화를 끊어버렸음. 다시 전화를 걸어봐도 받지 않고. 또 형 혼자 그렇게 혼자 잠수를 타버렸음.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형 내 학교가 있는 열차를 탐. 열차를 타서도 계속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는 역시 꺼져있었음. 난 형한테 가기 전에 이것저것 알아 본것이 있었는데 그것도 형에게 말해주고 나도 형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든 도와줄 생각으로 형한테 갔음. 전에 형내 집 주소를 물어본적이 있어서 그때 받은 문자를 봐가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원룸에 도착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형은 집에 없는 듯 했음.
다행히 내가 어제 말했던 것 처럼 다른 곳에서 어떻게 하룻밤을 보낸듯 했음. 그러나 연락도 안되고 집앞에서 마냥 기다리게 되서 계단에 쪼그려 앉아있는데...
[삑삑삑삑! 삑!]
전에 전화 통화에서 들었던 그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려옴. 와 그 순간 내 온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그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분명 위층에서 나는 소리였음. 난 정신없이 뛰어 내려가 원룸을 빠져 나왔는데 한 낮에 있는대로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이 완전 병신같았음. 그런데 내 그런 행동이 이상하게 보였나 봄. 곧 그 원룸텔 아주머니라는 분이 나한테 와서 당신 누구냐고 묻는데 난 OOO호에 사는 OOO 동생인데 요즘 형이 몸이 불편하고 많이 힘들어하는 거 같길래 왔다고 자초지종, 해도될말 안해도 될말 떠들면서 설명했음.
그런데 그 순간 웃긴게 내가 이런 얘길하니까 그 아주머니라는 분이 '어구구구구 이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임. 그러더니 나처럼 안해도 될 말을 술술 하시는데 감이 딱 왔음. 여기서 나가야겠구나. 대충 하는 말을 들어보니까 이 집 주변이 흔히들 말하는 기가 쌘 곳이고 물이 지난다는 소리가 있어서 왠만한 사람들은 살지를 못한다고 하는데...
잠시 뒤 형이 돌아와 만날 수 있었지만 난 한동안 형을 보고 말을 잇지못함. 완전 퀭하게 질려서 입도 반쯤 벌린채 혼이 나간 사람처럼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무시무시했음. 난 형이 걱정되어 이것저것 물으면서 그동안 어땠느냐 괜찮느냐 계속 말을 걸었는데 형은 넋을 놓고 있는 듯 함. 형을 끌어 안으려다가 아무말 안고 형을 따라 그 문제의 원룸방 안으로 따라 들어갔는데...
그 원룸방 안으로 들어가기전에 누르는 도어락.
[삑삑삑삑! 삑삑! 삑!]
소리... 그 소리에 다시 소름이 돋았음. 내가 통화속에서 들었던 그 소리가 바로 도어락 소리였음. 난 머리끝 부터 발끝 까지 새하얘졌고 형은 되려 나한테 왜그러나고 물어본 듯 난 두말할 것 없이 더이상 무슨 생각을 하고 할 것 없이 바로 집으로 데려왔고 얼마 뒤 원룸에 짐을 싹 다 빼서 그냥 좀 힘들지만 집에서 통학하기로 했음.
그렇게 지난 일을 잘 극복하고 다시 힘을 찾은 모습의 형에게 충격을 받을까봐 하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팥.
우리 선조들에게 팥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의 대소사를 함께 하는 인생과 같은 곡식이었다. 팥의 붉은빛이 잡귀를 쫓고 나쁜 액을 물리쳐 삶을 보호해주는 곡식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혼례를 올릴 때에는 상 위에 붉은 팥을 올려 가정의 화목과 자손의 번성을 기원했고, 이사할 때는 새로운 집의 잡기를 쫓는 의미로 죽을 쒀 먹기도 했단다. 밤이 가장 긴 동지 때도 팥으로 죽을 쒀서 귀신이 얼씬 못하게 막았고, 동네에 초상이나 상가에도 팥죽을 쑤어 가지고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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