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많이 저물긴했어도 주위 열기는 가시지 않았는데, 그들 주위는 찬바람이라도 불어온듯 쌔해졌습니다. 몇몇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자꾸 뒤를 쳐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 곳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하게 들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조용하게 서로를 마주 볼 뿐이었습니다.
그 중 사회자 처럼 굴던 사람이 애써 분위기를 올려보려합니다. 아직 위에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다들 너무 예민해져서 이상한 것을 들었다고 하는게 아니냐고, 자긴 못들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잘못들은게 맞는 것 같다고 하면서도 자꾸 신경이 가는지 뒤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소리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었던 것입니다. 사회자가 앞장 서서 걷자 사람들은 무언가에 쫒기듯이 우르르 따라갑니다. 자꾸 그러면서 뒤쳐지기 싫은지 걸음이 빨라집니다.
올라와서 보는 주택 주위는 그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언제 버렸는지 모를 쓰레기로 가득했고 휴지, 과자봉지, 깨진 전구, 심지어 청바지, 윗도리 같은 옷가지도 널려있었습니다. 정말 그곳에 예전에 누가 살았던 것인지 아니면 최근 까지도 누가 올라와서 그렇게 어질러 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주위는 쓰레기 장 같았습니다. 사회자는 여기서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합니다.
'둘로 나뉘어서 이 주변을 둘러보죠.'
이렇게 무서운데 나뉘어서 행동하자니 다들 싫다면서 손사래를 치지만 그 중에는 재밌을 것 같다면서 그렇게 하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하자면서 둘로 사람들을 나눕니다. 사람들은 흉가에서 그날 그저 담력테스트 같은 것을 하러 온게 아니라 귀신이 출몰하는지 알고 싶어서 모인 체험단 이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그들이 방금전에 들었던 발걸음 소리는 잘못들었던 것 뿐이니까요. 한 팀은 시계방향으로 다른 팀은 반 시계방향으로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꽤 커다란 공용 주택 입니다. 몇 가구나 살았을까요. 둘러볼만한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조용히 그렇게 나뉘어 걸었습니다.
주택 우측에 들어 섰을 때 그들은 꽤 놀랐습니다. 주위는 정면과 달리 꽤 깔끔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화단이었을 곳은 물망초와 이름모를 풀들이 무성했지만,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보도가 깔려있었습니다. 깨진 보도들이 대부분이었어도 충분히 지나다닐 만한 곳이었습니다. 카메라는 주택 주위 전체를 담을 수 있게 멀리 떨어져서 촬영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붕에 누렇게 칠이 바랜 곳에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행은 이상한 점을 못 느낀 듯 계속 걸었지만 카메라맨은 아닌 듯했습니다.
옥상 위로 하얀 천자락이 보입니다. 난간 위로 흰 물체가 펄럭입니다. 그 펄럭이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카메라맨은 앞으로 나가는 일행을 무시한 채 카메라를 돌려 난간으로 줌인 했습니다. 그곳에는 하얀 손이 휘적거립니다. 그 대상은 키가 아주 작은 듯 하네요. 얼굴은 보이지 않고 손만 보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순간 화면이 크게 일렁이었습니다. 아마도 카메라를 들고 있던 사람이 크게 놀란 듯합니다. 카메라가 밑으로 내려가더니 괴성이 들리면서 거칠게 흔들리는 깨진 보도 바닥이 보입니다. 그리고 촬영이 잠시 중단 되었습니다.
잠시 뒤에 다시 카메라에 앞서가던 일행이 잡혔습니다. 일행들은 카메라에 다가와 진정하라는 듯이 어깨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는 잠시 바닥에 치워 놓은 듯 했지만 정확하게 카메라 맨의 모습과 주위 당황한 사람들을 찍고 있었습니다. 좁은 화단 난간에 앉은 카메라 맨은 거칠게 숨을 쉬면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코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렀습니다. 몹시 흥분했던 탓인지 남자는 코에서 피를 흘리는 것 이었습니다.
그의 코피 때문에 다시 주위가 어수선해졌습니다. 남자 옆으로 여성이 뛰어와 손수건을 건네주었습니다. 여성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남자는 코를 틀어막았고 일행은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그러나 카메라는 계속해서 촬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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